고민이 무색해지는 순간

by 글빛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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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할까.

아니야, 요렇게 말해야지.

한 문장을 붙들고

몇 번이나 고쳐 말해봅니다.

괜히 분위기를 망치는 건 아닐지,

쓸데없는 예민함으로 보이진 않을지,

내가 너무 과한 건 아닐지.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 말에

이미 여러 번 한숨을 쉽니다.

앞서 걱정하고, 미리 짐작하고

혼자 상상하는 상황극에,

머릿속이 더 복잡해집니다.

친구를 만나기 전 한 시간.

수십 번의 대화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막상,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한마디 툭 던져봅니다.

심장은 조금 빠르게 뛰고

얼굴이 붉어 집니다.

괜히 물잔을 만지작거리며

그의 표정을 살핍니다.

“그게 뭐가 문제야?”

정말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덤덤한 한 마디.

그 순간, 내내 붙들고 있던 돌덩이를

툭 바닥에 떨구었습니다.

아, 이렇게 가벼운 일을

왜 그렇게 무겁게 들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자주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며

걱정하고 조심스러워 합니다.


괜히 불편해질까 봐,

혹시 멀어질까 봐,

괜한 오해가 생길까 봐.

하지만 어떤 관계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어떤 사람은 상상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내 걱정을

웃으며 흘려보내 주는 사람.

예민함을 흠으로 만들지 않는 사람.

그저 “괜찮아” 한마디로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사람.

고민이 무색해지는 순간,

그 사람의 마음을 봅니다.

조금 덜 걱정해도 되겠구나.

조금 더 솔직해도 되겠구나.

무심코 던진 말을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는 관계.

오늘도 배웁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걱정을

조용히 덜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빛현주 | 글빛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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