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보러 간 날, 70분 왕복이 남긴 것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지!

by 글빛현주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화요일은 직접 운영하는 책 쓰기 정규과정 수업이 있는 날입니다. 어떤 개인 일정도 잡지 않죠. 리허설을 하고, PPT를 수정하고, 또 리허설을 하고.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싶어 연습에 연습을 반복합니다.

데 그날, 그 단단한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유는 남동생이었습니다.


남동생은 축구선수 손흥민의 열렬한 팬입니다. 11월 11일 오후 4시.

천안 입장에 있는 축구센터에서 손흥민 선수의 공개 훈련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동생의 눈이 반짝였지요.

책 쓰기 수업은 저녁 8시.

공개 훈련은 4시!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검색하고 왕복 시간을 계산해 봤습니다. 딱 한 시간만 보고 온다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어제도 연습했으니까. 한두 시간쯤이야.’ 동생에게 같이 가자고 말했습니다.


말을 듣자마자 동생은 여행가방을 열고 티셔츠를 꺼냈습니다. 어디에 사인을 받을지, 사진은 어떻게 찍을지, 어떤 말을 건넬지. 어디에 서 있어야 잘 보일지.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였습니다. 저렇게 좋을까. 웃음이 나왔죠. 정말 괜찮냐고 묻는 동생. 노트북과 마우스를 가방에 챙기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누나는 근처 카페에 가던지 아님 차 안에서 연습하면 돼.”

동생의 기대감이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35분을 달려 도착한 입장 축구센터. 뭔가 이상했어요.

차가 너무 없었습니다. 보통 공개 훈련이라고 해도 주차장부터 난리가 나고 북적여야 하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어요. 손흥민, 유명한 축구선수 아닌가. 불길했습니다. 주차 안내를 하던 분께 물었죠.

“혹시 손흥민 선수 공개 훈련은 어디서 하나요?”

“당첨된 분들만 들어갈 수 있어요.”

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옆자리에 있는 동생을 바라보니, 역시 얼어붙은 표정이었습니다.

눈이 두 배는 커져 있었고, 말문이 막힌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몰랐냐?”

“몰랐지…”

조용히 경기장을 벗어나려고 할 때, 동생이 말했습니다.

“누나, 차 잠깐만 세워줘. 경기장이라도 사진 찍게.”

말없이 차를 멈추었습니다.

동생은 핸드폰을 들고 차에서 내렸어요. 경기장을 향해 몇 장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축 처진 어깨, 기대가 무너진 동생의 쓸쓸함이 보였습니다.

차로 돌아온 동생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누나는 그래도 너 데리고 왔다.” 나름의 위로였습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어. 고마워 누나. 다음에 미국 가서 직접 봐야겠다. 덕분에 드라이브 잘했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결국, 우리의 70분 왕복은 손흥민을 만나지 못한, 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리는 드라이브에서 끝이 났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놓친 건 ‘당첨자 한정’이라는 정보였지만, 대신 얻은 게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 앞에서,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삶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리허설’이란 생각.


완벽한 준비가 늘 완벽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배움과 깨달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소중한 가족을 위해 잠시 일상의 틀을 깨는 일.

결과가 기대와 달라도,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미리미리 준비하면 마음이 편안하다는 사실! 오늘도 이만하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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