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나요.

당신의 계절은 어떠한가요.

by 글빛현주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사계절, 계절마다 귀한 만남이 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삶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은, 이상하게 모두 겨울에 만났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의 이은대 사부님이 그랬고,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세 곳이나 지나치게 만든 그 아이와의 만남도 그랬습니다. 제게 첫사랑을 고백하던 그 남자도 겨울에 왔었죠.


너무 추워서였을까요. 그래서 사람의 따스함이 좋았던 걸까요. 맞잡은 두 손의 온기도 좋았고, 끌어안은 포근한 품도 좋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미소가 절로 지어지네요. 그 시절 저는 참 단순했습니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지나고 나니 모든 게 추억이네요. 이런 이야기는 어디 가서 못 하죠. 글로 쓰기에도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모르거든요.


조지 윈스턴의 Thanksgiving이 떠오릅니다.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며 선물하겠다고 갖고 온 LP 판을 하얀 눈이 쌓인 골목에 던지고 눈물 흘리던 그 녀석.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친구 대신 걸었던 장난스러운 전화 한 통으로 이어진 인연, 어설픈 연기로 결국 들켜버렸지만 사귀자는 말 한마디 못 하고 떠난 그 친구. 영어학원에서 만나 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온 그 남자. 제 결혼식 날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어머니가 큰일 난 줄 알고 놀라셨다던 그 사람.

지금도 분명 멋지게 자기 인생을 살고 있겠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런 것처럼요.


추억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해는 점점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 찬 바람이 불고 불빛이 화려해지는 겨울. 그 겨울에 만난 사람들 덕분에 저는 겨울을 좋아합니다. 제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고요. 살면서 또 어떤 추억을 만들어 갈지, 어떤 귀한 인연을 만나게 될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설렙니다.


겨울은 저에게 ‘기다림’이었습니다. 첫눈이 내리기를 기다리고,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고, 마음이 녹기를 기다리는 계절. 그 기다림의 끝에 사람을 만났고, 사람을 통해 제 마음의 돌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든.


겨울의 만남은 ‘나’를 조금 더 단단하고 깊게 만들었습니다. 이은대 사부님의 수업을 듣던 날, 하얀 김이 피어오르던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요.


“당신은 왜 글을 쓰려고 합니까?”

"무엇이 당신을 글 쓰게 만듭니까?"


그 질문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그날 이후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통해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이해하고, 나를 인정하고, 나를 사랑하는 과정이 되었지요.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돕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추위가 두려웠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불면 마음도 시렸어요.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곤 했었는데요.

지금은 그 차가움이 고맙습니다. 겨울바람이 제 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떨쳐낼 수 있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모든 만남이 영원하지는 않죠. 어떤 인연은 잠깐 스쳐가도 평생의 온기로 남고요. 그 따뜻한 기억 하나로 인생의 추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계절은 어떤가요.

당신은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봄의 설렘인가요. 여름의 뜨거움인가요. 가을의 고요함인가요. 아니면 저처럼 겨울의 온기인가요.

아마도 그 답을 알고 있는 건 당신밖에 없겠죠. 누군가를 만났던 계절, 누군가를 떠나보냈던 계절, 그 모든 순간이 당신의 마음속에 한 장의 풍경으로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신이 어느 계절을 살고 있든, 그 안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 그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았을 때, 깨달았습니다. 모든 만남은 의미가 있다는 걸, 모든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는 걸. 그때의 겨울이, 그때의 추위가, 그때의 그 사람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살다 보면 마음이 얼어붙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 차갑게 느껴지고, 세상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그럴 땐 잠시 멈추어 당신이 사랑했던 계절을 떠올려 보세요.

그 계절의 향기, 그 계절의 빛, 그 계절을 함께 한 사람들.

그 추억이 우리를 따뜻하게 할 겁니다.


겨울은 단지 추운 계절이 아니에요. 사람이 사람에게 마음을 나누어 주는 계절입니다. 오늘 내 마음에 작은 온기를 남긴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올해 겨울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겨울은, 만남의 계절입니다.

그리고 그 만남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당신의 내일을 밝혀주기를.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조용히, 따뜻하게, 그렇게 겨울의 빛이 스며들길 바랍니다.



[글빛이음]글빛현주 2025. 11. 7 화요일




작가의 이전글완전 럭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