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은 찾는 게 아닙니다
저는 글감 빈곤자였습니다. 특별한 일, 특이한 소재가 어디 없나 두리번거렸죠. 내 일상엔 하찮은 일만 가득한 것 같았습니다. 영감도 기다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글감도 영감도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글감을 찾는다는 건 결국 '쓸 만한 게 어디 있나' 하고 헤맨다는 뜻입니다. 영감을 기다린다는 건 하늘에서 뭔가 뚝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뜻이고요. 그 뚝 떨어지는 순간은, 어쩌면 평생 한 번도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생을 하얀 종이에 펼쳐놓고 그림을 그려본다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날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평범하고 사소하고 별것 없는 날들입니다. 글감이나 영감을 기다린다는 건, 결국 그 드문 특별한 날만 기다리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글감은 밖에 있지 않습니다. 자기 안에 있습니다. 그걸 깨닫고 나서 저는 매일 나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하루 어땠는지. 기분 좋은 순간이 있었는지.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지루했는지, 설레었는지. 누구를 만났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무엇을 먹었고 몸은 어땠는지.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뭐 똑같지' 하고 대충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반복하다 보니 달라졌습니다. 질문이 진지해지고, 답도 성의껏 나오기 시작했어요. 비로소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떤 사람인지. 나에 대해 알아갈수록 글쓰기가 조금씩 수월해졌습니다.
나와의 대화. 처음엔 할 말도 없고 어색했어요. 그런데 조금 지나면 달라집니다. 가끔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용기와 희망을 건네기도 하지요. 그 누구와의 대화보다 나 자신과의 대화가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남 챙기는 일엔 참 능숙합니다. 부모, 형제, 친구, 동료. 그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시간과 마음을 씁니다. 그런데 정작 나를 챙기는 일에는 너무나 서툽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인데도요. 자신을 제대로 챙기려면, 먼저 솔직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그게 출발입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내용, 생각입니다. 나와의 대화가 깊어질수록 생각이 단단해지고, 생각이 단단해질수록 쓰고 싶어 집니다. 쓸 수 있게 됩니다.
글감 찾아다니지 마십시오. 영감이 떨어지길 기다리지도 마시고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평범한 오늘에 의미를 붙여보십시오. 가치를 부여하십시오. 소소한 하루를 특별한 날로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글쓰기의 본질입니다. 하루가 특별해집니다. 평범한 오늘이 감사합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경험한 일입니다.
글은 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빛이 되는 그날까지,
[글빛이음]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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