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는 글 쓰기,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예산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러 가는 길이었죠.
학교 동기와 글쓰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기가 말했습니다.
"한글을 아는데, 자기 생각을 글로 못 쓴다는 게 말이 돼요?"
'어, 나도 잘 못 쓰는데.' 입 밖으로 말하진 않았습니다. 속으로만 생각했죠.
2023년 2월, 자이언트 공동저서 8기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글쓰기를 배워본 적도, 제대로 써본 적도 없었습니다. 메모도 한 번 안 했죠. 제 문장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오늘 팀장한테 혼났다. 기분이 나빴다. 화났다.
월요일부터 최악이다.
나름대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썼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누군가 제 글을 읽고 말했습니다. 읽기는 읽었는데,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안 보인다고? 글이잖아, 글!
'보여주는 글'이라는 개념을 책 쓰기 수업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배워도 어려웠습니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강사는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림처럼 보이는 글, 살아 움직이는 생생한 글! 독자를 그 장소와 상황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고요. 알쏭달쏭했습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막상 쓰려고 하면 손이 멈칫했습니다.
화가 났다고 쓰면 안 된다는 건 알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래서 거꾸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화가 났을 때 나는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되돌아보았죠.
우선 표정이 사라집니다. 목소리는 낮아지고 상대방과 눈을 맞추지 않습니다. 말수도 줄어들고 긴 한숨을 쉬게 됩니다. 핸드폰을 탁자에 탁 내려놓습니다.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조용히 닫습니다. 쾅 소리 내어 닫는 것보다 조용히 닫는 게 더 무섭다는 걸 저는 알고 있거든요.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기도 합니다.
아, 이걸 그대로 쓰면 되겠구나. '화가 났다'는 말은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는 사람은 느낄 수 있습니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요.
저는 지금도 글을 쓰다가 종종 멈춥니다. '슬펐다'라고 쓰려다가, 잠깐. 그때 나는 어떤 표정이었지. '기뻤다'라고 쓰려다가, 잠깐. 그 순간 내가 한 행동이 뭐였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 그게 제가 반복해서 연습하는 방식입니다.
완벽하지 않습니다. 완벽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초보입니다. 생각 없이 그냥 쓰다 보면 어느새 설명하는 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고치고 다듬고 수정합니다. 천천히, 한 문장씩.
메모와 사진, 그리고 꾸준히 이어온 일기가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 뭐 했다, 기분이 어땠다' 두 줄로 끝냈지만, 어느 날부터 한 가지 장면을 좀 더 오래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 식당 창가에 앉았을 때 햇빛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같이 밥 먹던 친구가 국물을 마시며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소소하고 별것 아닌 장면인데, 쓰고 나서 다시 읽어 보면 그 장면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신기했습니다. 점점 글 쓰는 일이 즐겁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보여주는 글, 하루아침에 쓸 수는 없습니다. 글쓰기는 잠시라도, 단 며칠이라도 손에서 내려놓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그래서 매일 단 한 줄이라도 씁니다.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그 감정이 만들어낸 장면을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 쓰는 것. 그게 독자의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한글을 안다고 해서 글을 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배워야 하고, 익혀야 하고, 몸에 새겨야 합니다. 저는 지금 그 과정 중에 있습니다.
생생한 글,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싶다면 당신도 오늘 스쳐 지나간 장면 하나를 붙잡아 보십시오. 그리고 딱 한 줄만 더 써보십시오. 그 한 줄이 쌓이면, 언젠가 당신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게 될 겁니다.
글은 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빛이 되는 그날까지,
[글빛이음]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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