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픈 게 나중에 덜 아플 거야.

by 글곰

2호와 치과에 다녀왔어.

얼마 전 다니던 치과에서 치아 교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알려주셨거든.

소개받은 병원에서 교정 상담을 진행했어.


사실 교정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오래전에 들었어.

2호가 어렸을 때 송곳니 유치가 너무 일찍 빠졌거든.

그때도 선생님이 영구치가 나올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


이제 중학생이 되는 2호는 유치가 하나 남았더라.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역시 양 옆에 치아로 인해 송곳니가 나올 공간이 부족했어.

덧니가 나고 치열이 나빠져서 안 좋다는 의견을 받았지.


내심 공간이 잘 생기길 바랐지만 2호의 작은 턱이 쉽게 내어주질 않았네.

요즘엔 아이들이 얼굴이 점점 작아져서 교정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하더라.

2호도 비슷한 이유겠지.


교정 치과에서 다시 상담을 했어.

위. 아래 모두 교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어.

대략적인 비용과 일정을 안내받았지.


2호는 속이 상했는지 살짝 눈물을 흘렸어.

자신의 잘못이 한 개도 없는데 말이야.

아빠가 괜히 미안해지더라.


근데 말이야.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

지금 조치를 하는 것이 2호가 어른이 되었을 때 덜 고생하잖아.

청소년기에 교정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하더라.

어른이 되면 잇몸과 턱이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아.

이제 시간을 두고 자리를 잘 잡으면 되니 너무 걱정하지 마.


아빠는 사실 눈물의 의미를 잘 몰랐어.

'그냥 하기 싫구나.'

'다른 친구들이 약 올릴까 봐 걱정하는구나.'

'혹시 돈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했어.


근데 나중에 2호가 말해주더라.

교정 치료를 마치고 '고정형 유지장치'를 평생 해야 한다는 말이 무서웠다고 했어.

아빠가 그 부분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어.


그냥 방학에 얼른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

그래서 너무 급히 진행하려고 했어.

2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속도에 맞게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2호가 공부를 하러 간 후, 아빠 혼자 있는데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아빠 되려면 아직 멀었네'라는 생각을 했어.


공부방에 다녀온 2호는 조금 차분해져 있었어.

어차피 해야 할 일 아빠와 함께 잘 관리해 보면 될 것 같아.


오늘 하루를 돌이켜 보는 지금 이런 생각이 들더라.

'2호의 송곳니 유치가 좀 나중에 빠졌더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교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까?'


아빠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아.

우리가 아랫니에만 신경 쓰고 있었지만

상담을 해보니 윗니들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


아랫니 덕분에 전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사실 비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해.

하지만 2호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하게 되면 더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 거야.

시간도 지금보다 오래 걸리겠지.

지금 하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 보자.


앞으로 너희가 살면서 예측하지 못한 일이 많이 생길 거야.

경제적인 문제, 건강의 문제, 사람과의 갈등 등이 대표적이야.

우린 잘해보고 싶었는데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해.


이럴 때마다 후회하며 억울해하지 않았으면 해.

'무엇인가 잘 되려고 지금 이러는구나'라는 마음을 가져보자.

'오히려 좋아!!'라고 외쳐 보면 어떨까?


너희 세명과 함께 하면서 늘 새로운 일이 생겨.

아빠는 그것을 통해 우리 가족이 단단해지는 거라고 믿고 있어.


2호가 아주 조금 불편하고 아프겠지만 이 과정을 또 넘겨보자.

함께 응원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우리 가족이 되길 바랄게.

엄마, 아빠는 너희를 언제나 사랑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