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떤 부분을 고쳐야 더 나아질까요?"
"..."
"..?"
"..."
침묵 속에서 하나, 하나, 단점들이 떠오른다.
침묵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불편한 생각들이 떠들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런 생각들이,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느낄 때쯤
"저는.. 세상은 긍정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그는 그 한 마디를 하고는, 다시 침묵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 때 해야 할 것을 하는 게 중요할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할까?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아야 무언가를 할 시간이 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쁜 습관, 부정적인 생각 등 인생에서 '덜어내야' 하는 것에 집중했다.
삶에 묻은 더럽고 쓸모없는 것들을 닦아내면 반짝이는 깨끗한 삶을 마주할 거라고.
그렇게 덜어내고, 덜어내고, 덜어냈을 때, 마주한 것은
너무
너무 큰 공백
삶으로 채워야 하는 너무나도 큰 시간의 공백은
폭력과 다를 게 없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하나를 포기하는 건,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포기할 것에 집중하는 전략은 유효하다.
이른바 '덜어내기' 전략이다.
그렇지만 그건, 선택지가 둘일 때나 그렇고.
만약 선택지가 많을 때는 어떨까?
아주 아주 많다면?
무언가를 포기하고, 포기해도 여전히 포기할 게 많다면
계속 포기해야 하나?
그럴 바엔 차라리...
우리는 종종 인생을 '덜어내는'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습관, 부정적인 생각, 인생에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며 더 나은 인생을 만들려고 애쓰죠. 그 전략이 때론 유효할 지도 모릅니다. 덜어냄으로 더 나은 것이 채워지는, 두 가지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포기하는 상황에서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이 문장은 우리 인생에서 항상 유효할 겁니다. 시간이라는 꺼지지 않는 불꽃은 계속해서 인생이라는 양초를 태우고 있으니까요. 시간은 선택과 포기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선택이든 포기든 공평하게 태워 과거라는 촛농에 더할 뿐입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면 공백이라는 촛농이 쌓일 수밖에요. 공백이 수북이 쌓인 모습을 보고 어떤 감상을 남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아름답다는 감상을 남기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말아야 할까. 이 선택지에서 골라야 할 것은 명확합니다. 해야 할 것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덜어낸 자리엔 공백이 생기고 그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공백에 해야 할 것, 아름다운 것을 더해야 합니다. 이것은 처음부터 해야 할 것과 아름다운 것을 더한 것에 비하면 비효율적이고, 덜 아름다워 보입니다.
인생이 퍼즐이라면 하루는 퍼즐 조각입니다. 당장 퍼즐 조각 몇 개를 맞추더라도 어떤 모양이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하나씩, 꾸준하게 퍼즐 조각을 맞추다 보면 우리가 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삶에 어떤 조각을 더할 지에 집중한다면, 그 순간을 더 일찍 마주할 수도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