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보다 얇은 마제스탠드(Maje-stand)
* 얼리어답터에 4월 30일 발행된 글입니다.
카페에 앉아 맥북 프로를 쓰다 보면 어느새 겸손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맥북 프로 앞에서 자꾸 고개를 조아리는 탓이다. 맥북이 내 몸값보다 비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15인치라는 넉넉한 크기를 골랐지만, 화면 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트북 스탠드를 들고 다니자니 카페까지 와서 무슨 일인가 싶고, 차지하는 부피도, 무게도 부담스럽다. 맥북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동전보다 얇다는 노트북 스탠드. 마제스탠드를 골랐다.
마제스탠드의 특징은 지난 기사를 통해 대부분을 설명했다. 다만, 소식을 전하면서 궁금한 점은 있었다. 실제로 체감이 될 정도로 얇고 가벼운지, 쓰기에 불편함은 없는지, 붙이고 떼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같은 점 말이다.
기사를 다시 읽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특징을 다시 옮겨둔다. 두께는 1.7mm, 무게는 136g이며, 최저 7cm에서 최고 12cm까지 6단계 높이 조절을 지원한다. 특수 처리된 아연합금과 스테인리스강으로 제작돼 10kg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직접 들어본 마제스탠드는 베일 것 같이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얇게 펴진 형태라서 그런지 136g이라는 무게는 쉽게 체감이 되지 않는다. 2kg에 준하는 노트북에 130g 정도 끼얹는 정도야.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색상을 골라 하나는 똑같이 얇은 노트북 거치대를 소개했던 이유혁 에디터에게 전달했다. 12인치 맥북(2017)과 15인치 맥북프로(2018)에 각각 설치했다. 가볍고 작은 노트북과 무겁고 큰 노트북의 경험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마제스탠드 패키지는 꽤 영리하게 구성됐다. 꽁꽁 접힌 패키지를 열어젖히면 위에서부터 부착 단계에 필요한 구성품과 부착 방법이 안내돼있다. 설명을 보면서 꼼꼼하게 붙여봤다.
첫 번째는 미끄럼 방지패드를 다는 일이다. 소폭 두께가 늘어나면서 미끄럼 방지 패드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기에 이를 보강하는 것이다. 미끄럼 방지패드엔 원형과 직사각형에 원형을 덧댄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노트북 스탠드를 써도 바닥에 닿는 부분에 길쭉한 형태를 붙이면 된다.
마제스탠드를 붙인다. 따로 가이드가 없기에 눈대중을 잘 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종이 테이프로 가이드 선을 미리 붙여주는 것도 방법. 힌지쪽에 맞게, 조금 뒤쪽에 맞춰 붙여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노트북과 붙는 부분이 환풍구를 막지 않도록 유의하자.
마제스탠드를 붙인 후엔 손가락으로 가운데 네모난 구멍을 위아래로 당겨 스탠드를 세우면 된다. 아래 부분은 노트북을 거치하기 위해 반드시 열어야 하는 부분이고 윗 부분은 단계를 조절하기 위한 부분이다.
스탠드를 여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가볍게 들어올리면 부품이 맞아떨어지듯 척척 스탠드가 열린다. 반대로 접을 때는 좀 어려움이 있었는데, 양 옆에 놓인 스위치 부분이 제법 날카로운 탓이다. 금속 재질이라 조심 없이 만지다가 생채기가 날 수도 있다. 스위치 부분의 눌리는 감이 좀 무른 듯한 느낌도 아쉬운 부분.
하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모니터가 겅중 위로 솟아오른 것. 마제스탠드를 어디에 붙이느냐에 따라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겠다. 1단계는 스탠드를 펼치고 작업할 수 있을 정도고, 6단계로 높이면 모니터 등과 연결해 데스크톱 느낌으로 작업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서 15인치 맥북 프로와 12인치 맥북의 경험이 조금 갈렸다. 12인치 맥북은 별무리 없이 스탠드를 올린 후 키보드를 쓸 수 있었지만, 15인치 맥북 프로는 살짝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제스탠드 양쪽에 빈 공간이 있어서 무게 중심을 안정적으로 잡지 못하는 탓이다. 마제스탠드는 18인치 미만의 모든 노트북과 호환하지만, 노트북을 세운 채로 바로 쓰고 싶다면 13인치 이하 제품을 고민해보는 게 좋겠다.
사진을 찍은 후 조금 뒤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제스탠드를 떼고 다시 붙였다. 패키지에 떼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자. 플라스틱 카드를 밀어넣어 조금씩 당겨 뜯으면 된다. 이걸 모르고 그냥 힘으로 잡아 뜯었다가 살짝 휘어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부착형 특성상 뗀 후에는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맥북 앞에서 굽실거리지 않는다. 자리에 앉으면 마제스탠드를 펼쳐 노트북을 살짝 세운다. 방금 위에서 15인치 맥북 프로가 휘청거린다고 했지만, 얌전히 작업한다면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이 귀하신 몸 가지고 함부로 샷건을 내리칠 일도 아니고.
여유가 돼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나왔다면, 조금 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데스크톱을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동네 카페가 힙한 코워킹 스페이스로 바뀌는 느낌이라고 할까?
작업을 마치면 스탠드를 탁탁 접어 파우치에 넣어 다닌다. 무게감도 두께도 변하지 않았다. 스탠드를 따로 들고 다니는 유난을 떨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떼고 난 후에도 흔적은 남지 않지만, 무턱대고 비싼 부착형 스탠드를 권하긴 조심스럽다. 부착 난도가 높은 점, 날카로운 금속 부품 등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부착형 스탠드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제품이었다.
맥북 앞에 당당함을 되찾은 후, 누구보다 가장 기뻐한 게 내 목과 어깨라는 건 따로 밝히지 않겠다.
"고개를 들어라. 각도가 곧 태도다."
-프랭크 시나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