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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Jun 12. 2019

뮬(Mule)을 질렀다.

요새 대세라서가 아니라 사고 싶어서 고른 거야.

동생이 묘한 신발을 신고 있는 걸 봤다. 분명히 캔버스화 같은데 쓱 벗는다. 이제보니 뭔가 이상하다. 뒤가 막혀 있지 않잖아? 뭐냐고 물어봤는데, 뭘 검색해보라고 알려준다...만, 그게 브랜드 이름이라 금세 휘발돼 버렸다. 결국 한참을 돌고 돌아 찾은 것. 요새 유행하다는 뮬(Mule)이었다.



남성 뮬 스니커즈를 찾아서.

이미 뮬 유행은 한창 아닌가? 라고 생각했다면 축하한다. 방금 내게 ‘패션 인싸’ 타이틀을 얻었다. 댓글로 이를 증빙한다면 패션 인싸라고 답변해주겠다. 패션에 전혀 관심 없는 내게, 이런 유행은 내가 알지도 못할 뿐더러, 알더라도 쫓기 어렵다. 발목을 언제는 드러내라다가, 이제는 양말로 발목을 가리기 바쁘다.대님이냐.


이번에 남성 뮬을 선택하게 된 건 순전히 편하기 때문이다. 포멀한 옷을 가끔은 선택해야 할 나이가 됐지만, 점점 갖추지 않은 편안한 옷을 입고 싶다. 살쪄서 옷이 감옷... 아니 감옥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제 내가 관심 없는 건 앞으로 관심이 없으리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여기에 내 노력을 쏟고 싶지 않을 뿐.


자본주의의 힘이면 이런 저주받은 몸뚱아리 가릴 옷도, 이걸 골라주는 공수도 살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된 덕분이랄까? 어쨌든 이번엔 패션 트렌드세터처럼 따라가기보다는 나 역시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신발을 찾아봤다. 생각보다 찾을 게 없네.



골라볼 만한 남성 뮬 스니커즈

미천한 실력에 이리저리 찾아서 나온 결과물은 한 다섯 개의 브랜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순전히 패알못, 나의 판단이니 크게 의미를 두지 말자.



Converse One-Star Mule Sneakers

1) 컨버스(Converse)

앞에는 컨버스였기에 ‘컨버스 슬리퍼’, ‘컨버스 반토막’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서 컨버스에서 뮬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니커즈 슈퍼스타 모양의 뮬을 내놓는다.


스니커즈를 살면서 두 번 정도 신었는데, 한 번 길이 잘못 들어서 고생한 걸 빼곤 나쁘지 않았기에 호감가게 봤다. 지금 봐도 예쁘긴 예쁘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나보지 못했을 뿐. 언제고 하나 사고 싶다.



Vans Classic Slip-on Mule Checkerboard, Old Skool Mule

2) 반스(Vans)

뮬(Mule)이라는 키워드를 알게된 다음, 뮬을 검색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난 브랜드. 반스다. 반스는 좋은 브랜드다. 오프 더 월(Off the Wall)과 같은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고, 여러가지 흥미로운 시도가 많다. 올드스쿨로 대변되는 대표적인 신발도 있다.


다만, 내게 반스는 보기에 너무 구리다. 취향이 아니다. 미적 기준이 나와는 다른 브랜드. 체커보드는 촌스럽고, 곡선은 의도를 모르겠다. 검은색, 흰색의 단색은 학창시절 신던 실내화 같다. 어렸을 적 실내화를 꺾어신다가 많이 혼났는데, 이런 신발 있었으면 좀 덜 혼났을까하는 생각밖에 없다.



Puma BARI Mule

3) 퓨마

퓨마에서도 뮬이 있었다. 딱히 뜻밖은 아니었다. 퓨마가 예전에는 매력적인 브랜드였고, 파생된 온갖 패러디도 즐거움이 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물 간 브랜드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이 맹렬한 패러디가 퓨마에게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퓨마는 저렴한 가격에 트렌디한 제품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인상이 있었다. 그래서 퓨마에서 뮬을 봤을 때 놀라지도 않았고, 괜찮은 가격이었기에 호감있게 지켜봤다. 아마 가격이 저렴했기에 다른 신발을 사지 않았다면 속는 척 사봤을 것 같다. 가격은 위대한 법이다.



Superga 2402 COTU

4) 수페르가(Superga)

이탈리아의 유명한 브랜드. 하지만 이번에 처음 알았다. 오랜 역사를 갖춘 브랜드라고 한다. 2750라인과 함께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고. 그리고 동생이 알려준 키워드 또한 수페르가였다. 뮬 신발을 사고 싶다고 주변에 밝혔을 때도 수페르가를 권해줄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라고 한다.


결국 실제로 신어보고 가장 마음에 들어서 고른 브랜드. 패션에 무지한 날 일깨워준 브랜드다. 이제 어디가서 아는 척 한번 해볼 수 있게 됐다. 현재 태극당과 컬래버레이션 중이라 프랑스 국기 무늬가 신발에 붙어있었다....



Feiyue FE LO Classic Mule

5) 페이유에(Feiyue)

페이유에는 프랑스 브랜드. 역시 이번에 처음 들었다. 솔직히 페이유에라는 이름만 듣고 짐벌로 유명한 페이유(Feiyu-tech)가 먼저 떠오른 건 내 직업병 때문이겠지. 다양한 스니커즈로 유명한 브랜드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괜찮게 봤지만, 뮬 신발을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결국 포기. 뮬 신발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에 내 용기가, 잔고가 부족한 덕이겠지.



어쨌든 결국 선택한 것은 수페르가의 2402 코투(COTU), ABC마트에서 구매. 5만9천원. 이제 신고 다니면서 주변의 반응을 강제로 끌어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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