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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Jun 14. 2019

젠하이저가 올해 첫
코드리스 이어폰을 내놓은 이유는?

젠하이저 모멘텀 TWS : 추진력을 얻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 얼리어답터에 2019년 1월 10일 발행된 글입니다.


이제 두말할 것 없이 이어폰 시장의 대세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2014년 첫 등장 당시 처음엔 꿈같이 들렸던 이 새로운 시장은 다양한 스타트업부터 오랜 음향 전문 기업까지 신제품을 쏟아내면서 성장기에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내로라하는 브랜드가 다양한 완전 무선 이어폰을 내놓았지만, 유독 조용했던 브랜드가 있다. 젠하이저(Sennheiser)의 이야기다.



재작년까지 별로 매력적이지 않던 넥밴드 이어폰을 몇 차례 내놓던 젠하이저가 드디어 작년 IFA2018을 기점으로 자사의 완전 무선 이어폰. 젠하이저 모멘텀 TWS(Sennheiser Momentum True Wireless)을 선보이고 드디어 올해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오랜 시간 기다린 젠하이저의 완전 무선 이어폰은 어떤 모습일까?



디자인

완전 무선 이어폰의 디자인에 감탄한 건 에어팟, 뱅앤올룹슨 E8 이후 오랜만이다. 아니, 에어팟은 좀 부정적인 의미로 감탄했으니 결이 좀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근래에 보기 드문 '제품'이다. 본체는 귓바퀴를 따라 도는 매끈한 곡선이 살아있고, 터치 조작부에는 미세한 헤어라인이 반긴다.


빛에 따라 무늬가 멋스럽게 빛나며, 매끈한 느낌이 살아있다. 손으로 쥐었을 때 살짝 매끄러운 감촉도 좋다. 다만, 이 감촉이 가끔 손에서 이어폰을 발사하는 주범이 되는 게 유감스러운 부분. 무던한 느낌을 주면서 잘 만들었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케이스. 케이스 하나만 놓고 보자면 근래에 본 완전 무선 이어폰 케이스 중 감히 최고라고 하고 싶다. 휴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적당한 크기. 깔끔한 색상과 젠하이저 로고. 그리고 천재질을 덮어 독특한 촉감과 무늬마저 살렸다.



USB 타입 C를 채택한 충전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하면 옆에 자그마한 LED에서 충전 상태를 알 수 있다. 케이스를 열면 위에는 브랜드 이름인 젠하이저(Sennheiser)가 눈을 사로잡는다. 본체를 가져가면 자석에 이끌려 케이스에 붙는다. 도금한 단자를 통해 전원을 충전한다. 배터리 시간은 4시간. 충전 케이스는 두 번을 더 충전할 수 있으니 최대 12시간까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편의성

연결 방식이 독특하진 않다. 스마트폰에 있는 블루투스 설정에서 제품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젠하이저 모멘텀 TWS를 쓸 수 있다. 더 세밀한 설정을 원한다면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Sennheiser Smart Control) 앱을 내려받으면 된다. 초기 펌웨어 업데이트도 있으니 될 수 있으면 바로 받아 설정하는 것을 권한다.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 앱에서 중요한 건 EQ 설정. 세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나 직관적이다. X축은 베이스와 트레블, Y축은 +/-로 설정해 커서를 원하는 곳에 두면 음역이 이에 맞게 설정된다.


그밖에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주변 소리 모드(Transparent Hearing)을 켜면서 음악 재생을 유지하는지 정도를 확인하는 게 설정 내용의 전부다. 꼭 필요한 기능만 배치해 이용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 점이 좋다. 스마트 플레이 기능도 켜고 끌 수 있다. 음악을 듣다 한쪽 이어폰을 떼면 자동으로 음악을 일시 정지하는 기능이다.



조작감은 나쁘지 않다. 터치의 민감도가 적당해 원할 때 이어 버드를 누르면 꼭 누른 만큼 반응한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더블 탭. 주변 소리 모드를 켤 때는 오른쪽을 두 번 탭 해야 하는데, 이 간격을 좀 줘야 한다. 탭탭. 하고 누르면 음악이 멈추거나 시리(Siri)가 튀어나왔다.


탭(삑-)탭. 하고 젠하이저 모멘텀 TWS가 소리로 한 번 반응한 다음에 반박자 늦게 다시 한번 탭 한다는 느낌으로 터치하자. 글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탭과 탭 사이를 반 박자 늦게 한다는 느낌이면 된다.


통화 품질은 괜찮은 편. 완전 무선 이어폰의 통화 품질은 거의 착용자가 아닌 상대방이 평가하게 된다.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 상대방의 목소리야 명료하게 들리지만, 마이크가 입에서 떨어진 관계로 내 착용자의 목소리는 상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인 몇 명을 강제로 테스트에 참여시켜 얻은 결과는 '나쁘지 않다' 정도. 다른 비교군보다 평가가 두루 좋은 편이었다.



음색, 그리고 안정성

귓구멍에 끝을 넣고 살짝 돌려주는 것으로 이어폰을 끼웠다. 유닛이 커 보이지만, 실제 착용했을 때 프랑켄슈타인처럼 튀어나와 보이거나 멍청해 보이진 않는다. 아무려면 어떠랴. 부끄러움은 내 몫이 아닌 것을. 오래 착용해도 귀가 뻐근하지 않다.


음색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 우선 앞서 살펴봤던 앱 이야기로 돌아가자.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에 있는 EQ 설정의 설정 폭은 상당한 편이다. 극단적인 예로 베이스와 트레블 강조에 두면 문득 '이게 같은 이어폰인가?' 싶을 정도다.



7mm 드라이버에서 나오는 음악의 해상력은 놀랍다. 근래 들었던 완전 무선 이어폰 중 이만한 해상력을 구현하는 게 있었나 싶다. 아무 설정 없이 들었을 때, 공간감이 확연히 다르다. 다만, 이 공간감은 저음이 보강돼 느끼는 효과로 상대적으로 고음역이 조금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앞서 말한 극적인 EQ를 더하면 대충 원하는 음색을 맞출 수 있다.


여기에도 한계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지향점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베이스와 트레블을 모두 손본다. 그저 고음역을 살짝 덧대주고 싶을 뿐인데, 그러기 쉽지 않다. 대신 EQ설정이 편하고 직관적이니까. 하며 음악을 들었다.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는 블루투스 5.0을 채택했다. 덕분에 저전력, 그리고 강력한 연결성을 갖출 수 있었다. 블루투스 5.0과 함께 완전 무선 이어폰의 안정성이 대폭 상향 평준화된 느낌인데, 젠하이저도 이 수혜를 입었다. 마치 '이 정도 안정성을 갖췄으니, 이제 제품을 낼 수 있겠다.'라고 내보인 듯하다.


출퇴근 지하철, 사람 많은 거리, 사무실 등 쓰는 동안 끊김, 잡음, 유닛 사이 지연 단차, 음량 차이 모두 겪지 못했다. 멀티 페어링이나 왼쪽 단독 이용이 힘들다는 점 따윈 전혀 아쉽지 않을 만족스러운 안정성이었다.


SBC, AAC, AptX에 이어 aptX LL(Low Latency) 코덱 지원도 특징이다. aptX 중 지연시간이 상당히 낮아 영상 감상이나 게임 등에 활용하기 좋다. 다만, aptX LL을 지원하는 플레이어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 옥에 티. 이는 차차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39만9천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다. 쉽게 이 제품이 좋다고 권하기 조심스럽다. 정말 잘 만든 이어폰인 건 변함없지만, 상향 평준화되는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젠하이저에 섣불리 손을 가져갈 소비자가 많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지만, 권하고 싶은 이어폰이다. 비싸지만 제값을 하는 만듦새, 뛰어난 음질과 매력적인 음색은 가격 생각을 잠시나마 잊게 한다. 완전 무선 이어폰에 시들해졌던 감각을 순식간에 예민하게 벼려준 제품이다. 아마 한동안 이 예민함은 다른 완전 무선 이어폰을 팍팍하게 바라보게 할지도 모르겠다. 명가가 명가다운 제품을 내놨다. 지난 1년이 이런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서 준비한 시간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후일담

2019년 초에 만나본 충격적인 완전 무선 이어폰.

좋은 제품이었던 만큼 내부, 외부의 반응도 좋았다.


완전 무선 이어폰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이를 정리한 새로운 글을 발행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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