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분기 기준, Top10을 꼽아봤다.
얼마 전 완전 무선 이어폰에 관한 글을 정리하면서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이 성숙을 향해 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이는 너나 할 것 없이 제품을 쏟아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소비자들도 분명한 선택 기준에 따라 움직이고, 제조사도 이에 호응하는 제품을 내놓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견이야 있겠으나,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이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제품의 판매 추이와 점유율에도 유의미한 숫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시장 조사 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서는 작년 4분기 기준의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 정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 소비자에게 많이 선택받은 이어폰 순위다.
이번 글에서는 그중 하나인 전 세계 소비자에게 많이 선택받은 이어폰 순위를 바탕으로 어떤 이어폰들이 순위에 올랐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어폰이 순위에 들어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어쩌면 예고된 바일지도 모르겠다. 애플의 에어팟이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른 모든 제품을 합친 것과 비슷한 정도의 선택을 받았다. 실제로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애플 에어팟의 점유율은 60%에 이른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어팟2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세미 오픈형 완전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은 독자 칩셋인 H1 칩을 채택해 iOS 혹은 watchOS를 탑재한 기기와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뛰어나며, 맥OS, iOS 기기 간 전환도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면서도 뛰어난 음질, 케이스의 휴대성이 여러모로 뛰어나 밸런스가 좋은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세미 오픈형이라는 외형에 따른 착용감의 호오, 그리고 콩나물 디자인이라고도 불리는 마이크가 튀어나온 디자인에 관한 호오가 있을 순 있다. 그나마도 많은 이용자가 쓰면서 점차 희석되는 모양새지만 말이다. 무선 충전 케이스를 포함한 에어팟 2세대 가격은 24만9천원.
1위와는 큰 차이지만, 다시 3위와도 제법 차이가 나는 제품은 자브라(Jabra)에서 내놓은 자브라 엘리트 액티브 65t(Jabra Elite Active 65t). 제법 긴 이름이다. 자브라는 엘리트 시리즈를 통해 비교적 초창기부터 완성도 높은 완전 무선 이어폰을 내놓은 음향 전문 브랜드.
자브라는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를 시작으로 완전 무선 이어폰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재생 시간을 늘린 자브라 엘리트 스포츠 4.5를 내놨다. 그 후에 등장한 제품이 바로 자브라 엘리트 65t로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전체적인 음질을 손본 모델이다. 그리고 이번 문단의 주인공인 자브라 엘리트 액티브 65t 모델은 여기에 운동과 관련된 기능(심박수, 액티브 모드)을 더한 모델이다.
유닛 디자인이 처음엔 조금 당혹스러울 수 있고, 케이스가 무성의하다 싶을 정도로 부실한 경향은 있지만, 방수 기능도 뛰어난 편이고 균형 잡힌 음질을 체감할 수 있다. 가격도 초창기보다는 많이 저렴해졌다. 오픈 마켓 기준으로 10만원대 후반에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3위 이하로는 사실 유의미한 차이는 없지만, 우선 3위를 차지한 삼성 기어 아이콘X는 삼성전자에서 내놓은 완전 무선 이어폰이다. 1~2세대는 기어 아이콘X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삼성에서 기어(Gear)라는 이름을 제거하면서 3세대 완전 무선 이어폰은 ‘갤럭시 버즈’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갤럭시 S10 시리즈와 함께 노출되는 모델이 바로 이 갤럭시 버즈다.
삼성 기어 아이콘X는 이어폰 기능 외에도 자체 메모리를 탑재해 음악 파일을 넣어놓고 이를 재생하는 플레이어로 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개인적인 인상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어폰. 테스트해본 기기에서는 쓰다 보면 묘하게 음량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조금 짧은 재생 시간도 아쉬운 점. 코덱도 SBC와 SSC만을 지원해 음질이 살짝 아쉬웠다.
갤럭시 버즈가 새로이 등장한 만큼 자연스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오픈 마켓 기준으로 10만원대 중반에 제품을 살 수 있으나 권하지 않는다. 차라리 갤럭시 버즈(8만원대)를 고를 것.
4위는 제이랩 제이버드 에어 TW(JLab JBuds Air TW)라는 생소한 이름의 완전 무선 이어폰이 차지했다. 제이랩은 북미 지역에서 음향 기기를 공급하는 회사.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등지에서 많은 판매가 이뤄진다고 한다. 이 제품의 장점은 케이블 일체형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케이스에 USB 풀타입과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이 붙어있어 쉽게 기기를 충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49달러(한화 약 5만6천원)밖에 안 하는 저렴한 가격은 지갑을 관대하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을 것이다. 자사 홈페이지에서 100불 이하 무선 이어폰 중 점유율 1위*라는 안내를 달아두기도 했다.
* The NPD Group, Inc., U.S. Retail Tracking Service, Stereo Headphones, Bluetooth Capable, No wire/no band, Oct. 2018-Jan. 2019
실제로 들어본 바 없어 어떤 음질과 음색을 갖췄는지 알 수는 없으나 찾아본 리뷰와 후기는 비교적 호의적이라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했으리라 생각한다.
보스의 첫 번째 완전 무선 이어폰인 보스 사운드스포츠 프리(BOSE SoundSport Free)가 5위를 차지했다. 보스가 완전 무선 이어폰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노이즈 캔슬링’으로 유명한 보스였기에 새로운 완전 무선 이어폰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많은 기대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보스 사운드스포츠 프리에는 노이즈 캔슬링이 들어가지 않았으며, 이후 소니가 WF-1000X라는 모델에 노이즈 캔슬링을 넣어 출시하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음향 제품을 만들어온 짬밥(!?) 덕분일까. 첫 제품임에도 균형잡힌 음질과 해상력이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귓바퀴를 눌러 아쉬웠던 이어 가이드(스테이히어+ 스포츠 팁, StayHear+ Sport Tip이라고 부른다.)와 귀 밖으로 톡 튀어나와 '물방개'라고 놀림받았던 디자인이다.
나온 지 시간이 좀 지나 가격이 좀 내려갔다고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정가 29만9천원에 만나볼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 고를 만한 제품은 아니다 싶다. 보스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완전 무선 이어폰 출시를 예고한 만큼 이 제품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총 10가지가 있으나 우선 상위 5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곧이어 전 세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완전 무선 이어폰 6위부터 10위까지를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