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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Mar 29. 2019

RX0 II의 뜨거운 반응을 돌아보다.

브이로그(Vlog)용 카메라가 필요한 것

이 영상 후기

소니의 새로운 ‘브이로그용 카메라’ RX0 II를 보고 온 지 사흘이 며칠이 지났다. 바쁘게 기사도 쓰고 영상도 남겼다. 특히 영상은 욕심을 덜어 내자 하고 말을 대차게 줄였다. 보기엔 거의 내용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인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다.


소니가 제안한 '브이로그용 카메라'를 보고, 주변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이른바 '브이로그용 카메라는 이래야 한다.'는 몇 가지 생각이 남았다. 어떤 카메라가 브이로그용 카메라가 될 수 있을까? 아래는 그 조건과 괜찮은 비교 제품군.



브이로그용 카메라에게 필요한 것

1) 휴대성 : 작고 가벼운가?

브이로그용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휴대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특히 '일상을 담는다'는 브이로그는 언제 어디서나 카메라를 꺼내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렴 렌즈를 포함해 1kg가 넘는 DSLR을 매일 같이 들고 다니다가 일상을 담긴 어려운 일이니까.


예전에는 '이동형 사무실'이라 부르는 커다란 가방을 이고 지고 다닐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어떻게 하면 짐을 덜 들고 다닐까'를 고민하는 처지가 됐다. 스마트폰을 두고 '또 하나의 카메라'를 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휴대성에 누가 되는 만큼, 부담을 최소화할 휴대성은 브이로그용 카메라의 중요한 척도다.


2) 조작 편의성 : 쉽고 빠르게 찍을 수 있는가?

흔히 '셔터찬스'라는 이야기를 한다. 좋은 사진을 담는 찰나의 순간. 이 순간을 잘 잡아내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담겼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카메라, 빠르게 순간을 담아내는 것. 카메라가 빠르게 응답하고 쉽게 촬영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조작 편의성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일이다. 버튼의 배열이나 중요한 버튼에 주목도가 높아야 하고, UI는 직관적이고 학습량이 크지 않아야 한다.


3) 셀피(Selfie) : 나를 찍을 수 있는가?

소니가 RX0 II를 소개하며 밝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브이로그를 찍는 사람 중 상당수가 '자신'을 찍는다고 한다. 셀카 혹은 셀피(Selfie). 내가 바라보는 1인칭 시선보다 나를 바라보는 3인칭 시선을 선호한다는 것. 자연스레 나를 찍을 수 있는 요소가 브이로그용 카메라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나를 찍을 수 있는 요소라는 건 구체적으로 내가 찍힌 모습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수단이 있는지, 혹은 나를 배경이 아닌 주 피사체로 잘 인식하는지가 포함된다. 전자는 적당한 화각, 플립 혹은 스위블 디스플레이나 외부 디스플레이 지원, 후자는 빠른 연속 AF 속도와 얼굴 인식, 피사체 추적 등을 꼽아봄 직하다.



그래서 뭐 사지?

위와 같은 점을 만족하면서 브이로그용 카메라를 쓰기에 괜찮은 제품군을 꼽아보면 이런 조합을 골라볼 만하다.


1) RX0 II + 브이로그 그립

휴대성 : ★★★★☆

이미지 품질 : ★★★★★

조작 편의성 : ★

가격 :  74만9천원(RX0 II) + 9만9천원(브이로그 그립)


그래도 RX0 II 때문에 글을 썼는데, 가장 처음으로 올려줘야지. 작고 가볍고 튼튼하다. 브이로그 그립을 더해도, 빼도 휴대성은 뛰어난 편이다. 이미지 품질은 발군. RX 시리즈와 같은 1인치 센서에 알파 시리즈에 들어가는 비온즈 X(Bionz X) 화상 처리 엔진을 탑재해 EYE AF 같은 기능도 지원한다.


문제는 곳곳에 보이는 엉성한 점이다. 영상에서 지적했듯이 2세대 바디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엉성함은 RX0 II를 보고 매력을 못 느끼는 요소가 됐다. 조작 편의성은 개선되길 바라지만, 소니의 행보를 보면 그러지도 않을 것 같다. RX0의 어정쩡함을 극복했지만, 그 변화가 자연스러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2) 오즈모 포켓

휴대성 : ★★★★

이미지 품질 : ★★★

조작 편의성 : ★

가격 :  45만5천원


발표와 함께 큰 화제를 모았던 오즈모 포켓도 브이로그용 카메라로 쓸 만하다. 오즈모 포켓의 장점은 3축 모터를 이용한 짐벌. 손떨림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안정적인 느낌의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점. 작은 디스플레이는 아쉽지만,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UI는 칭찬해둘 만하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확장성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장점.


단점은 초기 구동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액세서리의 수량이 적고,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묘하게 불친절한 사후 서비스를 꼽아봄 직하다. 아, 저조도 환경에서 이미지 품질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점도 약점으로 꼽아둔다.


3) 고프로 히어로7 블랙 + 3-Way 마운트

휴대성 : ★★★★

이미지 품질 : ★★★

조작 편의성 :

가격 :  50만8천원(고프로 히어로7 블랙) + 9만6천원(3-Way 마운트)


액션캠 시장의 전통의 강자. 고프로(Gopro)도 여전히 매력적인 기기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완성도를 쌓아온 고프로는 이번 고프로 히어로7 블랙에 이르러 훨씬 원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도 영상도 상당히 뛰어나고, 특히 이번에 탑재된 하이퍼스무스 기능은 전자식 손떨림 보정이 얼마나 뛰어난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드러냈다. 풍부한 액세서리도 고프로의 강점.


그러나 액션캠 특유의 초광각을 제어하기 힘든 문제도 있고, 내가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마이크 성능도 주로 꼽히는 단점. 그리고 급격한 환경 변화(저조도 등)에서 하이퍼스무스가 미처 따라오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4) 스마트폰 + 셀카봉

휴대성 : ★★★★

이미지 품질 : ★★

조작 편의성 : 

가격 :  천차만별(스마트폰) + 천차만별(셀카봉)


지금 당장 손에 든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켜자.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브이로그용 카메라가 될 수 있다. 다른 선택지와 다른 점은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로 외부 채널로 발행하기가 쉽다는 점. 그리고 자체 편집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다만, 기종에 따라 화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 그리고 브이로그를 촬영하면서 스마트폰 대부분의 기능을 활용할 수 없으면서 생기는 실질적인 제약은 아쉬운 점으로 꼽아봄 직하다. 전문 촬영 기기보다 여러모로 빈약한 이미지와 사운드 품질도 덤.




추천 제품 4가지가 사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제품 같지만, 알고 보면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RX0 II의 시작은 사진을 찍는 '카메라'였고, 오즈모 포켓의 시작은 드론, 손떨림을 막는 짐벌이다. 마지막으로 고프로 히어로7 블랙은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는 액션캠이 시작이었다. 스마트폰이야 말할 것도 없고. 


서로가 바라보는 도착점은 비슷해 보여도 출발점, 그리고 도달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뻔한 이야기지만, 내가 촬영하는 영상이 어떤 영상인지를 고민해본 후에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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