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아이폰 SE2...
아이폰 SE 2세대(이하 아이폰 SE2)를 구매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사전예약에 참여하면 안 그래도 저렴한(?) 기기를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어떤 제품을 살 것인지 마음의 결정을 끝내서인지 고민 없이 선택 후 결제를 마쳤다.
128GB, 화이트, 애플케어플러스 가입... 재빠르게 결제까지 끝마치고 나니 역시나 주변에서 구매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온다. 일주일쯤 지나 출시일에 제품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깜짝 선물 증정식을 하면서 아이폰 SE2를 함께 열어봤다.
아이폰 SE2의 첫인상은 '작다', 그리고 '가볍다'. 다른 가벼운 스마트폰이 얼마나 많은데 아이폰 SE2(148g)의 무게더러 가볍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최근 아이폰의 무게는 나날이 이용자의 손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려보자.
아이폰 SE2는 '깃털처럼 가벼운 스마트폰'이었다.
아이폰 X, 그리고 아이폰 XS(177g)에 이어 아이폰 11 프로 모델이 기어이 188g을 돌파하면서 휴대성에 관해 진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만난 150g이 안 되는 아이폰 SE2는 과장을 조금 보태 '깃털처럼 가벼운 스마트폰'이었다.
5.8인치 디스플레이를 보다가 다시 돌아온 4.7인치 디스플레이는 역체감이 제법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에게 2020년의 4.7인치는 조금 답답할 수 있다. 또한 HD급 디스플레이에서도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다만, 이 아이폰 SE2의 주인이 약 4년간 아이폰 SE(4인치)를 써왔고, 최근에서야 중고 아이폰7(4.7인치)를 써왔기에 아이폰 SE2에서 역체감을 느끼지 않았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나 또한 5.8인치에서 4.7인치의 크기는 단박에 체감이 됐지만, 한편으론 노치 없는 깔끔한 화면이 반가웠다.
역체감이 없진 않지만,
한편으론 노치 없는 깔끔한 화면이 반가웠다.
지금 기준으로 넉넉한 베젤을 따라 내리며 보이는 홈 버튼. 아이패드 미니 5를 쓰기에 홈 버튼이 낯설지는 않지만, 스마트폰에서 보이는 홈 버튼과 터치아이디가 반갑다. 거의 4개월을 공들여 마스크를 쓰고 페이스 아이디를 인식할 수 있게 해놨지만, 여전히 밖에서는 지문인식을 쓸 수 있는 갤럭시 폴드를 먼저 꺼내 든 참이었다.
홈 버튼의 햅틱 감도를 설정하고 iOS13으로 돌아와 하단을 쓸어 올려 제어 센터를 열어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한편으론 홈 버튼의 유무에 따라 UI가 다르게 설계돼 있는데, 홈 버튼이 있는 인터페이스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아마, 더 이상의 변화는 생기지 않겠지.
아이폰 SE2를 만지다 보면 정말 '애플이기에 만들 수 있는'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성공을 거둔 디자인을 그대로 살리면서, 내부에는 최신 AP를 타협 없이 채택했다. 현시점에서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 다른 하드웨어 성능을 연산능력으로 찍어 눌러 버렸다. 그리고 편의 기능을 굳이 덜어내지도 않았다.
또한 애플의 꾸준한 소프트웨어 지원은 이 스마트폰이 '재활용 스마트폰'이 아닌 기존 디자인(홈 버튼)을 그리워하는 이용자를 위한 '좋은 선물'로 바꿔 놓았다. 그 와중에 디스플레이의 곡률 등을 세심히 바꿔 액세서리 업체와 소비자를 훌륭히 엿 먹이는(?) 꼼꼼한 모습은 덤이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지원은
이 스마트폰의 포지션을 바꿔버렸다.
과연 다른 제조사에서 이와 같은 선택을 했다면, 소비자들은 마찬가지로 열광할까? 아마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성공한 디자인이 없었고, 확신 또한 없었을 것이다.
기존의 구성품을 다시 잘 조합했기에 가격도 이처럼 매력적으로 뽑아낼 수 있었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AP와 자사 기기 중 가장 저렴한 가격. 서로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두 요소가 만나 소비자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게 됐다.
한국시장에서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신선한 역할을 들고 온 'LG 벨벳', 삼성의 중급기인 '갤럭시 A51', 그리고 '갤럭시 A71(퀀텀)'이 그 주인공이다.
아직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기에게 성패를 가름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나 매체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를 보면 상대적으로 아이폰 SE2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5G와 LTE의 선호도로 분석하고, 누군가는 코어의 절대적인 연산력으로 분석한다. 단순히 가격으로 가늠하는 메시지도 있다.
완전히 다른 OS를 탑재한 기기를 소위 '생태계' 운운하며 비교하는 게 올바른 비교인지는 의구심이 드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관점에서 이들을 살펴보자.
그렇다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은 '선택지가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가?' 혹은 '각자가 주장하는 가치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가치인가?'일 것이다.
애플의 생태계를 맛볼 수 있는 합리적인 엔트리 모델
이런 시점에서 아이폰 SE2가 갖춘 메시지는 단순하다. '애플의 생태계를 맛볼 수 있는 합리적인 엔트리 모델'이다. 최신 모델과 완전히 같은 성능, 버금가는 편의성, 보급형다운 저렴한 가격이 삼박자를 이룬다. 다른 경쟁 모델의 메시지와 비교하면 단순하고 선명하다. 매력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은 판매량이 말해줄 것이다. 어떤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드러났는지는 판매량의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쟁의 승리자는 애플의 승으로 끝날 공산이 높다. 그 가능성을 아이폰 SE에서 봤다.
원래 계획은 선물로 아이폰 SE2를 사서 간단히 보고, LG 벨벳과 A51 혹은 갤럭시 퀀텀 중 하나를 구매해보고자 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정말 내가 사고 싶은 기기는 무엇일까?'를 고민해보니 결국 답은 아이폰이었다.
결국, 그다음 주에 좀 더 다양한 테스트를 핑계로 아이폰 SE2를 한 대 더 구매했다. 그래서 아이폰 SE2에 관한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질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