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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노동자 Dec 13. 2020

로얄금속공업 HON 손톱깎이

디테일이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한다.

다양한 연재 기획을 고민하면서 아쉽게 묻힌 기획이 많다. 내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기획으로는 'Buy Once' 가 있다. 이름 그대로 단 한 번만 사는 것들에 대한 리뷰를 적어보자는 것인데 기획이 묻힌 이유는 그 '단 한 번만 사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에 있었다.


Buy Once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는 손톱깎이가 꼽혔었다. 생각해보면 손톱깎이를 사본 기억이 없기에 좋은 아이템이라 생각했다. 감염의 위험성 때문에 개인별로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군대에 가서야 알았고, 그 때 받은 777 개인용 손톱깎이 하나를 다시 여지껏 써왔다.


'이왕 사는 거 좋은 걸 써야지'


좋은 손톱깎이, '손톱이 잘 잘리는 손톱깎이'가 무엇인지는 이미 찾아봐서 알고 있다. 일본의 스와다, 그린벨, 카이(KAI). 그리고 우리나라 손톱깎이의 시초인 벨금속공업, 쓰리 세븐(777), 미성메탈, 로얄금속공업까지... 지금 쓰는 손톱깎이(777) 또한 좋은 제품이었기에 관심은 뒀으나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오늘 소개할 HON 손톱깎이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HON

손톱깎이


HON 손톱깎이는 로얄금속공업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라인의 손톱깎이다. 로얄금속공업은 이 제품을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올려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 앵콜 펀딩 요청이 이어져 2차 펀딩을 진행했다. 그리고 나 또한 2차 펀딩에 참여해 조금 뒤늦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믿거와(믿고 거르는 와디즈)'와 같은 오명을 뒤집어쓴 와디즈지만, 이는 다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도 비슷하게 겪고 있는 홍역이고 와디즈에서 이런 일을 어느 정도 방조하기도 했다고 생각하기에 최근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하진 않는다.


진짜 좋은 손톱깎이는 무엇이 다를까?


그런데도 HON 손톱깎이를 구매하게 된 이유는 앞서 말한 사라진 기획 아이디어, 그리고 '진짜 좋은 손톱깎이는 무엇이 다를까?'에 관한 호기심에 있다 하겠다. 그리고 로얄금속공업은 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였다는 믿음도 있었고.



제법 긴 시간이 지난 후 로얄금속공업의 로고가 새겨진 깔끔한 패키지를 손에 들 수 있었다. 패키지 안에는 HON 손톱깎이 본체와 PU 가죽 케이스, 그리고 재연삭 보증서(AS)가 한 장 들어있었다.


일종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수단


재연삭 보증서는 일종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10년 동안 총 3회에 걸쳐 재연삭을 보증한다고 한다. 다만 강인한 스테인리스 스틸과 달리 보증서는 연약할 수밖에 없고, 이 보증서를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회사에서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일련번호 등 제품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했을 텐데, 여기까지는 생각 혹은 노력, 또는 여건이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날,

날을 보자


가장 궁금했던 점이고, 또 다른 사람도 궁금할 만한 부분이 바로 '날'일 것이다. 로얄금속공업에서 '혼을 담은 손톱깎이'라고 자랑할 만큼 예리한 날을 갖추고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품의 품질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자랑하던 날의 상태는 어떨까?


사진을 보자. 날이 깔끔하게 절삭된 것을 볼 수 있다. 새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상당히 예리한 느낌이다. 기존에 써왔던 777 손톱깎이와 비교하면 어떨까? 지금껏 십 년이 훌쩍 넘게 써온 손톱깎이의 상태도 함께 살펴봤다.


가지고 있던 777 손톱깎이

상태가 나쁘진 않지만, 군데군데 이가 빠진 듯한 모습이다. 이런 형태는 손톱을 자를 때 손톱 끝이 깔끔하게 잘리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비교를 위해 집에서 굴러다니는 777 큐티클 케어 손톱깎이를 꺼냈다.


가지고 있었으나 날 쓰지 않던 777 큐티클 케어 손톱깎이

보관함에 오래 두고 가끔 아쉬울 때마다 한번씩 썼던 제품이라 그런지 약간의 오염을 제외하면 역시 날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가지고 있는 손톱깎이의 날 모양이 다르다. 777 손톱깎이는 손톱 모양에 맞춰 둥그런 모양이고, HON 손톱깎이는 일자형이다. 일자형이 원하는 부분만 자를 수 있고, 좀 더 좁은 면적에 힘을 줄 수 있어 깔끔하게 자를 수 있다고 한다. 발톱을 자를 때도 유용하단다.


둥근 모양은 자칫 넓은 면적을 자르다 부러지거나 끝이 말려들어갈 수 있다고 하나 이는 절삭력이 떨어지는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문제인 듯하다. 결국 두 날 모양은 손톱을 자르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걸로 갈리는데, 둥근 모양은 손톱 끝에서부터 둥글게 끝을 따라 잘라 단번에 잘라낼 수 있다면, 일자형은 조금씩 조금씩 말 그대로 '깎아나가'야 한다. 


일자형 손톱깎이는 말 그대로
손톱을 '깎아나가'야 한다.


실제로 손톱을 잘라보면 어떨까? 실제로 손톱을 잘라봤지만 세 손톱깎이 사이에 큰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손톱을 자른 후 남아있는 부분 등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어느 하나의 절삭력이 뒤떨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절삭력이 나쁜 손톱깎이는 손톱을 자르는 느낌이 아니라 잡아 뜯는 느낌이라고 하는데 가지고 있는 모든 손톱깎이가 그보단 나은 품질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정리하자면 비싼 손톱깎이에 걸맞은 품질을 갖추고 있으며, 만듦새는 다른 손톱깎이보다 뛰어나다. 절삭력이 뛰어나 손톱이 부드럽게 잘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일반적으로 손톱깎이하면 떠올릴 유광의 느낌이 아니라 무광 재질을 채택해 제품 디자인이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확실히 힘이 덜 든다는 느낌인데, 다른 손톱깎이가 손톱을 자르기 위해 엄지가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면 HON 손톱깎이는 상대적으로 짧게 움직여도 된다.


조금 어색한 파지감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좀 파지감과 누르는 느낌이 어색한데, 이는 금세 익숙해지리라 생각한다.


앞서 일자형 날 때문에 손톱을 조금씩 깎아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손톱을 여러 번 잘라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손톱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이때 손톱깎이 안에 있는 실리콘 부분이 제 몫을 한다.


로얄금속공업 설명에 따르면 실리콘 부분이 잘린 손톱을 물고 있어 툭툭 털어낼 때까지 손톱이 튀는 일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로 손톱을 잘라보니 튀는 부분 없이 실리콘에 잘 물려있었다. 플라스틱 케이지 모양의 손톱 튐 방지 부품보다 간단하고 편하다. 절삭력의 문제보다 이 실리콘 부분이 먼저 상하진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좋은 손톱깎이,
오래오래


우리는 일생 동안 손톱을 얼마나 자를까? 약 2주에 한 번 정도 손톱을 자른다면 1년에 약 26번 정도 손톱을 자르게 된다. HON 손톱깎이가 보장하는 약 10년 동안 우리는 260번, 5,200개의 손톱과 발톱을 자르게 된다. 이를 위해 조금 비싼 손톱깎이에 투자한다는 것.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좀 더 나은 경험을 위해 감수할 만한 멋진 경험을 샀다.


Buy Once라고 했지만, 손톱깎이는 반영구적인 제품이다. 결국 언제고 수명을 다 할 날이 오기 마련이다. 그 날이 오기까지, 좀 더 나은 경험을 위해 감수할 만한 멋진 경험을 샀다.




추천 이용자

손톱이 말끔하게 잘리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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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정보

구매처 : 와디즈, 로얄금속공업

가격 : 3만8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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