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잠시 스쳐 간 썸남을 실습지에서 만난 걸 끝으로 화려하고 다사다난했던 1차 실습을 마쳤다.
간호조무사 실습이 1차, 2차 나눠져 있는 건 아닌데, 임상실무를 더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에 자의로 실습처를 옮기겠다고 요청해 병원을 이동하게 됐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1차 종료, 2차 시작이라는 구분을 해본다.
1차 실습지에서 연예인, 유명인사, 10년 전 지인, 25년 전 친구까지 만난 것도 모자라 급기야 과거 썸남까지 보게 된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앞서 내가 있는 실습처가 꽤 알려진 병원이라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얼마나 유명한 곳인지 몸소 체감한 경험으로 20여 년 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싯적 지인을 간호조무사 실습 시작 후 한 달도 안 돼서 봤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거 말고도 마지막 날 있었던 일인데 과거 썸남을 만나 접수를 돕고, 잠시 후 그가 마취 상태로 잠들어 있는 걸 봤다는 건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그가 사는 곳과 가까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그 일이 정말 일어나 버린 것이다.
행여나 나를 알아볼까 KF94 마스크를 더욱 올려 당겨 얼굴을 가려보기도 하고, 내 옆으로 오기 전에 화장실로 도망가버릴까 별 상상을 다 했지만 구 썸남 손목을 잡고 감겨있는 이름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옆에 서 있기만 해도 그 사람이라는 걸 느낀 나와는 달리, 이런 곳에 내가 있을 줄 예상치 못한 그는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 일부만 보인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이런 유명한 곳을 떠나 다시 시작하는 곳은 아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곳은 쉽고 가벼운 질환으로 내원하는 병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 하루를 잡아 새로운 실습처에 가져갈 서류를 챙겼다. 처음 도착하면 서류 먼저 달라고 하기 때문에 학원에서 서류 파일을 받아 인쇄하고 빠짐없이 넣었는지 하나하나 살폈다.
명찰, 가위, 수첩, 네임펜 등 필기구와 물품을 챙기고, 실습복을 빨았다. 손세탁으로 목덜미와 바지끝단을 세심하게 비벼 땀얼룩이나 바닥에서 튄 오염물이 없게 청결하게 만들어 두었다.
1차 실습지에 처음 간 날, 난생처음 병원 실습을 하러 간 그날의 긴장감을 떠올리며 실습복 위에 실습화주머니, 가장자리에 각종 물품 넣은 지퍼백을 세워 넣고 가방을 쌌다.
이제 뜨거워질 날씨를 고려해 작은 양산도 하나 넣었다.
앞으로 있을 설렘과 궁금증을 안고 내일부터 일어날 새로운 일들을 떠올려 본다.
1차 실습지에서 시행착오랄까 싶었던 부분을 정리해 글로 써두고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대처 방안도 나름대로 짚어 보았다.
5월답지 않게 날씨가 쌀쌀해 점심으로 따끈한 칼국수 먹어야겠다. 새롭게 시작할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은 푹 쉬고 맛있는 것 먹고 내일부터 만보씩 걸을 다리를 달래며 힐링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