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복부 수술 환자가 되다.
막상 충수가 터지고 난 다음에는 통증이 처음보다 덜 했다.
충수염을 앓아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왜냐면 우리는 살면서 맹장이 터져 복막염이 되면 굉장히 위험하고 엄청 아프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맹장이 터지면 아프건 맞는데, 통증의 정도가 맹장이 터지기 직전과 터질 때가 제일 아프고 이후에는 덜 아프단 건 많이들 모른다.
그러니까 막상 터지고 나면 아프긴 아픈데 처음 보단 덜 아프다는 사실이 또다시 나를 미련 곰탱이 같은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어제 증상보단 덜 아프니까 나아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심히 착각을 한 것이다.
이 때라도 병원을 갔어야 했는데, 나는 그놈의 실습을 미루면 안된다며 또 출근을 했다.
충수염의 대표적인 증상, 오른쪽 다리를 들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마인드보다 실습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승용차 운전석 올라 탈때 오른쪽 다리 먼저 들어가는데 그게 안되서 양손으로 다리를 받쳐 들고 올릴 정도로 다리 들기가 힘들었는데도 출근을 했던 것이다.
그 사이 충수가 썩어 들어가고 복막염이 점점 심각해져 가고 있다는 건 전혀 모른채 말이다.
통증은 옆구리에서 갈비뼈까지 번져갔고, 밤에는 옆으로 누워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면 통증이 더 심해져 똑바로 누운 채로 한쪽 다리를 들고 있는 이상한 자세로 잠을 잤다. 이 때까지도 병원 갈 생각을 안했다니 바보인가 싶다.
결국 충수가 터지고 3일째로 추정되는 날 밤 스스로 힘으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당당히 응급실로 향했다.
그 당당한 모양새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배를 부여 잡고 옆구리가 아파 다리를 절룩 거리며 얼굴은 창백하고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듯한 모습으로 응급실 문을 열고는 말했다.
“일요일 밤에 급체 했는데 체증은 가셨는데 옆구리가 아파요.”
이 말을 하고난 후 나는 우리 모두가 큰 병원에 갔을 때 듣게 되는 누구나 한 번쯤 몹시 아픈 상태에서 심히 마음이 상했을 법한 그 말을 들었다.
“원무과 가서 접수 먼저 하고 오세요.”
아 그렇지, 원무과를 먼저 갔어야 하는 건 국룰인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접수를 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프로페셔널한 손길로 배를 눌려 본 후 심각하게 고통을 호소했던 부위에서 의사와 내가 동시에 교감했던 지점을 느꼈다.
둘 다 맹장 터짐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는 피를 뽑고 CT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며 머리빗 살 만큼이나 굵은 수액 바늘을 꽂아 링거를 맞으면서 응급실에서 빨리 나를 호출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검사 결과가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충수염이에요. 터졌어요. 바로 입원하고 수술 들어갑니다. 수술은 밤에 할지 내일 아침에 할지 정할 겁니다. 지금 입원 못하실 이유 혹시 있나요?”
“아니요 없어요.” 나는 말했다.
이제 이 때부터 일어난 긴박한 순간을 이야기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