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다.

by 실버반지

실습 나간 동기들이 오랜만에 모였다.


저마다 실습지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느라 재잘거리는 소리에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언닌 어땠어~?"

밥 먹으며 친해졌던 동네 언니에게 물었다.


"우린 힘들어. 병원 내에서도 유난히 힘든 부서라고 하더라고."


"너흰 어때?" 동네 언니가 나에게 묻는다.


"난 할 만해. 편하게 하고 있어." 간결하게 내가 답한다.


친한 사람, 알고 지낸 정도인 사람, 안 친한 사람, 데면데면한 사람 모두 일률적으로 하는 말은


'힘들다.'

'어서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이런 줄 몰랐다.'

'이제껏 한 게 아까워 꼭 써먹어야겠다.'


또 어떤 이는 실습하러 있는 동안이 둥둥 뜬 기름 같다고 말한 이도 있다. "내가 여기 왜 와있을까."라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따던 대학을 졸업하던 짧게 일하고 말더라도 얼마간 일을 했다면 준비하던 그 기간을 어쨌든 돈 버는데 활용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나는 너무 먼 미래를 걱정하고 두드려보다 돌다리를 깨버리는 케이스인데 앞으로의 2막 인생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중이다.


국비로 지원해 주고 학원만 잘 다니면 되니 쉬울 거라 예상하고 달려든 간호조무사 과정은 대다수 수강생들이 실습에서 무너진다.


포기하고 나가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만만하게 딸 수 있을 줄 알고 시작했던 게 오산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의미다.


전 국비지원 과정 통틀어 훈련 기간이 가장 길고 수강료가 가장 비싼 교육이 간호조무사 과정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음에도 실제로 발을 담가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괜히 기간이 길고 괜히 비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반드시 이 자격증으로 일을 할 것이다. 대부분의 동기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그 생각은 실습을 하면서 더 확고해졌다.


왜냐하면 그만큼 고생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간호조무사 과정 상담하러 학원 갔을 때 열이면 열 묻는 질문이 "실습 힘들어요?"라고 한다.


그 단계에서는 아무리 말해줘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자세히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엇 때문에 힘들다고 하고 무엇이 어려운지...

아 이건 정말 해봐야 안다.


그래서 우리 실습 동기들도 저마다 각자의 병원에서 서로 다른 부서에서 실습하고 있지만 길게 말 안 하고도 척하면 딱하고 찰떡같이 알아듣는 이유가,


이미 많은 걸 공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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