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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혜 Sep 23. 2015

두 번째 이야기

'연애 초기'에 대하여


김이박, 연애를 말하다

두 번째 이야기: '연애 초기'에 대하여





이 양    우리가 저번에는 썸에 대해서 이야기 했잖아.

            썸기간이 지나고 잘되면 이제 연인으로서의 시작인데, 여기에 고백이 빠질 수 없지.             

            다들 어떤 고백을 받았어?

김     나는 내가 사귀자란 말을 너무 오글거려서 듣기 힘들어 했어. 

            그랬더니 남친이 사귀잔 말 대신에 

            앞으로 잘해보자, 서로 노력하자는 식으로 말을 돌려서 해주더라고. 

            그렇게 연애가 시작됐어!

박 양    난 내가 남친한테 고백을 강요해서 강제 고백 받았어. 

            너나 좋아하니? 그럼 지금 당장 고백해! 

이 양    나는 좀 가물가물한데, 학교 지원동 옥상에서 새벽까지 얘기하다가 고백받았던 것 같아.

김     CC 부럽다……. 나 같은 경우는 남친이 처음에 고백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더라고. 

            내가 자길 남자로 안보고 아는 오빠로만 보면 어쩌지? 하고.

이 양    중요하지. 남자로 보느냐 안 보느냐!

김     그런 부분 중요하더라. 서로를 이성으로 보는 것.

박 양    맞아. 그게 전제가 되었을 때 사귈 수 있으니까.



이 양    남자로 보이는 포인트가 뭐야? 각자 다를 텐데.

박 양    나는 음 말을 예쁘게 할때!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엄청 좋아해

이 양    말을 예쁘게 할 때? 예를 들어 식당가서 종업원한테 감사합니다, 하는 그런 모습들? 

김     나도 그런 거 좋아. 인성이 보이는 부분이지

박 양    맞아. 그리고 내가 얘기할 때 “그랬구나”, “오늘은 그랬지?” 이렇게 예쁘게 대답할 때.

이 양    너무 좋아, 그런 말투! 내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같아서.

김     응. 나에게 집중해주는 느낌이 들어.

이 양    김 양은 남자로 보이는 기준이 뭐야?

김     나를 잘 챙겨주는 모습? 이럼 너무 애매한가?

이 양    어떤 점에서 챙겨준다는 걸 느껴?

박 양    왠지 알 것 같아. 사소한 배려?

김     내가 휴지를 찾는다 싶으면 건네주고, 물을 마시고 싶어 하면 물 따라주고, 

            술 마시는 게 버거워 보이면 술 잔 대신에 물 잔을 밀어주는 거. 센스와 다정함과 나를 챙김의 콜라보? 

            근데 이게 하는 척이 아니라 진짜 몸에 밴 거 있잖아. 

            말하다가 보니까 느꼈어. 내가 많이 까다롭구나…….

이 양    아냐. 남자가 나한테 집중하고 있다는 걸 그런 사소한 것에서 느끼는 거지.

            남자가 계속 나만 바라보니까 할 수 밖에 없는 행동들 말이야!

김     바로 그거야. 지금 남친은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술 꺾어 마신 것도 기억하더라고.

박 양    김 양은 확실히 첫 연애에, 연애초기라 그런지 초반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거 같네. 



이 양    좋지, 풋풋하고. 그런데 첫 연애라서 더 어려운 점도 분명 있을 거야.

박 양    첫 연애에서는 뭔가 서로 배려해주기 어려운 것 같아.

            둘 다 처음일 경우에는 정말 힘들어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니까. 

이 양    첫 번째 연애라. 그러면 고딩 때 했던 연애는 다 패스야? 

김     나는 솔직히 다 패스인 것 같아. 어렸을 때는 그냥 동경과 우정 이런 거였다고 생각해.

이 양    ‘이건 연애야!’를 정하는 기준이 뭘까?

김     진짜 연애는 그 당사자가 알 거 같아. 하는 사람이 알지요.

이 양    사귀자고 말이 오갔다고 다 연애는 아니라는 거?

김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박 양    반면 사귀자고 말 안 해도 연애일 수 있지.

이 양    난 좀 달라. 서로 사귀자고 약속이 오갔으면 연애라고 생각해. 따라서 고딩 때 했던 연애도 연애! 

            근데 의외로 사람들 사귀자는 말 확실하게 안 짚고 넘어가는 커플들도 많더라?

김     그렇더라고. 근데 나도 이번에 느낀 게, ‘사귀자’는 말도 참 중요한 거 같아. 

            원래 나는 ‘사귀자’는 말을 오글거려했다고 아까 말했잖아. 

            그래서 처음 고백 받은 날도 사귀자고 직접적으로 말이 오간 게 아니고, 

            “앞으로 잘해보자”, “서로 노력하자”는 식으로 돌려서 말했다고도 말했지? 

이 양    응, 말했어!       

김     그게 남친은 마음에 걸렸나봐. 두 번째 데이트할 때 정식으로 꽃과 함께 사귀자는 말을 했었어. 

            근데 확실히 “노력해보자”가 아니고 “사귀자”라고 말해주니까 느껴지는 게 달랐어. 

            그때부터 사귀자는 말의 중요성을 깨달았지. 

박 양    하긴. 확실하게 서로 말해주는 게 서로 뒤탈이 없을 것 같아.


이 양    꽃이라니. 나는 꽃을 올해 화이트데이에 처음 받아봤어. 

박 양    나는 엄청 많이 받았어 꽃은ㅋㅋㅋ

이 양    참나. 갑자기 남친 때리고 싶네…….

박 양    근데 내 남친도 내가 꽃을 좋아해서 더 많이 줬던 것 같아.

이 양    근데 솔직히 나는 꽃을 별로 안 좋아해. 꽃은 보기에는 좋은데 그 꽃을 처리하는 게 싫어.

김     나도 예전에는 친구들이 꽃 받는 거 보면서 “어휴, 저거 먹지도 못하고.” 이랬거든? 

            근데 막상 내가 받으니까 기분이 좋더라. 나도 여자더라고ㅎㅎㅎ

이 양    나는 차라리 그 돈으로 PC방 정액제를 끊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김     ㅋㅋㅋ그런데 다들 처음 연애할 때 주변사람들한테 바로 얘기했어? 연애한다고.

이 양    응. 나는 썸 때부터 동네방네 소문냈어. 

            왜냐하면 그 당시에 동아리 여자애들이 오빠한테 집적대서 견제할 필요가 있었거든.

김     견제해줘야지!

박 양    나는 한 세네 명한테만 말했던 것 같아. 세네 사람이면 모두 알린 거지ㅋㅋㅋ

이 양    썸 때부터 말하진 않았고?

박 양    아니다. 생각해보니까 나 썸 때부터 소문내고 다녔네.

김     이 사람들 아주~ 썸 때부터……. 

            나는 썸 때는 감춰두고 있다가 사귄다고 확정되었을 때 모두에게 다 알렸어.

박 양    알려야지! 숨기는 연애는 안 좋은 거야.

이 양    일방적으로 비밀로 사귀자고 하는 건 진짜 매너가 아니야. 

            서로 전제하에 비밀이면 몰라도……. 

            비밀로 사귀자고 하면 뭔가 얘가 뒤가 구린가? 혹은 내가 창피한가? 이 생각부터 들어.

김     맞아, 일방적인 비밀연애는 이기적인거지. 

박 양    쌍방 합의도 마찬가지야.

김     하긴, 뭔가 자기도 구린 게 있으니까 쌍방으로 합의해서 비밀 연애를 했겠지…….

이 양    쌍방 합의도 비밀연애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는 CC나 사내커플의 경우는 비밀로 연애하는 게 이해되던데? 헤어지면 타격이 크니까.

김     아! 그건 공감입니다.

박 양    나도 그건 공감. 그러면 다들 연애 초기에 존댓말 썼어, 반말 썼어? 

            우리는 남친이 한 살 연하였지만 서로 반말했어.

이 양    나는 오빠랑 3살 차이고, 초반에는 서로 존댓말 썼던 것 같아. 

            지금은 존댓말이랑 반말을 섞어서 쓰고 있지.

김     나도 네 살 차이인데, 존댓말이랑 반말 섞어서 하고 있어!

이 양    존댓말 반말 섞어서 하는 거 좋아. 

            다른 때는 몰라도 싸울 땐 존댓말 쓰는 게 좋더라. 확실히 험한 말이 덜 나가.

김     그런 것 같아. 그리고 존댓말이랑 반말을 섞어서 하니까 그것만의 묘미가 또 있더이다. 

            그럼 애칭은 따로 있었어? 내가 지금 연애초기라서 그런가? 궁금한 게 많아.



이 양    나는 따로 애칭 없이 오빠라고 불렀고, 오빠는 날 애기라고 불렀어. 

            나 원래는 커플끼리 애기야, 돼지야 이렇게 애칭으로 서로를 부르면 “으 왜 저래?” 했는데, 

            막상 남친이 나보고 애기라고 해주니까 좋더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진리인가 봐.

박 양    우린 처음에는 남친이 누나라고 불렀어. 근데 사귀고 여름방학 이후부터는 누나라고 안 부르더라.

이 양    연하가 누나라고 안 부르는 건 영원한 누나들의 설렘 포인트야. 설렌다, 오밤중에.

김     크흐……. 누나라니!

박 양    나는 누나라고 불렀으면 좋겠는데, 그 말을 평생 안 들어봐서 그런가? 

김     나도 누나라고 불러주는 거 좋아해. 가끔 오빠가 누나 하면 몰래 심쿵한다.

이 양    누나 소리도 좋아...근데 또 '너'라고 부르는 박력 넘치는 연하 남친도 좋고…….

            고르기가 힘드네. 아무튼 연하 이즈 뭔들.

이 양    근데 오빠가 누나? 한다고? 4살 차이인데?

김     장난치다가 갑자기 오빠가 “네, 누나” 이러면……. 귀여워!

박 양    진짜 설렌다. 연상이 누나라니.

김     귀여워 죽어. 오늘 또 시켜봐야겠다ㅎㅎㅎ



박 양    연애초기에는 아무래도 좀 어색하잖아, 서로 서로? 

            그런 상태에서 친밀도가 확 올라가는 계기가 뭐라고 생각해?

김     나는 잠들기 전 전화통화! 

            잠들기 전에는 감수성이 최고조라 그런지 솔직하게 모든 걸 이야기하게 돼.

이 양    맞아. 잠들기 전에 전화통화는 사귄지 얼마 안 된 커플에겐 필수코스라고 생각해. 

            매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또 싹트고…….

박 양    그런 것 같아.


김     나 또 하나 물어볼게! 연애초기에는 뭐 때문에 가장 많이 싸우나요? 

            요즘 그게 제일 걱정이야.

박 양    나는 연락문제?

김     연락이 잘 안 되는 거?

박 양    응. 연애초기에는 연락문제에 더 예민한 것 같아.

김     연락이 잘 안 될 때? 말없이 연락 텀이 길 때?

박 양    그런 것들이지.

이 양    연락문제가 참 부딪히기 쉬운 게, 이제 막 사귄 사이잖아. 

            그전까진 생판 모르던 사람과 새롭게 관계를 시작하는데 처음부터 다 잘 맞긴 쉽지 않지. 

            연락스타일도 맞춰나가야 할 텐데, 

            연애초기가 딱 그런 문제들을 맞춰나가는 시기라서 더 많이 부딪히게 되는 것 같아.

박 양    맞아, 나중에 맞춘 후에는 서로 이해하기가 쉽지.

이 양    남자는 더욱이 “연락을 왜 시시콜콜 해야 해?” 라고 묻는 경우가 많잖아.

김     상처……. 감정이입 돼.

이 양    물론 남녀를 떠나서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남자들은 하루종일 핸드폰 붙잡고 자주 연락 주고받는 스타일이 거의 없더라고. 

            그래서 나는 보통 남자들보다는 좀 더 여성스럽고 감성적인 남자가 좋은 것 같아. 

            아무래도 그런 부분을 더 잘 이해해줄 것 같아서.

김     맞아. 나도 조심스레 공감을 누른다!

박 양    연애 초기에도?

이 양    그런 남자들도 완전 연애초기에는 서로 알고 싶어서 1초라도 더 연락하게 되는데, 

            조금 지나면 남자는 원래대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잖아. 

            관계가 안정되면서 남자는 그냥 남자의 원래 연락스타일대로 돌아오는 건데, 

            여자 입장에서는 내 남자친구가 변했다고 생각하기 쉽고

            거기서부터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하는 것 같아.

            여자는 남자가 왜 변했는지 원망스럽고, 남자는 그런 여자가 이해가 안 되고. 

            그게 권태기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

박 양    나도 약간은 그런 것 같아.



김     그럼 연애 초기는 언제까지야?

박 양    연애초기는 3개월? 

이 양    나는 연애초기를 단순히 기간으로 보기보다는 ‘관계’를 기준으로 보는 편인 것 같아. 

            굳이 나눠보자면, 관계 전후로 연애 초기, 발달기 정도로 나눌 수 있으려나?

            물론 플라토닉 연애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진 못하는 부분이지. 내 개인적인 생각이야.

김     오, 연애초기에 대한 정의가 모두 다르네. 난 연애 초기가 딱 '100일'인 줄 알았어.

박 양    그거야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이 양    지금 또 생각났는데, 연애초기에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로 여사친 문제를 빼놓을 순 없어!    

박 양    맞아! 여사친이 있었네.

이 양    응. 연애초기면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상태잖아. 

            그런데 그 상태에서 여사친이든 여자동료든 제3자가 커플 사이에 끼어버리면 

            더 크게 상처 받는 건 당연해.


김     연애 초기에는 확실히 두 사람이 서로한테만 집중하는 게 제일 좋겠다. 

            아직 연애를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연애도 친구관계처럼 마찬가지로 소통과 교감인 것 같아.

이 양    맞아……. 진짜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 친구처럼 느껴져. 

            그래서 오래 사귀다 헤어지면 친구 잃은 기분이라잖아. 아주 오래된 친구.

박 양    맞아ㅋㅋㅋ 가장 자주 만나는 친구. 급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친구!

이 양    연애라고 특별한 게 아니고,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고 생각해.

            근데 김 양은 요즘 뭐가 제일 걱정돼? 연애초기에는 다들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어.

김     나는, 남친의 마음이 변할까봐! 이 마음이 분명 변할 걸 알아……. 

            지금처럼 이런 풋풋한 감정으로 오래 못 만날 걸 아는데, 

            그게 너무 무서워. 그걸 내가 못 받아들일까봐.

이 양    맞아, 내가 이거 말하고 싶었어. 변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말이야.

박 양    나도 연애초기에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감정기복이 심했는데, 

            이것 때문에 남친이 날 떠날까봐 그게 참 무서웠어. 내가 상대방을 힘들게 할까봐.



이 양    연애초기가 마냥 달콤하고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게, 

            설레는 마음으로 남자친구를 잘 만나다가도 딱 돌아서면 뭔가 불안감이 쑥 밀고 들어와. 

            과연 얘가 날 언제까지 이렇게 좋아해줄까? 하는 마음. 연애초기에 다들 그런 게 있나보다. 

            얘랑 언제까지 행복할까? 이런 불안감.

김     그래서 얼마 전에 남친한테 이 이야기를 했었어. 나중에 이렇게 나 안 좋아해줄 거죠?

이 양    남친이 화났겠다.

김     혼구녕 났지!

이 양    근데 때로는 그런 투정을 부리고 싶어. 

김     맞아. 상대의 마음을 확인받고 싶은 그런 게 있어.

박 양    현재를 즐기는 게 맞나봐.

이 양    현재를 즐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지금 그 시기를 지나와서 그렇지!

박 양    맞아. 어쩌면 연애초기는 아직 상대에 대한 테스트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시기일지도 몰라. 

이 양    그런 것 같아. 나도 지금은 그런 시기가 지났으니 하는 말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불안했어.

            이 남자는 또 언제 변할까? 

            혹시 전에 사귀던 애처럼 자기가 원하는 스킨십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서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 


김     역시 구남친은 악의 근원이다. 연애초기에도 두 가지 면이 있구나. 

            썸과 마찬가지로 모든 시기에는 이면이 있는 것 같아. 동전처럼!

이 양    동감이야. 그런 불안감이 가장 심하게 몰아치는 때가 언제인지 알아? 

            데이트 끝나고 집에 도착했을 때 그런 마음이 극도로 몰아쳐! 

            혼자 집에 도착하는 그 순간, 뭔가 마음이 싹 뒤집히면서 쓸쓸해지기 시작해…….

박 양    나도 그런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아. 이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싶었어. 

            장거리연애를 한 이후, 스스로 극복하게 되었지만!


김     다들 많이 불안했구나.

이 양    지속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할수록 불안한 마음도 커지는 것 같아.

            바꿔 말하면, 내가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니까 더 불안하고 신경 쓰이는 거겠지.

박 양    더군다나 연애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확신도 별로 없는 때잖아.

이 양    그런 면에서 보면 연애초기라 해도 썸이랑 별반 다르지 않네.

김     그냥 달라진 건 익숙해진 정도가 아닐까? 적어도 썸을 탈 때보다는 상대한테 익숙해졌다는 거?

이 양    연애초기에는 불안해도 잘 말 못해. 은근 자존심 상해서 그냥 꾹 참고 말아버리게 되더라. 

            내가 이거 집착하는 걸까? 싶어서 말 못해. 

            그렇게 가슴에 쌓아두다가 밤이 되고 새벽감성이 찾아들면, 빵 터져서 다다다 말 해버리고 후회하고. 

            남친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주고 그제야 난 마음을 놓지. 

            연애초기에는 이 패턴이 되게 여러 번 반복됐던 것 같아.

김     완전 공감! 나 마침 오늘 그 얘기 했거든. 내가 너무 간섭하고 있는 거 같으면 말하라고.

이 양    연애초기에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 

            집착하는 걸까? 아니면 다들 이 정도는 신경 쓰나? 그 정도를 아직 모르는 상태니까 더 어렵고 힘들지.

박 양    엄마가 그랬는데 부부 사이에도 가끔 그럴 때가 있대. 부부간에도 불안하고 초조해질 때가 있대.

김     사실 인간관계에서 불안하지 않은 사이는 없다고 생각해…….  완벽히 서로를 믿는 사이는 없을 거야.

박 양    맞아. 설사 서로에 대해 안다고 해도 확실하진 않으니까.

이 양    항상 불안하지 관계라는 건……. 죽기 전까지 불안한 거라고 생각해.

김     누군가를 완벽하게 믿는 건 종교 밖에는 없는 것 같아.



이 양    그러고 보면 사실 연애초기나 지금이나 불안한 건 마찬가진 것 같아.

김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사람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한 마디씩 말하고 이제 그만 정리하자. 벌써 1시간이 넘었어. 

이 양    좋아. 나는 연애초기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어.

            일단 시작한 관계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후회 없이 사랑하라고! 

            내가 고른 남자니까 다 벤츠겠지! 하고 무조건 믿자는 말은 아니지만,

            의심한다고 해서 그 사람 밑바닥을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박 양    지금 현재를 즐기는 게 좋아요!

김     하……. 왜 다 나한테 하는 말 같지?ㅋㅋㅋ

이 양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지금 네 앞에 있지? 그럼 그냥 사랑해~ 

            풋풋하면 풋풋한 대로 현재를 즐기고, 사랑하고 또 사랑받으면서 지냈으면 좋겠어.

박 양    맞아.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니까 후회 없이!

이 양    응. 연애초기든 중기 후기든 불안한 건 마찬가지니까. 할 말 끝!

            오늘은 박 양이 마무리 해줘요.





    박 양  :: 오늘의 갈무리

    영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인간은 '누가 자신에게 무엇을 해주는지'에 대해서 생각하지만,

    신은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연애 초기의 관계는 불안하죠. 아주 미세한 흔들림에도 금방 무너져 버릴 것 같아요. 


    우리는 인간이에요. 항상 누군가가 나에게 뭔가를 해주길 원하죠.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불안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자신을 탓하지는 말아요. 

    연애 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느냐'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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