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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혜 Sep 29. 2015

다섯 번째 이야기

남친소;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김이박, 연애를 말하다

다섯 번째 이야기: 남친소;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김     오늘은 나의 사연을 좀 들어줘. 나에게는 엄마같은 친구들이 참 많은 편인데,

            내가 연애한다고 말하니까 남자친구를 보여달라고 아주 난리 난리야.

            언제 어떻게 친구들에게 남친을 소개시켜야 할 지 고민이 생겼어.

            친구들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기 좋은 시기는 언제라고 생각해? 다들 언제 소개시켰어?

이 양    굉장히 애매하고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나는 한 친구가 우리 커플을 이어주다시피 했기 때문에 그 친구한테는 비교적 일찍 알린 셈이었고,

            동아리 커플이어서 동아리 사람들에겐 숨겼어. 그러다가 내 실수로 강제 커플인증을 하게 됐지.

            저기 저 박양과 술을 마시고 

            술집에서 학교 후문 편의점까지 네 발로 걸어서 와서는 오빠를 안아버렸어.

            동아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이야…….

            친구들한테 정식 소개한 건, 좀 더 지나서였던 것 같아!

박 양    흑역사, 나도 그때 잘 기억하고 있어ㅋㅋㅋ

            나는 CC라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었어.

            하지만 아는 언니를 따로 만난 적은 있었지. 만난 지 한 3개월쯤?

이 양    김 양은 언제 소개해줬어?

김     나는 일단 사귀게 되었다고 당일에 카톡으로 바로 이야기 해 줬던거 같아. 

            그리고 얼굴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다 소개시켜줬지.


이 양    그런데 소개하는 자리, 하면 술자리! 이게 공식이야?

박 양    아니, 꼭 그런 것만은 아냐. 밥을 먹을 수도 있잖아.

이 양    아버지들이 딸 남자친구랑 술먹는 것처럼 말이야. 다들 그런 거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 같아. 

            친구들도 부모의 마음을 가진 친구는 뭔가 그 친구의 남친과의 술자리를 만들어서, 

            그 남자의 술버릇은 어떤가, 에 대해서 좀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듯해.

김     내 친구들도 약간 벼르고 있었어. 

            (시어머니모드) 우리 김양 곱게 키워놨는데 어떤 놈이 데려가나 보자!

            이런 마음들이 있는 것 같더라고ㅋㅋㅋ

이 양    그런 심리가 조금 있는 거 같아. 술 마시면 아무래도 솔직해지니까.

박 양    하긴. 약간 그런거 같기도 해.



이 양    그럼 반대로 남친의 친구들을 언제 만났어?

김     샌애기는 아직이요.

박 양    설레겠네!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설렜지.

김     어때 어때? 나 궁금해.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해?

박 양    내 남자친구의 친구들은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었으니까, 오히려 더 친구처럼 누나처럼 편하게 대했어.

이 양    나는 내가 낯을 엄청 가려서 되도록이면 남친의 친구들을 잘 안 보려고 했어.

            3년 넘게 사귀면서 처음 소개받은 사람이 오빠네 부대 보좌관님이었지.

            오빠를 군생활내내 챙겨주신 고마운 분이었거든. 오빠가 하도 칭찬을 하길래 꼭 한 번 만나고 싶었어.

김     근데 정말 낯가리는 사람은 남자친구의 친구들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일 것 같아.

이 양    그래서 나는 남친의 친구들 만나면 뭔가 주도하려고 하기보다는 

            좀 뒤로 빠져있고 리액션 해주는 정도였어. 가끔 궁금한 거 물어보고!

김     나는 걱정되는 게, 내가 어디든 나서고 되게 주도하고 싶어하거든?

            그래서 남자친구 친구들 만나도 그 버릇이 나올까봐, 그게 걱정이야. 

            좀 조신한 느낌으로 가는 게 좋겠지?

박 양    나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김     그럼?

박 양    그냥 솔직한 내 자신을 보여주는 게 좋은 것 같아. 

            평생 남친 친구들한테 나 자신을 숨기는 건 어렵지 않을까?

김     자주 보는 게 아니라 가끔 보는 건데도 그럴까?

이 양    나는 "말이 많으면 실수도 많다"고 생각해서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선 최대한 말을 아끼게 되더라.

            그런데 김 양이 주도하는 성격이라면 선 잘 지키면서 주도해도 좋을 것 같아.

            분위기도 훨씬 더 활발해지고 즐거워질 거야!

김     그렇군. 자주 보게 되면 솔직하게, 자주 안 보면 말을 아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군.

이 양    예의만 차린다면!

김     중요한건 늘 예의지.

박 양    근데 아마 만나는 자리에선 굳이 김 양이 주도를 안 해도 주도하게 될 수도 있어. 

            남친의 친구들은 상당히 친구의 여친에게 관심이 많더라고. 날 엄청 챙겨주던데.

이 양    ㅋㅋㅋ그래? 난 쩌리됏어. 보릿자루가 되었다.

김     그래, 그럴 거 같아. 내 친구는 막 남친 친구들이 얘 왜 만나요? 어디가 좋아요? 이런 거 물어봤대.

박 양    그런 거 꼭 물어봐요.

이 양    나는 그런 거 말해주던데. 남친이 군대에서 맨날 여친 얘기 하고,훈련받다가도 여친 찾고 그랬다고. 

            그런 소소한 에피소드들 다 말해줬었어.

김     근데 그 소소한 에피소드도 주의해야 해. 

            왜냐면 나의 경우에는, 내친구들이 남친 앞에서 과거이야기 하려고 하더라고……. (욕) 

            내 과거가 탈탈 털릴 뻔 했지.

박 양    안 돼, 그런 건……. 생각만 해도 무섭다.



김     근데 남자친구의 친구들을 보거나 

            내 친구들을 남자친구에게 소개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박 양    난 남자친구의 친구들은 꼭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해.

김     오, 단호해. 왜?

박 양    왜냐하면 친구들을 봐야 내 남자친구를 알 수 있거든. 어느정도는? 

            얘가 이런 친구들이 있었구나, 이런 친구들이라면 안심할 수 있겠다, 뭐 이런 생각도 들고.

김     이 양은?

이 양    나는 딱히 중요하다 생각하진 않아.

            근데 내 친구들한테는 소개해주고 싶어! 자랑하고 싶어, 언제나.

김     나는 자랑보다는 약간 애들한테 안심용이었던 것 같아. 확실히 맘들이 많아서ㅋㅋㅋ 

            이 남자랑 만나고 있어요. 내 남자 잘 부탁해. 이런 느낌?

박 양    근데 내 친구들은 내 남자친구를 보고 싶어 하는데, 남자친구는 좀 부담스러워 하더라. 

이 양    부담스러운 건 이해하는데, 만약 내 남친이 내 친구들을 소개받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하면 

            그건 그것대로 섭섭할 것 같기도 해……. 

김     나도 그게 걱정되더라고. 남친이 그래도 아직까지는 잘해주고 있어서 안심이지만.

이 양    얼마 전에 만나봤는데 남자친구분 성격 좋으시더라.

            참 그리고 친구 소개에는 이런 기능도 있을 것 같아. 

            나중에 남친 때문에 내가 화나는 게 있어서 친구들한테 고민상담을 할때도 있잖아, 

            그러면 친구들이 나서서 남친 쉴드 쳐줘. "야 그럴 분 아냐!" 하면 그게 또 기분 좋고 힘이 되더라.

            왜, 친구가 말리는 연애는 하지 말라잖아……. 

            그것과 반대로 친구들이 나서서 칭찬해주는 남친은 또 좋은 남친더라고!

김     맞아. 내가 이 양 남자친구분을 봤는데 쉴드 열심히 쳐드리고 싶어. 참아, 이양아……. 참아. 이렇게!

            나도 처음에 친구들한테 남친 소개할 때는 솔직히 걱정됐었어. 

            혹시 내가 콩깍지가 씌어서 이 남자가 괜찮아 보이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런데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면서 안심이 되더라.



이 양    근데 친구랑 소개시켜줬더니 바람나는 경우도 허다하다더라.

박 양    나도 그 얘기 많이 들었어. 그런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어. 

김     이것이 바로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내 친구를 믿었기에’ 아니겠어?

박 양    근데 뭔가 그게 열등감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양    열등감?

박 양    응. 남자친구의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는 거야. 

            그래서 자기 친구의 여자친구를 뺏고 싶은 것일 수도 있어. 이건 그냥 내 추측이야ㅋㅋㅋ

이 양    하긴, 열등감을 평소에 갖고 있다가 그렇게 나쁘게 발현될 수도 있겠다.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리도 있을 수 있겠지?

김     아니면 그냥 예쁘고 괜찮아보여서 친구를 배신해서라도 내가 가지겠다, 이런 단순한 이유일지도 몰라.

이 양    태생적으로 스릴을 즐기는 사람일 수도 있을 거야.

김     아무튼 그 어떤 이유로라도 바람은 안 되는 거야.

이 양    진심 이해 불가야.

박 양    진짜! 봐줘서는 안 돼.


이 양    그럼 만약에 남친의 친구들이 별로다! 그럼 그 문제로 헤어질 수도 있어?

            내 남친은 착한데 친구들만 별로야. 이게 헤어지는 사유가 되나?

김     나는 남친 처신에 따라 다른 듯.

박 양    친구들이 나쁘다고 내 연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죠. 

            결국 판단은 내가 하는 거지만, 나라면 그 남친의 친구들을 엄청 경계하겠지. 

            걔네랑 만난다고 해도 경계하고, 걔네랑 놀지 말라고 하고.

이 양    근데 난 남친이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별로면 헤어지는 거 고려해 볼 것 같아! 

            끼리끼리는 불변의 법칙이라 생각합니다.

김     극단적으로 말해서 남친 친구 중 한 명이 더럽게 놀아, 

            그래서 나는 그 친구를 안 만났으면 한다고 생각하는데 남친이 친구쉴드를 쳐. 

            나라면 그건 이별 사유야.

이 양    상상하니까 화나는데? 처신이 정말 중요해.

박 양    나도 그런 상황이면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이 양    나는 남친 친구들이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친구들이었으면 좋겠어. 

김     맞아.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 있으면 내가 자극 받듯이 

            남친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이 양    남친이 바른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자주 안 볼 거 같아. 한심해하지 않을까?

박 양    옆에는 두고 있어도 깊이 챙기지는 않겠지. 그리고 그런 친구는 여친한테 소개 안 할 것 같아.

이 양    맞아. 오빠도 친구들 중에 별로인 애, 예를 들어 말이 툭툭 나가는 애라든가 

            성격이 나랑 안 맞을 것 같은 친구는 남친이 아예 소개시켜 주고 싶지 않다더라고. 

            그것도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 

            나는 내 남친이 친구가 나쁘고 착하고를 떠나서 친구 성격이 내 여친이랑 성격이 상극이다 싶으면 

            애초에 남친 선에서 커트해줄 사람이었으면 해.

김     그거 중요해. 나도 친구들 소개시켜줄 때 어떤 친구들한테는 애초에 보여줄 엄두도 안 나더라.

박 양    아무래도 다르지. 맞아. 그래도 너무 숨기면 의심이 필요해. 

이 양    숨기는건 안돼! 그건 신뢰의 문제고.

박 양    얘도 안 되고, 얘도 안 되고, 이러면……. 

이 양    그럼 자연스레 느껴지겠지. 아하, 내 남친도 소개 못 시켜준다는 그 친구들과 비슷하겠구나~


김     아, 이야기 들으니까 생각난 건데 내 남자친구랑 이 양이 만난 적이 있었잖아?

            그래서 나중에 남친한테 물어봤어. 내 친구랑 만났는데 어땠냐고.

            그러니까 남친이 대답하길, 내가 평소에 어떻게 이야기하고 노는 지 알 수 있었대. 

            나랑 이 양이랑 둘다 말투도 조곤조곤 하고. 여러모로 둘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더라.

이 양    오, 맞아! 오빠도 그랬어. 내 친구들이랑 나랑 말투가 비슷하다고! 농담하는 것도 비슷하고.

            아무래도 말투는 자주 대화하다 보면 닮는 듯ㅋㅋㅋ

김     친구는 진짜 거울인 것 같아, 나의 거울. 

            서로 연인의 거울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감정이겠지.

            그래서 나는 친구의 연인을 만날 때 더 신경 써! 

            친구의 연인은 나에게서 분명 자신의 연인의 모습을 볼테니까. 

            차분하게 친구의 기를 살려주려고 노력해.

이 양    그런 거 참 중요하지. 

            그리고 친구의 남친이 모르는 내 친구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도 친구의 역할이라 생각해.

            예를 들어, 친구가 남친이랑 연락하거나 남친 얘기할 때마다 방긋방긋 웃는다! 

            그럼 그걸 캐치해서 친구의 남친에게 살짝 전해주는 거야.

            그러면 남친도 기분 좋고 친구도 자기 입으로 말 못 했던 부분을 말해주니 얼마나 좋겠어.

김     진짜 좋아하시더라구요……. (숨는다)

박 양    맞아! 친구가 얼마나 남친을 좋아하는 지 얘기해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이 양    커플 사이에서 친구만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어.

김     최대한 플러스가 되도록 노력을 하는거죠. 

박 양    맞아. 친구가 친구 남친과 친구 둘 다 배려해줘야겠지!

김     사실 나는 이번에 첫 연애를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있어.

            특히 이번에 친구들에게 내 남친을 소개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친구들에게 더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하고 느꼈어!

            다들 남친한테 "우리 김 양 잘 부탁해요." 라고 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감동받았거든.

박 양    그런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이 양    연애가 그런 것들을 다시 느끼는 계기도 될 수 있네! 이제까지의 인간관계가 인정받는 계기.

박 양    그러게. 김 양은 여태까지 잘 살아왔나봐. 마음이 따뜻해진다.

김     진짜 따스해졌어. 여기 저기 사랑 받는 기분.

            남친도 친구들을 만나고 이렇게 말해줬어. 

            "김 양이 많이 친구들한테 많이 사랑받으니까 나도 더 잘해줘야겠다"고……. 진짜 감동이었어. 

            처음에 내 고민으로 시작된 이번 이야기가 훈훈하게 끝나서 더 기분이 좋구만!

이 양    김 양의 고민에서 출발한 주제지만, 나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주제였어. 

            우와, 그러고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 김 양이 오늘 마무리 해주세요!





       :: 오늘의 갈무리         

    

    연인에 대해서 사소한 것 하나까지 알고 싶은게 사람 마음인데,

    연인의 거울인 친구에 대해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는 느낌도 드네요. 


    궁금해 하는 마음도 좋지만 어느 정도 예의와 선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순간의 실수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나의 연인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겠죠.


    어떠세요? 연인의 거울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나요?

    혹은 연인에게 당신의 거울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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