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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혜 Sep 29. 2015

일곱 번째 이야기

연애의 갑과 을

김이박, 연애를 말하다

일곱 번째 이야기: 연애의 갑과 을




김     갑과 을, 요즘 이런 말 많이 하잖아. 

            사회에서도 갑과 을이 있듯이 연인 사이에도 갑과 을이란 게 있지 않을까? 

            만약 있다면 도대체 누가 갑이고 을인지 궁금해지더라고.

            여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이야기해 보자!

이 양    당연히 갑과 을은 존재해. 연애에서 서로 위치가 동등한 건 정말 찰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언제나 미세한 차이로라도 갑과 을로 나뉘어 연애하는 것 같아.

김     연애 초반에?

이 양    아니, 그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아. 

            언제는 내가 갑이었다면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내가 묘하게 더 매달리고 애타하는 을이 되고.

            그렇게 계속해서 갑을관계가 바뀌는 것 같아. 연애를 하는 내내 말이야.

박 양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근데 겉으로 보이는 갑과 실제 갑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김     동의해. 내가 지금 박 양 말에 엄청 공감하는 게 뭐냐면, 

            내가 언니랑 여동생이랑 셋이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언니가 그러더라고. 

            "많이 사랑하는 게 지는 거 같지? 근데 나중에는 그 사람이 갑이 되는거야." 라고.

박 양    맞아. 그건 그렇게 생각해.

이 양    그런 것 같아. 단순히 내가 그 사람을 더 좋아해서 을이야! 이러기에는 좀 무리가 잇는 거 같아. 

            난 그걸 표현으로 연장해서 생각하거든? 표현 많이 해주는 쪽이 나중에는 갑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사귀는 동안 쓸데없는 자존심에 표현을 아끼는 건 반대해.

김     하긴. 그래야 후회가 없으니까.

박 양    맞아. 그리고 무슨 말을 할 때 더 당당할 수 있겠지?



김     나는 연애가 처음이라 표현이 아직은 어색한데, 마음은 이만큼인데 입 밖으로는 잘 안 나가는 거야. 

            근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밖으로 내보내야지."

            "상대가 궁예도 아니고 내 마음을 읽게만 할 수는 없어." 이런 생각이 들어. 더 노력해야겠다!

박 양    근데 나도 걱정인 게 나도 표현을 잘 하는 편은 아니어서 가끔씩은 남친한테 미안하기도 해.

이 양    나도 그렇긴 해. 그래서 내가 쓰는 방식은 편지!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박 양    편지 진짜 좋다!


이 양    그렇다면 다들 갑을관계를 전복시키는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해?

김     누군가의 잘못? 사건?

박 양    음, 나는 싸움?

이 양    난 갑을관계가 바뀌는 것도 되게 자연스러운 부분 같아 ㅋㅋㅋ 물 흐르듯이 스르륵 전복되는 거지.

김     하긴 감정이란 게 "여기서부터 내가 더 많이좋아한다~" 이런 게 절대 아니잖아.

박 양    맞아.

김     딱 시기가 정해지는 것보다도 감정의 흐름대로 정말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 같아.

이 양    그런데 생각해보면 '싸움'도 충분히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만큼 했는데 상대가 배려 없고 무례하면 어느 순간 내 쪽에서 탁 놓게 되잖아. 

            그럼 상대는 깜짝 놀라는 거야. 어라? 얘 나 되게 좋아했는데 왜 이러지, 하고. 

            그게 갑을관계가 전복되는 순간은 맞지.

김     맞아….

박 양    한 번 싸우고 나면 바뀌긴 하는 것 같아. 서로에 대해 실망도 하고. 

            그리고 싸운 후엔 '이러다 헤어지면 나만 힘들겠지?' 이런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면 내가 을이 되는 거지.

이 양    이별을 먼저 생각하는 쪽이 을인가봐, 그러고 보면? 뭔가 슬프다.

박 양    그러네.

이 양    그래서 후폭풍 같은 것도 갑에게 오는 거 아닐까? 

            이별을 먼저 예상하고 맞는 사람과 미처 생각지도 못한 채 이별을 맞는 사람의 마음은 분명 다르겠지.

김     내가 이번에 첫 싸움 같지 않은 애매한 싸움을 하면서 느낀 바가 여기에 다 나오는 거 같아. 

            감정의 폭풍 속에 휘말려 있다가 이 양과 박 양이 말하는 것들을 들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어.


이 양    나는 갑이 된 사람에게 찾아드는 감정이 바로 권태라고 생각해.

박 양    이게 권태감인지 마음이 식은 건지는 그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이 양    단순히 연애 중에 한 부분으로 스쳐가는 권태로움이냐, 

            연애 자체에 맘이 식었냐를 결정짓는 것은 싸운 후에 상대가 화를 풀어줄때 내 마음이 녹으면 권태.

            풀어줘도 '아, 얘 어차피 또 그럴 거야.'라고 느끼고 포기하게 되면 마음이 식은 거라고 생각해. 

            다시 잘 되도 다를 게 없겠지? 얜 또 이럴 테니까, 라고 단정 짓는 순간 연애도 위태로워지는 거겠지.

김     오….

박 양    나는 그래서 처음에는 먼저 사과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생각했었어. 

            서로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싸움이 더 크게 번지기도 했지.

이 양    사과하는 거 참 중요해. 흔히 먼저 사과하는 게 을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자신이 갑이니까 더 쉽게 사과할 수 있는 것 같아.

            결국 내 속을 온전히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은 갑이지, 을이 아니거든. 

            을은 자기 속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아. 왜냐면 자기가 상대를 더 좋아하고 있는 걸 본인도 아니까.

            들키지 싫은 거지.

김     더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야기 해보면 해볼수록 느끼는 건데, 우리 사이에도 내가 을이구나 싶어.

이 양    나도 을이야ㅋㅋㅋ 내가 더 애타하는 것 같아. 데미지도 더 크고. 

            연애하는 동안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예를 들면 둘이 싸웠다거나? 

            그런 사건을 겪을 때 데미지가 더 큰 쪽은 아무래도 을인 것 같다.

박 양    나는 갑처럼 보이는 을이야.

김     여기 다들 을만 모였구만ㅋㅋㅋ 나는 내가 갑인 줄 알았는데 완전 을이야. 오늘 얘기해보고 깨달았다.

박 양    그러게. 을만 모였네 여긴. 갑인 여자들도 엄청 많을텐데……. 



김     그럼 갑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사랑해주고 표현해주면 되는 걸까?

이 양    나는 그렇다? 

            적어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면 본인이 본인을 자기 입으로 갑이라고하진 않을 듯해. 

            늘 "내가 더 널 사랑해." 라고 생각하고 연애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 

            객관적인 갑을관계를 따지기 전에 말이야.

박 양    우와,  멋있다……. 

김     올……. 

이 양    갑자기 생각난건데 TV에서 누가 나와서 한 말이 생각난다.

김     뭐라고 했는데?

이 양    그 사람이 내게 좋은 사람인지 아는 방법은 

            내가 그 사람으로 인해서 바뀐 모습이 내 마음에 들면 좋은 사람이라고. 

            그 사람이 좋은 연인인지 나쁜 연인인지는 내 안에 이미 정답이 있는 거지. 

            그런데 위험한 건 자기 스스로가 그걸 외면하는 순간이야. 

            그게 좋은 연애인지 아닌지는 사실 내가 제일 잘 아는건데 그걸 외면하다니.

박 양    난 솔직히 지금 바뀐 내 모습은 마음에 드는데 더 바뀌고 싶지는 않다. 지금이 딱 좋은 것 같아.

김     나는 주변에서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 

            근데 바뀐 모습이 (아직까지는) 더 좋은 거 같아서 내심 안심이 된다. 

            요즘 사랑스러워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이 양    나도 바뀐 모습이 더 좋아. 연애하고나서 좀 더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어. 

            누군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만큼 영향력이 큰 것 같아.

김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아. 

            내가 연애하면서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남자친구한테 해줬더니, 

            내가 잘하고 있구나, 라고 말하더라!

박 양    맞아, 삶에 활력을 주는 것 같아. 달달하다. 

            혹시 사귀면서 내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이 양    주도권이라기 보다는…….  

            나는 남친에게 있어서 친구보다도 내가 더 윗순위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


김     갑자기 나 궁금한 게 생겼어. 

            만약 남친이 "미안한데 친구와 너 둘 중에 누가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하지 않아." 라고 하면 서운할까?

이 양    완전 서운하지.

박 양    당연히 서운한 일이야.

이 양    친구와 연인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해. 그건 군대를 보낸 후에 기다리는 태도에서부터 갈려. 

            군대에 간 남친을 기다리는 마음의 깊이를 생각해봐.  

            친구는 친구들 중 하나가 간 거고 애인은 단 하나 뿐인 애인이 간 거야. 

            친구의 마음과 애인의 마음은 엄연히 다르잖아!

박 양    사귀는 동안 만큼은 친구들보다도 내가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만약 친구가 그것 때문에 서운해한다면 그 친구도 좋은 친구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이 양    나도 그 말에 동감해. 친구와 애인이 주는 기쁨의 깊이가 진짜 같아? 난 아닌 거 같아.

김     다르지.

박 양    그게 만약 같으면 굳이 왜 애인을 사귀어? 그냥 친구만 많이 만나고 다니면 되지.

            그 편이 훨씬 더 자유로울텐데.

이 양    김 양이 그걸 물어보는 이유는 뭐야? 설마 남친에게 그런 말을 한 거야?

김     사실은 그래. 내가 워낙 약속이 많으니까 우선순위를 오빠로만 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었거든. 

            연애 초반이니까 오빠는 계속 만나고 싶어하는데, 그 와중에 친구들도 만나야하고. 

            근데 그 말이 남친에게 되게 상처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박 양    오빠가 그건 서운할 수 있겠다. 괜찮아. 앞으로 잘 하면 되니까.

김     응,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오늘 대화는 나를 성장시키고 있어…….  

박 양    물론 남친도 중요하지만 친구들도 당연히 챙겨야지.

            연인만 챙기다가 친구들 다 잃은 케이스도 빈번하게 보여.


이 양    나도 초반에 남친보다도 동아리 사람들이랑 더 많이 놀았었는데, 

            그때 오빠가 참 서운했었다고 나중에 가서 말해주더라고. 

            그건 초반에는 잘 몰라. 오히려 잘하고 잇다고 생각하게 되거든.

            내가 친구와 남친 사이에서 잘 처신하고 있구나.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잘 하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좀 더 생각을 해보면 오히려 초반에는 남친에게 더 신경 써주는 게 맞는 것 같아.

박 양    그렇게 착각하기 쉬운 것 같아, 진짜.

이 양    난 약속을 펑크내고 가지 않는 이상, 

            너 남친 너무 자주 만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삐지는 친구는 좀 아니라고 생각해.

            오히려 커플이 이제 막 가까워지려고 하는데 친구로서 좀 더 거릴 두고 응원해줘야지!

박 양    맞아. 나도 그래서 요즘은 아예 남친을 만나는 요일을 정해놔.

            그래서 그 요일엔 다른 친구들과 절대 약속을 잡지 않지. 나름 합리적인 방법을 찾은 것 같아. 

김     오! 그래서 나도 월요일은 무의식중에 약속을 안 잡아. 그 날이 남친 공강이거든.

이 양    응.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배려지.

            결론은 연애 관계에 있어서 갑을이라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갑을이 딱 드러나는 것은 권태기가 가까워 올 때 쯤이거나 헤어질 날이 가까워오는 신호라고 생각해. 

            그것 외에는 서로 을이 됐다가 갑이 됏다가 반복하면서 사귀는거 아닐까? 

            스스로를 을이라 생각하면서 말야ㅋㅋㅋ

김     맞아. 또 갑을관계라는 게 서로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박 양    갑을관계는 수시로 바뀔 수 있고, 그것에 대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거. 

            아까 이 양 말대로 행복한 연애는 연인들 모두가 을이라고 생각하는 연애인 것 같다.

김     내가 전에 갑을에 대해서 남친한테도 물어본 적이 있는데, 남친이 우리에게 갑은 시간이라고 하더라고. 

            "시간이 갑이야.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연인들이 헤어지니까. 

            두 사람이 누가 갑이다 을이다 할 새가 없더라고" 라고. 그 말이 좀 인상 깊었어.

이 양    아무래도 오늘 마무리멘트는 김 양 남자친구가 해줘야 할 것 같은데ㅋㅋㅋ

            하지만 이미 오늘의 마무리멘트는 박 양이 준비해왔기 때문에! 박 양, 부탁해요.





    박 양  :: 오늘의 갈무리         

    

    갑과 을.

    세상의 모든 관계에는 갑과 을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연인관계에서도 그럴까요?


    연애를 하다보면 내가 을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나는 너무 보잘것없고, 이 관계에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내가 더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러니까 내가 항상 지는 것 같죠. 


    하지만 연애에서 갑과 을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런 건 수시로 바뀌게 마련이죠.

    좋은 관계는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지거나 이기는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니까 갑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때로는 을이 되고, 때로는 갑이 되어 마음껏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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