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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혜 Sep 30. 2015

여덟 번째 이야기

곰신에서 꽃신까지

김이박, 연애를 말하다

여덟 번째 이야기: 곰신에서 꽃신까지




이 양    오늘 드디어 처음 기획할 때부터 계속 얘기가 나왔던 '곰신'에 대해 이제 해볼 시간이 왔군요.

            다들 곰신이란 단어는 알고 있지? 

박 양    당연히 알고 있지. 

            남친을 군대에 보낸 여자를 고무신이라고 하는데, 고무신을 줄여서 좀 더 귀엽게 곰신이라고 해!

            왜, 인터넷에 보면 곰신카페 되게 많잖아.

이 양    참 신기하게도, 김이박에는 곰신 무경험자, 현역곰신, 공익곰신 세 종류의 사람들이 모두 있네. 

            마음 같아서는 공군곰신, 해군곰신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지만, 일단은 우리끼리 말을 해보자. 

            다들 곰신경험에 대해 말해줘, 없다면 주변에 본 곰신 얘기도 좋고.

김     나는 무경험자야. 그런데 남자친구의 과 특성상 3일정도 연락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거든? 

            그때 곰신들은 이런 느낌이구나, 간접경험은 해볼 수 있었어. 이 양이 너무 존경스러웠어….

이 양    오, 최근에? 어떤 점에서 내가 존경스러웠어?ㅋㅋㅋ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김     한 없이 연락을 기다리다가 오면 받고, 또 기약 없이 기다리고. 그 과정 자체가 힘들었어. 대단해.

이 양    그럼 박 양은 어때?

박 양    나는 남친이 광주에서 공익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장거리 연애를 했었지. 휴대폰은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았어. 

            남친도 맡은 일이 있기 때문에 늘 연락되는 것도 아니고, 거리 때문에 한 달에 딱 한 번 만났지. 

            랜선 남친이랄까….

김     헐, 랜선 남친…. 진짜 그 한 달의 한 번은 꿀 같은 시간이었겠다.

이 양    우와, 한 달에 딱 한 번이면 나보다도 적게 본 거네. 

            나 같은 경우는 오빠가 경기도로 발령 받아서 매주 내가 면회를 갔었어! 

            내가 아마 그 부대에서 가장 면회 많이 간 여친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봅니다ㅋㅋㅋ

김     와…. 진짜 사랑이야. 존경스러워….

박 양    매주 면회를 가다니, 정말 대단한 거야.

김     이 양의 곰신 시절을 옆에서 본 친구 입장으로서 이 양은 정말 대단했어. 

            항상 전화기를 옆에 두고 연락이 오면 다 받아주고, 면회도 자주 가고 편지도 자주 쓰고.

박 양    맞아. 수입과자도 선임, 후임들 숫자 맞춰 개별포장해서 보냈잖아.

            직접 선후임들한테 잘 부탁한다고 쪽지도 쓰고. 말 그대로 내조의 여왕이었지.

이 양    그때는 6시만 되면 샤워를 하러 들어가도 폰 들고 들어 갔었어…. 

            저녁시간에 전화를 못 하면 따로 전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 군대 안에서는.

            내가 전화를 할 수 없고 군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무조건 기다려야만 하는 입장이라 더 답답했었지. 

            한 번 전화 못 받으면 그게 그렇게 아쉽고 아깝고.

김     나는 솔직히 이 양이 기다린다고 해서 옆에서 걱정 많이 했는데,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더라고. 그건 사랑의 힘이야!

이 양    그러게, 참 신기해. 의외로 나 외로움 많이 탈 줄 알았는데 견뎌지더라고.

            나는 주변에 현역 곰신이 없어서 더 더욱 의지가 생긴 케이스야. 

            "내가 버텨보겠다! 까짓것 1년 9개월, 내가 견뎌 보이겠어!" 이런 마인드로ㅋㅋㅋ

김     올…. 하긴, 중도 하차하는 곰신들도 많으니까. 

박 양    결국 성공했구만!

이 양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실 그런 눈빛들과 말들이 괴로웠어……. 

            야 뭘 기다리냐, 니 청춘이 아깝다. 혹은 병장되면 너 백퍼 찬다. 마음 다 주지 마.

            날 걱정해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들을 때마다 서글펐어……. 

            그리고 역으로 이런 말을 들을수록 오기가 생기더라.

박 양    그러니까. 그게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아. 

            그런 말을 듣고 정말? 하면서 포기하게 되거나, 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버텨보겠다고 다짐하거나.



이 양    그럼 이쯤에서 김 양에게 물어볼게. 

            지금 남친분이 군대를 간다고 하면 기다릴 수 있어? 

            남친 분 공군이셨다니까 거기에 맞춰 질문해보자면, 디테일하게 ㅋㅋㅋ 

            2년 동안 군대에 가야 하지만 6주에 한 번씩 외박을 나와. 그러면 기다릴 수 있어?

김     안 그래도 오늘 오빠랑 데이트하면서 그 이야기를 해봤어ㅋㅋㅋ 

            나는 솔직히 오빠가 믿음 주면 잘 기다릴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워낙 혼자서도 잘 놀기 때문에. 대신 편지 자주 하고 선물 자주 보내는 건 못 해줄 것 같아.

이 양    아, 나는 이거 중요하게 짚고 넘어 갈게. 

            곰신들이 선물 보내고 편지 자주 보내고 그런 것도 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것 같아. 

            꽃신 신은 사람이 이제 막 군대 보낸 곰신한테 곰신카페 가입하지 말라는 말도 이런 이유에 있어.

            편지나 선물을 자주 보내면 사랑하는 거고,  자주 보내지 않으면 성의 없는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그런 말 신경 쓰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왜 보상심리라고 하잖아? 그게 참 무서운 감정 같아…. 

            내가 내 그릇보다 더 많이 하게 되면 언젠가는 그게 쌓여서 보상심리로 나타나는 것 같아.

박 양    맞아. 원래 편지 잘 안 쓰는 사람들도 있잖아. 

이 양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법도 다양하니까, 

            사랑의 척도를 편지나 선물 보내는 빈도로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럼 아까 김 양이 말했던 믿음을 주는 행동은 어떤 것들일까? 구체적으로 말해보자.


김     일단 연락할 수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 연락해주기. 

            그리고 나를 귀찮아하거나, 내가 군대를 기다려줘서 부담스럽다고 말하지 않기.

박 양    나는 사랑한다고 자주 표현해 주는 거! 휴가 때 만큼은 서로한테 소홀해지지 않기 정도?

이 양    휴가 때 최선을 다 해주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

김     맞아. 군대에 있는 동안 얼마나 내 생각을 하고 있었는 지 그 결과물 같기도 하고.

이 양    가족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를 친구들보다는 더 우선순위로 두고 생각하고 행동해줬음 좋겠어.

김     맞아. 군대에 있는 동안 얼마나 내 생각을 하고 있었는 지 그 결과물 같기도 하고.

박 양    휴가 때 친구들만 만나면 서운할 것 같아.



이 양    그럼 박 양이 곰신생활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어?

박 양    우리 경우는, 실은 내가 문제였지. 

            남친이 한 달에 한 번 올라왔다고 했잖아? 근데 항상 주말에 올라왔거든. 

            그런데 그 한 달에 한 번 주말에 올 때조차 좀 부담스러운 적이 있었어.

김     어떤 점에서 부담이 됐던 거야?

박 양    남자친구는 다음날인 월요일에 연가를 써서 쉴 수 있었지만, 

            나는 다음날 학교에 간다거나, 회사에 출근한다거나 항상 스케줄이 있었어.

            주말을 내내 함께 보내고 월요일날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면 엄청 피곤했거든.

            근데 남자친구는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항상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나는 가끔은 좀 쉬고 싶었어.

            그래서 좀 부담이 됐던 것 같아.

김     그럴 수 있어. 특히 직장 다니면서 일요일에 무리한 스케줄을 하는 건 너무 부담돼.

            월요일에 출근해야하는 데 아무래도 지장이 있으니까. 이 양은? 언제 제일 힘들었어?

이 양    나는 훈련병 때였어. 훈련소 입소해서 자대배치 받기 전까지.

            그 한 달 좀 넘는 시간동안 답장이 오지 않는 곳에 매일 편지하고 전화 기다리고. 

            그러다가 어느 날, 룸메이트랑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오빠한테 전화가 온 거야. 

            훈련소에서 무슨 총기 분해 1등을 해서 전화 포상을 받았다는 거야. 분식집에서 눈물이 펑 터졌지.

            전화기 너머로 오빠도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울고, 나는 "그래, 몸 건가…강히…흡" 하면서 울었어.

박 양    진짜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나도 알 것 같아. 공익도 훈련소 들어가니까…….

            훈련소에서 너무 힘들더라. 

            남친이 훈련소에 있을 때, 기숙사로 편지 한 통이 왔었는데 그 편지 보면서 엄청 울었었지.

이 양    곰신생활 내내 힘들었지만, 훈련병 때는 정말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으로 한 달 내내 버텼던 것 같아.             그 시기만 이겨내도 한 시름 놓았다고 본다, 나는! 

            그리고 지금 말하다가 생각이 났는데, 입대영장 나온 날 박 양 남친은 어떻게 알렸어? 

            나 이제 군대 간다고 말을 해야 하잖아.

박 양    난 전부터 알고 있었어. 남친이 미리 얘기했거든. 

            '나 12월에 신청할거야. 그리고 1학기 끝나고 가겠지.' 그러니까 나에겐 6개월의 시간이 있었지.

이 양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그래도 좀 있었구나.

김     이 양은?

박 양    이 양은 준비기간이 따로 없었으니까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 (숙연)

이 양    난 사귀기 전부터 오빠가 군대는 대학 졸업하고 간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곰신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곰신할 마음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지.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오빠랑 같이 수업을 듣고 있는데, 오빠가 나가서 전활 받고 들어오더라. 

            근데 오빠 얼굴이 사색이 된 거야,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었어. 그러니까 "나 군대가." 이러더라?

김     세상에. 완전 갑작스럽게? 

이 양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해…. 그 날 내가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들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오빠가 한강 갈래? 하더라고. 그래서 그 날 밤에 반포대교 아래로 차를 타고 갔어.

            차 안에서 한참 한강만 보고 있는데 오빠가 헤어지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 

            우리 이제 사귄지 1년 막 넘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자길 기다리는 게 힘들 것 같대.

김     하…. 이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야?

이 양    응. 그래서 내가 말했지. "내가 기다릴 수 있다고. 그런데 뭐가 걱정이야?" 

            그때부터 오빠가 우는 거야. “나 기다려줘. 내가 진짜 잘할게. 헤어지지 말자, 우리.” 울면서 그러더라.

박 양    오빠도 헤어지고 싶지는 않았는데, 기다리게 하는 게 미안해서 그런 말을 했던 거네.

이 양    그랬었나봐. 그래서 그 날 우린 같이 손 잡고 한참 한강 보면서 울다가 집으로 돌아왔어.

            그때부터 나는 마음을 다잡았지!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자! 이렇게.

김     어떡해…. 못 기다리겠다는 말을 못 하겠네, 크흐… 멋있다!

이 양    믿음을 주는 행동에 이런 것도 포함인 것 같아. 

            여자 쪽에서 기다리겠다고 결심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남자의 역할도 분명 있어. 

            다들 몰입해서 생각해봐봐! 

            사랑하는 사람이 울면서 나 버리지 말라고, 기다려달라고 하면 안 기다릴 사람이 어디 있어?

김     하…….  (이미 몰입)

박 양    나도 동의해. 나 역시 기다리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도 남친이 그만큼 믿음을 줬기 때문이니까.

김     맞아, 남친이 1년동안 잘 해왔으니까 그 눈물에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는 거지.

이 양    군대 간다는 건 남자한테도 많은 부담과 걱정이 뒤따르는 것 같아. 

            얘가 날 기다려줄 수 있을까? 난 계속 함께하고 싶은데. 이런 저런 걱정이 많겠지.


김     나도 오늘 주제때문에 군대있을 때 여자친구가 있었냐고 오빠한테 물어 봤어. 

            들어보니까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중도하차 했다더라고. 

            그래서 왜 헤어진 거 같냐고 물어봤더니, 

            이미 사귀기 전에 오빠가 군대갈 상황이었는데 여자가 괜찮다고 해서 계속 사귀게 되었던 거래. 

            그래서 연애 초기부터 서로 못 봐서 여자가 끙끙 앓기만 했었대. 

            결국에는 끝까지 기다리지 못 해서 전역 반 년 남기고 중도하차했다더라.

이 양    여자한테도 군대 기다리는 건 굉장한 부담이야.  그래도 가장 힘든 시기에는 같이 있어줬네.

김     응, 그랬다네.

박 양    진짜 군대에서 헤어진 건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어. 그만큼 힘든 거니까.



이 양    그럼 여기서 궁금한 거 하나 더! 

            곰신을 거쳐서 나중에 전역까지 함께하면 흔히 꽃신 신었다고 하잖아? 

            고무신에서 꽃신으로 일종의 레벨업이지. 그럼 이 꽃신을 신기 위한 조건은 뭘까?

박 양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해. 

            사실 군대에 가지 않더라도 커플이 2년 넘기는 거 쉽지는 않잖아. 

            그래서 난 곰신커플들이 군대에 갔기 때문에 헤어졌다기보다는, 

            헤어질 때가 돼서 헤어진 것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물론 배제할 수는 없지만!

김     음, 나는 두 사람 다 한눈팔지 않는 것! 

            다른 이성이나 다른 일에 혹은 다른 무언가에 한눈팔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서로 떨어져 있으면 외로워지고 한눈팔기 쉬운데 그걸 이겨내야 하는 거지.

박 양    맞아. 난 그래서 꽃신 신은 여자들을 존경합니다.

김     진짜 존경해요…. 대단해.

이 양    나는 남자의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자가 일단 곰신이 되기로 결정했다는 건 그만큼 강한 결심을 하고 뛰어든 거잖아.

            그 결심이 끝까지 유지되려면 남자도 분명 노력해줘야 해. 

            계급이 올라간다고 전보다 연락이 줄어든다든가, 휴가 나와서 여친보다 친구를 더 많이 만난다든가. 

            그러면 안 되겠지? 그렇게 되면 여자도 마냥 기다릴 순 없는 게 당연하지.

           20대 초반에 2년을 꿋꿋하게 기다리는 건 되게 큰 모험이라고 생각해.

            꽃신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러니깐 남자다! 기다릴만한 사람인가 아닌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김     맞아! 20대에게 2년이란 시간은 정말 중요한 시간이잖아.



이 양    그럼 박 양은 남친이 전역하고나서 기다린 걸 후회했던 순간이 있었어?

박 양    아니. 후회한 적 없어요. 

            나는 아무리 싸워도 남친과 지금까지 사귀고 있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

이 양    부럽네. 나는 있는데.

박 양    오? 그게 뭔데?

이 양    오빠가 나 몰래 내가 싫어하는 여자동기랑 여자후배를 만나러 갔었거든. 

            그 날 처음으로 기다린 거 후회했고, 실망했었지. 나도 몰랐는데 나한테도 보상심리가 있더라. 

            사소한 문제로 싸울 때도 제일 먼저 속으로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가 나오더라고…. 

            그 감정을 경계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어쨌든 나도 사랑하니까 군대를 기다린 거잖아.

김     당연히 그런 감정이 들 것 같아…. 그 시간이 쉬운 시간이 아니었으니까.

박 양    아무래도 생기지 않을 수 없었겠지. 그만큼 그 시기가 힘들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해.

이 양    그렇긴 하지만, 군대를 기다린 건 기다린 거고 그 후 문제는 그 후 문제로 풀어야 하는데 

            그게 '내가 군대까지 기다려줬는데!'로 연결이 되더라고.

            전역 후에 헤어지는 이유가 그런 부분이라잖아? 

            “니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라고 하면 남자 쪽에서도 지치고 힘들지.

            나도 군대 있는 동안 최선을 다했고 힘들었는데 왜 자꾸 그러냐, 하면서.


박 양    그러니까 어떤 일에 뒷끝이라는 게 완전히 없는 사람은 없나 봐. 그 시간들을 망각하지 않는 이상.

김     하긴. 그리고 군대를 기다려준 여자가 부담스러워서 깨지는 케이스도 많다더라.

이 양    응. 그 부분도 사실 커플마다 다르겠지.

            어떤 사람은 결혼을 연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젊을 때는 연애는 연애로 끝나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잖아. 

            후자의 경우에는 군대 기다려준 여친은 부담 그 자체겠지…. 

            나는 결혼 생각이 없고 다른 연애를 해보고 싶은데, 

            기존 여자친구가 군대를 기다려줬다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사귀어야하는 존재가 돼 버리니까.

박 양    맞아. 그러니까 그것도 가치관 차이인 것 같아.

김     이것도 합의가 되어야 하는 문제네.

이 양    맞아! 합의가 돼야해, 이 부분도. 그래서 연인 사이의 대화가 참 중요한 것 같아,

            이건 백번 말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서로 가치관을 말하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 배신감 드는 일이 없지…. 

김     연애의 모든 기본은 대화인 거 같아.

박 양    연애도 합의의 연속이네, 결국은.

이 양    서로 가치관을 말하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나중에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감 드는 일은 없을 텐데…. 

            그러면 다들 내 여동생, 혹은 나의 친구가 곰신을 한다고 하면 응원해줄래, 아니면 말려볼래?

박 양    나는 응원할래. 그 친구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어. 

            힘들어도 본인의 선택이니까 알아서 이겨내야 할 부분인 것 같아.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김     나는 남자가 괜찮으면 응원하고 아니면 말릴래요…. 내가 두 명의 곰신을 봤어. 

            첫 번째는 내 동생인데, 남자친구가 평소에도 좀 불량했고 군대가기 몇 달전에 동생을 사귄 거야.

            나는 동생이 군대 기다리겠다는 걸 반대했고 얼마 못가 깨지더라고. 

            두 번째는 이 양네 커플이었어. 이 양은 남자친구랑 잘 지내고 있었고, 두 사람은 뭔가 잘 될 거 같았어.

            내심 이 양이 고생할까봐 말리고 싶었지만, 솔직히 둘이 결혼까지 갈 것 같아서 응원했어. 

            결국 이 양은 기다렸고 꽃신을 신었지! 

            이렇게 두 케이스를 보면서 곰신에도 참 여러 가지 케이스들이 있구나, 느낄 수 있었어.            

이 양    기다릴 만한 남자라면 응원해 줄거고, 그게 아니라면 말릴 거라는 말이구나?

            나도 김 양과 같아. 누가 봐도 별로인 남자는 군대 가서도 삐걱댈 거야. 

            그런 남자 때문에 울기엔 내 친구가 혹은 내 동생은 너무 아까워.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데 왜 고생길로 스스로 들어가려고 하냐고, 강력하게 말리고 싶어.

박 양    분명 주변사람들도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오지. 

            근데 만약 내가 반대했는데 둘이 계속 잘 지내면 나는 그 친구의 연애를 반대한 나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래서 난 굳이 말리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지지하고 있지 않은 적도 있어.

이 양    맞아ㅋㅋㅋ 상상하니까 되게 짜증나는 상황이다, 그거?

            진짜 남의 연애사는 그냥 못 마땅해도 눈감아줘야지. 돌 맞는 건 한순간이더라.

            난 그래서 친구 남친이 아무리 쓰레기 같아도 그냥 말 안 해줘. 

            그래, 니 수준에 맞는 남자겠거니, 하고 넘겨. 그냥 니팔자 니가 꼬는구나~ 하고 생각해버리고 말지.

김     맞아. 괜히 끼어들었다가 친구랑 절교한 1인, 여기 있습니다.

이 양    (조심스레 손을 든다.) 어쨌든 본인이 군대 기다리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나는 응원해줄래. 

            남자가 쓰레기더라도 응원은 못 해주겠지만 말리지도 못할 듯. 

            하지만 내 동생이면 때려서라도 말릴 거야!

박 양    언니의 마음ㅋㅋㅋ



이 양    김 양, 그러고보니 지금 남친 전에 썸 타던 분이 직업군인에 파일럿이었다죠? 

박 양    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김     나 진짜 공군이랑 뭐가 있나봐요. 썸 타던 분이 논산에서 공군 파일럿으로 근무했었거든. 

            “장거리, 직업군인? 나 원래 외로운 거 잘 참으니까!” 하는 건방진 생각으로 들이대고, 연락을 했지.

            그런데 일주일 넘게 얼굴을 못 보니까 서로 감정이 그렇게 깊지 않은 감정이어서 그랬는지 

            빠르게 관계가 흐지부지 되고 연락이 끊기더라고. 

            계속 연락이 돼도 결국 단 둘이 얼굴을 보고 만날 수가 없으니 그렇게 되더라.

이 양    진짜 아무래도 군대 기다리려면, 그 2년 남짓한 시간을 버틸 만한 양분이 필요해. 

            그래서 어느 정도는 사귄 상태에서 군대에 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물론 그게 마음대로 되는 문제는 아니지만?ㅋㅋㅋ

박 양    그런 면에서 보면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이 좋을 수도 있겠다. 

이 양    그리고 직업군인은 정말 웬만한 각오 없이는 힘들 것 같아. 평생을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하잖아…. 

            한 곳에 정착하지 못 하고 주기적으로 옮겨다녀야 하는 건 참 힘든 일이야.

            아무튼 우리 오늘 곰신에 대해 이러저런 말 해봤는데, 소감이 어때? 

            나는 새록새록 곰신 시절이 생각나네. 2013년 7월 29일에 보냈는데, 그 때가 떠올라!

김     진짜 곰신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샌애기는 뭔가 마음이 짠해졌어. 다들 대단하고 멋져!

박 양    나도 되게 즐거웠어. 그때의 감정을 다시 되돌아 볼 수도 있었고. 

            새삼 느끼지만 현역군인 곰신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이 양    나도 전방으로 군인 남친 보낸 곰신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꼭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어.

김     오늘 마무리는 이 양이 해줘. 곰신 주제에 대해서 전부터 되게 기대했었잖아.




    이 양  :: 오늘의 갈무리


    남자친구가 군대에 있을 때 보낸 편지 중에 기억에 남는 편지 하나가 있어요.


    지금은 비가 와. 오늘 비를 맞으면서 보초를 서는데 네 생각이 났어.

    철모를 쓰고 보초를 섰는데, 철모에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가 

    꼭 우리 예전에 비 오는 날 차에서 노래 들으면서 데이트했을 때 들었던 소리 같더라.


    빗방울이 철모에 툭툭 떨어져내리는 소리를 들으니까 

    그때 너와 함께 차에 앉아 있던 순간이 떠올라서 눈물이 났어. 


    내가 전역하면, 비 오는 날 너와 함께 차에 앉아서 또 다시 이 소릴 듣고 싶어.

    

    편지를 읽으면서 창 밖에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봤어요.

    그 날 룸메이트가 방에 들어오지 않은 게 참 다행이다 싶을 만큼 펑펑 울었죠.

    그 순간,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남자친구 역시 당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서 있을 거예요.


    남자친구가 길고 긴 시간을 돌아 당신 곁으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항상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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