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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Nov 22. 2017

어느 날 쓴 글.

2015.04.25



요즈음 엄마는 자신의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엄지손가락을 접으면 좀처럼 당신 마음대로 펴지지가 않는다며 아이처럼 칭얼거리기도했고 무릎이 아프다거나 꽃가루 알러지에 병원을 다녀왔다고도 말하셨다. 어른아이가 되어간다는 말을 벌써 느끼고 있는 순간들이었다.

이전까지 나는 엄마는 내게 변함없는, 큰 소나무같은 존재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고 언제나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고 큰 그늘을 드리워주는, 휴식할 수있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TV드라마를 보면서 앉아 있던 내게 엄마는 갑자기 말을 꺼냈다. 지금보다도 더 나이가 들면 엄마는 당신의 물건을 하나 둘씩 치우기 시작할거라고 하셨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드라마에 눈과 귀를 모두 집중하던 나는 엄마의 목소리에 귀을 기울였다. 요즘 엄마 주변에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들의 남겨진 물건들은 주인이 아닌 다른 이들의 손에 의해 치워지게 되는 것을 보아온 엄마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겨진 것들에 대한 존재들과 동시에 그것들의 죽은 주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입에 담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들에게 베풀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 주인에 대한 남겨진 사람들의 (뒷)담화를 예로들며 엄마는 그 말을 들으신걸 생각해내곤 내게 말씀하신것이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죽으면 남겨진 물건은 한서 너가 다 치워줘. 죽어서까지 사람들이 엄마 욕하는건 안 좋잖아."

리고 엄마는 안약을 넣어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나는 TV를 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알겠노라고 대답했지만 실은 화를 내고 싶었다. 울컥하는 눈물을 참고 있었다. 왜 그런 말을 벌써 하느냐고, 나는 엄마 없는 세상을 아직은 상상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린시절, 아빠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제야 남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말 할 수있게 되었지만 (사실 아빠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아 마음이 심하게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 엄마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는건 상상조차 할  없을 것 같다.

 '인간은 언젠가는.... 모두... 죽어..'

공지영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속에서 모니카 고모가 한 말이 불현듯 생각난 순간이었고 더 이상 내 주변 사람들의 죽음이 '없었으면' 좋겠다, 라는 어린 생각을 했던 내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언젠간 모두 죽어. 심지어 나도 죽게 되는건 자연의 순리인데, 그걸 알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픈 것이다.


 엄마는 요즘 기도를 하며 하루 시작하고 보낸다고 했다. 당신의 유일한 꿈은 자식들이 잘 되는 것을 보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그것 뿐이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아무렇지 않은 척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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