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그 속에서 내가 무얼 잡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나를 반짝이게 할 수도 있고, 때론 구리게 만들 수도 있죠. 저도 공감해요. 하지만 저는 8살 때부터 그런 운명을 잡아서 저의 10대는 꽤 반짝거릴 수도 없었어요. 조금 반짝이려다가도 눈치를 보고 빛을 감추곤 했죠. 엄마는 처음에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부당하다 생각하셨을거에요. 남겨진 아이들이 많았지만 아마 도망가고 싶기도 하셨을거에요. 하지만 엄만 그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셨어요. 뭐든 닥치는 대로 하셨던거 같아요. 어쨌든 아이들 교육을 해야 했고 그 아이들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키우고 싶으셨을테니까요. 그러는 동안 저는 학교에서 믿었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배신을 당했고, 그런 생활을 감추다 저는 저도 모르게, 저 자신을 깊고 어두운 수렁 속으로 자꾸만 빠지게 만들고 있었더라구요. 자꾸만 숨고, 사람들을 피하고. 사춘기 소녀로서 당연했겠지만 그땐 정말 사람이 무서웠어요. 동갑내기 아이들이 두려웠어요. 그렇게 10대를 보냈어요. 두려워하는 채로.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썼지만 여전히 마음엔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죠. 시간을, 잡고 싶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냥 강물도 아니고 수돗물이 흘러가듯이 콸콸, 콸콸콸 얼른, 흘러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때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