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 Jul 22. 2016

고해성사

2016-07-07



 오늘 지인의 할아버님께서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라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메신저는 힘내라는 위로의 글로 가득찼고 그는 그 뒤로 한 마디가 없었다.

-


 엄마는 남편을, 나는 아빠를 잃은지가 어언 17년이 다 되어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사라짐이라는 것을, 잃는다는것을 먼저 알아버린 나는 죽음이 두려웠다. 심지어 어느 날 TV드라마를 보다가도 인물의 죽음까지도 두려워하며 "나는 죽기 싫어, 엄마! 나는 죽기 싫어!" 하며 큰 소리로 울었던 기억도 난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또 다른 이별을 한지는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할머니가 미웠다. 할머니는 왜, 엄마를 그리고 왜, 우리 가족을 미워했으며 이렇게 끝까지 우릴 힘들게 하는 걸까, 하며 미워했었다. 치매와 중풍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를 그래도 엄마는 지극히도 정성스럽게 간호하셨다. 그리고 그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나는 그 날따라 할머니가 계시는 방 문을 열고싶지 않았다. 인사조차 하지 않은채 내 방에 들어갔던 그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엄마가 그제야 할머니가 계신 방 문을 열었을 때 할머니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계셨다. 그리고 그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마치...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할머니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문을 열었어야 했는데. 내가 그 때 그 문을 열고 웃어드렸어야 했는데...

모든게 다 귀찮다고 느꼈던 내가 한 없이 죄스러웠다. 정말 죽을 때까지 그 짐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 누구에게도 지금껏 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