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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Jul 23. 2020

상대방이 원하는 위로를 해주는 방법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작년 9월, 친한 A언니에게서 카카오 보이스톡이 왔었다.

언니는 결혼까지 생각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잘하고 있던 사업도 일시적으로 정체기에 있던 터라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언니 친구들은 언니의 헤어진 남자 친구를 욕하면서 시간이 약이라고 말했지만 언니는 친구들과 통화를 해봐도 마음의 위로가 되질 않아서 힘들다고 했다. A언니는 겉으로 보기에 흔들림이 없고 굉장히 강해 보이지만, 남자 친구에겐 감추고 싶은 상처와 약한 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의지했던 마음 여린 사람이었다.

몇 달이 지나도 헤어진 남자 친구를 잊지 못해 힘들어하는 언니에게 나는 그 남자가 나쁜 거라며 욕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곧 괜찮아질 거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언니가 얼마나 헤어진 남자 친구를 많이 의지하고 사랑했는지 옆에서 지켜봤던 나는 언니 상황에는 맞지 않는 뻔한 위로를 하기 싫었다.

"언니, 언니 친구들은 언니만큼 헤어진 남자 친구에 대해 알지 못해요. 언니 친구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정만 보지만 언니는 그분의 속마음과 생각까지 다 알았던 사람이잖아요. 언니 마음속으로는 아직도 그 사람이 소중하고 애틋하고 미안한 거예요. 마지막 순간에 언니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줬던 사람이라고 해도 언니 또한 그분에게 상처를 줘왔다는 사실을 언니는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언니 친구들의 조언과 언니의 진짜 속마음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지금은 헤어졌지만 언니에게 소중했던 사람에 대해서 언니 친구들이 함부로 얘기하게 두지 마세요. 결국 언니의 마음속에서 친구들의 그 말들은 거부될 거예요. 언니 본인만큼 언니의 마음과 언니의 헤어진 남자 친구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리 그동안 시시콜콜 연애사를 나누었던 친한 친구일지라도요.

언니 인생에서 그렇게 깊게 좋아했던 사람이 처음이라고 했죠? 그렇기 때문에 언니가 그 사람을 잊고 괜찮아질 때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는 말, 얼른 잊고 좋은 사람 만나라는 말, 그거 말이 쉽지 진짜 힘들어요. 언니가 그 사람 계속 생각하고 못 잊어도 괜찮아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아 나는 왜 그 사람을 못 잊는 거지? 바보 같아.'라는 생각하지 말고 그냥 괜찮아질 때까지 마음껏 슬퍼하고 울어도 돼요. 언니 행동 바보 같은 거 아니에요."

듣기에 따라서는 뻔할 수도 있는 위로였지만 나는 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니는 내 말에 언니의 친구들에게서는 얻지 못했던 마음의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통화 마지막에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고마워.. 많은 위로가 됐어.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야. "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원하며 친구들에게 하소연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솔메이트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아닌 이상 말이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꺼낸다는 건 스스로 답을 몰라서라기보다는 내가 내린 답을 주변에 확인받고 싶어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위로를 받고 싶어서인 것 같다. 소위 '답정너'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마음속으론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내 자신이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니에게 상투적인 위로가 아닌 '언니가 원하던 위로'를 해주었고 내 인생 최고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위로의 말로 언니의 마음을 안아줬던 것처럼, 나는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각 사람에게 알맞은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내 마음을 잘 알아줘서 고마워." "너는 마음이 참 따뜻해" "너랑 있으면 내 마음이 편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많은 위안이 돼"라는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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