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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Jul 31. 2020

나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골프를 치면서 얻은 단상



나는 골프를 치기 시작한 지 이제 막 9개월 된 초보 골퍼이다. 요즘 나는 남편과 골프 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10월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미국에서 누릴 수 있는 라운딩 혜택을 실컷 누리고 가자고 해서 요새 일주일에 한 번은 남편과 함께 필드에 나가고 있다. 라운딩 가격이 한국의 1/6 수준이라 초보인 나도 연습하는 셈 치고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다. 




골프는 힘을 빼고 쳐야 하는 스포츠다. 정확히 말하면 어깨와 팔의 힘은 빼고 손목에 채를 잡을 수 있을 만큼 최소한의 힘만 주면 된다. 하체도 마찬가지로 허리와 무릎의 힘을 빼고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힘 정도만 발에 남겨두고 채를 휘둘러야 한다.


골프가 참 어려운 것이, 힘을 빼고 쳐야 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공을 잘 치려고 하면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간다. 내 눈 앞에 놓인 공을 정확히 맞혀서 완벽한 포물선 모양으로 멀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어제 라운딩에서 나는 좀처럼 공을 맞히기가 힘들었다. 나는 흡사 주유소 인형이 온몸에 니스칠을 당한 마냥 뻣뻣하게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채를 휘둘렀다. 동그란 스윙궤도를 그리지 못하고 자꾸 공이 아닌 땅에 채를 찍어댔으며 공도 뱀처럼 굴러가기만 했다. 슬슬 어깨와 팔이 아파오기 시작했고 그만 치고 집에 가고 싶었다.


힘이 자연스럽게 빠진 건 14홀부터였다.(골프는 총 18개의 홀이 있다.) 잘 치고자 하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나니 그때부터 공이 잘 맞으며 위로 뜨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이 아프지 않고 스윙할 때도 몸이 가볍게 돌아갔다. 힘은 덜 줬는데도 공은 더 멀리 보낼 수 있었다. 공을 제대로 칠 때 손에서 느껴지는 손맛도 정말 환상적이었다.


골프를 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니까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 것 아닐까?'


나는 정확히 9일 전 브런치 작가 심사 신청을 했고 이튿날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기분 좋은 통지 메일을 받았다. 나는 필명을 블로그와 똑같이 '글쓰는 올라프'로 짓고 나의 소개글을 썼다. 앞으로 작가로서 활동할 나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작가 심사 신청을 할 때 제출했던 글을 첫 글로 발행하기도 했다. 기분이 들뜨고 행복했다.

하지만 들뜬 마음은 이틀을 넘기질 못했고 이내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몰려왔다. 분명히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있었고 풀어낼 소재도 많았는데 막상 어떤 이야기부터 써야 할지가 막막했다. 이제는 엄연히 '작가'의 타이틀을 달고 글을 쓰게 된다고 생각하니 글쓰기가 갑자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어제 내가 골프 라운딩을 돌면서 느낀 점은, 어떤 일을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오히려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실천력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하려는 욕심이 지나치면 몸과 마음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게 된다. 아직 상급레벨도 아닌데 고수처럼 행동하려고 하면 어색하고 심지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결정적으로 그렇게 행동했을 때의 결과가 별로 좋지 않다.


프로도 아니고 겨우 9개월 된 초보 아마추어 골퍼인 내가 공을 잘 쳐보겠다고 온몸에 힘들 주고 친들 공이 멀리 날아갈 리 없다. 글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직 초보 작가인 데다가 지금 당장 책을 쓸 것도 아닌데 글을 완벽하게 쓰고 싶은 욕심에 머리만 복잡해지고 실제로 글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머릿속 이성이 나에게 '완벽해져야지.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하니까 준비기간을 더 가져봐. 넌 아직 부족해.'라고 말하면, 나는 'NO! 난 그냥 할 거야!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갖고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라고 맞서면서 가볍고 빠르게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 글쓰기를 일단 시작해야겠다. 책 <결단>의 작가 롭 무어가 말한 것처럼 '지금 시작하고 나중에 완벽해지면' 된다. 가볍게 시작하되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실력을 가다듬어 가면 사람들에게 나의 글을 선보이는 것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을 때가 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나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마성의 작가'가 돼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와 실천력을 믿고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오늘 나는 첫 발자국을 내디뎌 본다.


#골프 #지금 시작하고 나중에 완벽해져라 #닥치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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