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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Sep 08. 2021

역린을 건드린 자의 최후

너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다채롭고도 각양각색인 사람들이 모인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미운 사람 한 명쯤은 품고 산다. 세상은 넓고 또라이들은 많으니까.


우리는 살면서 필연적으로 갈등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상처는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경험하는 보편적인 성질의 것이다.


그런데 어떤 상처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또 나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서 미워하게 된다.


잊으려고 해도 잊히질 않는 상처, 용서를 하려고 해도 용서가 안 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우리 마음속에 기분 나쁜 존재로 남아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남들은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는 사건도 왜 어떤 사람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까?




역린을 건드린 자, 용서받지 못할지어다.


이미 상상 속에선 몇 번이고 찢어 죽인(?) 용서받지 못한 자. 그는 바로 나의 치부와 콤플렉스를 제멋대로 건드려 모욕감을 준 사람이다.

나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역린이라는 단어는 춘추전국시대 유명한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가 쓴 책 《한비자》 중 〈세난說難)〉이라는 소제목의 글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逆鱗(역린)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a. 건드리면 반드시 살해(殺害)됨.
b.「임금님의 노여움」을 비유(比喩ㆍ譬喩)함.


즉, 역린은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또는 노여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린을 건드린다는 것은 곧 죽을죄를 짓는 것과 같다.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의 역린을 건드린 경우, 우리는 그 사람 마음속에서 사망선고를 받기 때문이다.


역린은 상처에 대한 역치가 유달리 낮은 부분이다.

누군가에게는 역린이 외모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경제력, 가정배경, 학벌일 수 있다.


“넌 진짜 못생겼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볍게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앞에서는 대꾸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어넘겼다가 나중에 그 말을 곱씹으며 상처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약 외모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들었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넘기겠지만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 즉 외모가 역린인 사람에게는 크나큰 상처가 된다.




나->타인에게 적용해보기

“다른 사람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와 약점이 무엇인지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약한 지점을 무신경하게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섬세함과 눈치는 필수다.


"왕에게 유세를 하고자 할 때는 우선 왕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용은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에는 역린(逆鱗)이라 해서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그것을 만지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된다.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으니 그에게 유세하고자 하는 자는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유세는 대체로 성공할 것이다."

 《한비자》 〈세난(說難)〉중


만약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의 역린을 건드리게 된다면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짐)가 되는 순간을  잘 캐치해서 실수를 바로 시정해야 한다.

 

"아. 내 말은 이러이러한 의미에서 말한 거야. 생각해보니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었을 것 같아. 미안해.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이다.


내가 한 말에 의도치 않게 상대방이 상처 받았을지라도 그 순간을 바로 감지하여 신속하게 사과를 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나의 말이나 행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곱씹으면서 상처를 키우는 걸 막을 수 있다.

 



타인-> 나에게 적용해보기

“역린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극복할 것인가”


내 마음이 아직 인정할 준비가 안 됐는데 나의 치부가 들춰지면 우리는 상처를 받고 상대를 원망하게 된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아도 남을 원망할 준비가 너무나 잘 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만약 내가 어떤 사람의 말에 큰 모욕감을 느꼈다면?

단순히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상처가 있다면?


상대방의 미숙하고 무신경한 표현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는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우리의 문제일 수 있다.


역린을 건드린 것은 상대방이지만 그 역린에 필요 이상으로 아파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책임인 것이다.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상처는 나의 콤플렉스와 약점을 마주하고 극복해야 비로소 완치가 된다.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뛰어난 학벌이 아니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다른 강점과 자신만의 매력을 가꿔나가면 된다.

부자들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부에 대한 갈망을 토대로 기존 부자들보다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일굴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내실을 단단히 다져나가면 된다.


나의 약점을 사람들이 건드려도 아프게 않게, 더 이상 내 역린이 아니게끔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의식적이고 피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사람을 미워한다는 건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드는 일이다.


내가 누군가의 마음속 불구덩이에서 고통받는다고 생각하면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이건 나에게도, 지속적으로 상처 받을 그 사람에게도 못할 짓이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에너지와 시간을 미워하는데 덜 쓰고, 사랑하는데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각자가 갖고 있는 역린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들의 역린을 무신경하게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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