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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Mar 03. 2022

결혼 3년 만에 본식 영상을 보며 느낀 애틋함

생각지도 못한 위로를 얻을 줄이야

삼일절 휴일, 낮잠을 오래 잔 탓인지 밤에 잠이 오질 않아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집어 들었다. 원래는 짧게나마 글을 쓰려고 했던 건데 바탕화면에 있던 추억 사진첩이 눈에 들어왔다.  


연도별로 구분해서 정리해놨던 사진 중 2019년도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그 폴더 안에 결혼식 본식 영상을 담아놨던 게 문득 생각나서였다. 식을 올린 후 3개월쯤 됐을 때 업체에서 완성본 영상을 받아만 놓고 한 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터였다.


결혼식 당일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영상을 보다 보니 37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주로 단상 쪽을 바라보느라 미처 가족들의 얼굴을 자세히 볼 여유가 없었는데, 결혼 당사자였던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결혼식 풍경을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부모님의 표정이다.

내가 단상에 올라갈 때도, 성혼선언문을 주례 선생님께서 낭독하실 때도 엄마는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아빠는 눈물을 참느라 코를 씰룩거리시며 딸을 시집보내는 시원섭섭한 감정을 절제하고 계셨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힘든 일이 많았지만 힘든 내색도 못하고 남들에게 말 못 할 속앓이를 많이 했을 부모님이었다.

누구보다 자랑스러웠던 사랑하는 딸의 새 출발을 지켜보며 여러 감정이 북받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래. 나도 우리 부모님께는 눈물이 날 정도로 소중한 존재구나.’ ‘맞아, 나 사랑받는 사람이었지.’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너무나도 쉽게 잊고 사는 부모님의 사랑을 결혼식 영상을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식 영상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있어서 마지막까지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지금 보니 찍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아야 할 새 출발의 순간을 기억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까지 느낄 수 있다.


잠 못 이룬 밤에 우연히 보게 된 결혼식 영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큰 위로를 얻고 다시금 힘차게 살아갈 이유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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