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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올라프 Sep 05. 2020

2020 코로나 시대,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

요세미티 국립공원

작년 7월부터 LA에 거주하게 되면서 미국 이곳저곳을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8월에 조슈아 트리를 시작으로 캐나다 서부, 미국 서부 여행, 뉴욕, 남미,  올해는 2월 말에 떠난 멕시코 로스카보스 여행까지.  미국에 있는 1년 반의 기간동안 많은 곳을 가보려고 참 부지런히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3월 중순부터 미국 내 코로나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내외 여행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다.

3개월간 집콕하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미국 국립공원 여행 제한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6월 중순, 남편과 나는 이주동안 옐로우스톤까지 자동차 여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비행기 여행이 찝찝해서 대안으로 선택한 자동차 여행이었다. 아이스 박스와 산더미만한 짐을 뒷좌석에 싣고 무려 6천 키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여행한 대장정이었다. 세도나-그랜드캐년-모뉴먼트 밸리-그랜드티톤-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다녀왔던 6월 여행은 우리 부부가 직접 계획하고 동선을 짰던 여행이라 그 어떤 여행보다 의미있었다.


10월 중순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자동차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달 반만에 하게 된 이번 여행에서 우리 부부는 세쿼이아-요세미티-나파밸리-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다.  




작년 9월 처음 요세미티를 갔을 땐 별 감흥이 없었다. 바로 얼마 전에 갔던 캐나다 서부 밴프 여행에서 무수히 많은 절경을 보고 와서 요세미티 풍경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달까. 그래서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요세미티 방문이었다. 미국 국립 공원 중 no1.이라고 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매력을 재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달력 사진같은 요세미티 풍경

원래는 연간 국립공원 이용권을 끊으면 미국 내 어느 국립공원이든 방문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규정이 바뀌게 됐다. 요세미티에 한해서는 요세미티 국립공원 안 숙소에서 묵을 경우에만 연간 이용권으로 입장할 수 있고, 만약 외부 숙소에서 묵는 경우에는 미리 입장권 예약을 해야하고 입장료도 따로 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6월 중 방문했던 그랜드캐년-그랜드티톤-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비해 사람들이 확실히 적었다. 다행히 우리는 요세미티 안 숙소 '요세미티 밸리 롯지' 숙박 예약에 성공해서 따로 입장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터널 뷰에서 보이는 左 앨 케피탄과 右 노스돔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절경을 볼 수 있는 뷰 포인트가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가장 대중적인 곳이 터널 뷰이다. 터널을 지나면 엘 캐피탄과 노스돔, 하프돔과 화강암 바위들로 둘러싸인 계곡을 볼 수 있는 터널 뷰가 나온다. 접근성이 가장 좋은 전망대여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이다. 확실히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진을 찍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

연중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인데 하필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산불이 나서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차로 터널을 지나고 나면
요세미티의 뷰 포인트 중 하나인 터널 뷰가 나오게 된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가까이서 엘 캐피탄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요세미티의 명물 중 명물인 엘 캐피탄!  

엘 캐피탄은 1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화강암 바위다. 스페인어로 선장,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로 '엘캡'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엘 캐피탄의 수직 절벽은 빙하의 엄청난 힘에 의해 절반이 떨어져 나가면서 생성이 되었다고 한다. 터널 뷰에서 희미하게 보이던 엘 캐피탄보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가까이 감상한 엘 캐피탄이 더 웅장하고 멋져보인다.


그 다음날 방문한 글레이셔 포인트

이곳은 글레이셔 포인트다. 글레이셔 포인트는 270도의 파노라믹 뷰가 눈 앞에 펼쳐지면서 U자 협곡, 하프 돔, 리버티 캡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멋진 풍경 덕에 간식을 싸갖고 와서 풍경을 보면서 먹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우리 부부도 이곳에서 한동안 멍 때리면서 풍경을 감상했다. 개인적으론 터널뷰에서 보는 전경보다 글레이셔 포인트에서 보는 전경이 훨씬 좋았다.

산불이 조금 멎었는지 하늘이 그 전날보다는 화창했다
미러 레이크로 향하는 길. 확실히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들이 많이 없다.

노스 돔과 하프 돔 사이의 자연 호수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 촬영 장소 중 한 곳인 미러 레이크를 가보았다. 테나야 계곡과 하프 돔의 웅장한 풍경이 잔잔한 호수에 반사되어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해서 미러 레이크(Mirror lake)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물이 다 말라버린 mirror lake

 그런데 이게 웬걸.. 힘들게 트래킹을 해서 올라갔는데 미러 레이크에 물이 하나도 없었다. 미러 레이크라는 간판이 없었으면 그냥 트래킹 길 옆에 흔히 있는 요세미티 풍경으로 착각할 뻔했다.

주변의 풍경이라도 열심히 찍어야지!

우리가 묵는 요세미티 밸리 롯지 옆에 있는 요세미티 폭포에 가보았다. 작년 9월에 왔을 때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정말 붐볐는데 최근에 갔을 땐 앞에 보이는 저 사람들과 우리 부부가 전부였다. 덕분에 벤치에 앉아서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요세미티 lower fall 전경. 폭포의 흔적은 있으나 역시나 물은 아예 마르고 없었다.

미국의 국립공원의 가장 좋은 점은 대자연 속에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귀여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파랑새와 딱따구리를 난생 처음 실제로 보게 되었다.  

요세미티 폭포를 감상하고 있다가 만난 파랑새
요세미티 트래킹 길을 걷다가 마주친 딱따구리. 어디선가 '딱딱딱딱' 나무 쪼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딱따구리가 튼튼한 부리로 열심히 나무를 파고 있었다.
다람쥐 안녕?

우리의 숙소인 요세미티 밸리 롯지로 향하기 전 근처 아와니 호텔에 둘러보았다. 아와니 호텔은 스티브 잡스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유명하다. 자연 속에서 올리는 결혼식이라니. 낭만적이면서도 하객들이 방문하기 쉽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괴짜 스티브 잡스다웠다.

스티브 잡스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인 아와니 호텔
아와니 호텔 전경

숙소인 요세미티 밸리 롯지는 요세미티 폭포 트레일 입구에 자리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산책길에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 우리 부부는 해가 지기 전까지 집에서 갖고 온 씽씽이로 요세미티를 쭉 둘러보기로 했다. 사람도 없어서 씽씽이를 타면서 돌아다니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요세미티 밸리 롯지 주차장을 운동장처럼 빙빙 돌다가 가벼운 트레킹 길을 돌아보았다. 걸을 때보다 훨씬 빠르고 시원하게 요세미티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들 몇명이 "Did you bring your electric scooter from home? Cool!"(너희 집에서 전동스쿠터 갖고 온거니? 완전 멋지다!) 라고 말을 걸으며 씽씽이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잠시 계곡에 들어가기 위해 씽씽이를 세워두었다.
계곡에 들어갔을 때 찍은 사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곡 풍경 사진이다.

계곡 물은 역시 시원했다. 씽씽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면서 땀을 이미 식힌 상태였는데 계곡 물에 발을 담그니 피곤이 사르르 풀리는 느낌이었다. 2년전 송추계곡에서 수박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면서 잘 익은 수박을 사서 계곡 물에 담궈놓고 먹고 싶었다. 대자연을 감상하면서 먹는 수박은 더욱 꿀맛일 것 같다..!

다리가 보이는 풍경 뒷편의 모습

이번 요세미티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씽씽이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계곡 물에 발을 담근 이 순간이다. 계곡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앞 뒤로 요세미티의 풍경을 감상하는데 정말 행복했다.

귀여운 엘크

옐로우스톤에 갔을 때는 곰, 엘크, 바이슨 등 큰 동물들을 볼 기회가 많았는데 요세미티에서는 아직까지 큰 동물을 마주치질 못하고 있었다. '물이 부족해서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숙소로 돌아가던 길 엘크를 만나게 되었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친구야 같이 가자~~
씽씽이를 타고 숙소를 돌아오면서 감상한 풍경

2박3일의 요세미티 여행을 마치고 나파밸리로 떠나는 날 아침에 찍은 요세미티 풍경

코로나로 사람들과의 접촉이 뜸해진 언택트 시대 속 하필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부쩍 외롭고 심심했다. 한국이 그리워서 향수병에 걸릴즘 적절한 시기에 떠난 자동차 여행으로 기분 전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방문객이 줄어서 요세미티는 그 어느때보다 한적했고 덕분에 우리 부부는 요세미티 전체가 우리의 공간인 것처럼 요세미티 매력에 흠뻑 빠져 즐길 수 있었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가면서 떠난 미국 요세미티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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