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ㅣ 지대넓얕 132회
화자 김도인
학력 성균관대 유교철학과 박사 수료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명상학과 박사 수료
방송 팟캐스트 [지대넓얕] 진행 : 2013-2017
저서 숨쉬듯 가볍게
계속된 실패에 괴로운 사람, 정체, 절망한 사람, 길을 잃은 사람, 출구없는 곳에 갇힌 사람들이 들으셨으면 좋겠어요.인생이란 길을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는 건 뭔가 단순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3단계에 걸쳐서 일어나게 돼요. 오늘 플라톤 동굴의 비유로 이야기할 거예요.
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방치되어 있는 경험을 할 때가 있어요. 그게 한 사람 인생에서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기독교에서는 '영혼의 어두운 방'이라고 하고 명상에서는 '영적 입문 시기'라고 부르기도 해요.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날 일들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영적 위기라고 불러요.
이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돼요.영혼의 어두운 밤처럼 삶의 위기로 찾아오게 되는데, 자신의 인생에서 위기로 닥쳐오게 됐을 때 이 위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자기가 그럴 수도 있고.
인생에서 한 개인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누구나 힘든 과정을 거쳐요. 이것을 인생의 전 시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겪어내는 사람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치 않는데 우발적으로 시작돼요.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닥칠 때도 있어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때 현대 사회가 자본주의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의 인생을 평가할 때 자본적인 것만 평가하잖아요.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적인 자아가 성숙하지 못할 수 있거든요.
지금과 다르게 과거 우리 사회는 누구나 '영혼의 어두운 밤'이 온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공동체에서 그러한 의식이 있었고 그러한 시간을 지지해주는 문화들이 있었어요.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것들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큰 상실에 무너지고 무엇으로 채워지지 않는 텅빈 마음으로 살아가거나 이 시점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지 않고 아무도 내 인생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대답해주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플라톤 국가의 동굴 비유, 이야기해볼게요]
인생의 어두운 시기가 실패하거나 상실하는 경험으로 찾아오고 힘들게 그것을 벗어난다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3단계에 걸쳐서 시작돼요. 동굴에 갇히는 시기, 동굴 밖으로 나오는 시기, 다시 동굴로 들어가는 시기.
소크라테스가 철인이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 하잖아요. 지하의 동굴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자기 사지를 절박당한 사람들을 상상해보면 돼요.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동굴의 앞만 바라볼 수 있고 뒷편에는 머리 위 높은 곳에 불이 타고 있어요. 우리는 우리 뒤에 불빛이 있는지는 몰라요.
그리고 높다란 담장 위로 여러가지 물체가 지나가요. 동물, 식물, 사람들 모두. 사지를 결박당한 채로 어둠 속에서 그림자들로 보게 돼요.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일세. 투영되는 그림자들 위에 자기들 자신이나 서로의 어떤 것인들 본 일이 있을 것이라 자네는 생각하는가?
우리가 결박당한 채로 있으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림자만 보니까 그림자 외에는 볼 수 없어요. 옆에 사람들의 모습도 몰라요.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시기에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른 채로 살아가게 돼요. 소크라테스가 다시 물어봐요. '그럼 이 사람들은 그림자 외에 다른 것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세' 이 시기에는 남들이 말해주는 내 모습을 진짜라 믿고 스스로 받아들여요.
동굴에서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동굴 밖으로 나올 때는 결박 당하는 게 풀려져서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을 상실했던 경험이 있어야 해요. 평생 동굴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갑자기 나와서 태양을 보면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요.
이 사람은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는데도 괴로울 거고 눈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게 돼요. 자기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기 때문이에요. 다시 동굴로 돌아가고 싶어할 거고, 햇빛을 보여준 사람을 미워하게 될 거예요. 소크라테스가 이야기해요.
그렇기에 높은 것들을 보려면 익숙해짐이 필요하다. 그림자를 보게 될 거고 상을 보게 될 거고 하늘의 별빛을 보게 될 거고. 마지막으로는 해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일세. 그리고 태양에 대해 결론을 가지고 있을 걸세.
자기 인생에서 누구나 삶이 전환되는 것 같은 충격적인 경험을 하는 때가 있어요. 자기에게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는 자각은 있지만 혼란한 시기가 펼쳐져요. 동굴 속에서 눈부신 햇빛에 눈이 멀어 괴로운 상태라서.
동굴 밖으로 나오는 시기를 겪으실 텐데, 이때 해드리고 싶은 말 두 가지.
첫 번째, 삶의 전환이 충격적이고 고통이 지속됩니다. 자기가 빛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방향을 잃거나 잘못된 인생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방황의 시기가 펼쳐질 수 있어요.
두 번째, 이 시기에 자기에게 길을 안내해줄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이 적어요. 자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려고 해요. 그런데 그들 눈에는 어리숙하고 세상사에 대처하지 못하는 부적응자 처럼 보일 수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못 받는다고 해서 여러분의 인생이 실패한 건 아니라는 걸 명심했으면 합니다.
세 번째, 빛 때문에 다시 동굴로 돌아가는 시기를 겪게 돼요. 만약에 이 사람이 햇빛을 보고 모든 것들을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시점이 되면, '그때 동료 죄수들을 상기하고서 그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동굴로 다시 들어가면 그의 눈은 다시 어둠으로 가득차게 된다 다시 안 보이게 된다' 빛에서 어둠으로 옮겨 갔을 때도, 어둠에서 빛으로 옮겨갔을 때도 어떤 혼이 밝은 삶에 와서 암흑 속으로 돌아올 때 암흑 속에서 밝은 곳으로 나올 때 이 사람이 중요한 경험을 하고 있을지라도 혼이 어지러울 수 있어요.
동굴로 돌아온 소크라테스가 말합니다.
동굴에 나갔다 돌아온 사람은 빛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동굴에만 있었던 사람에 비해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처럼 비춰지게 될 걸세. 그러나 동굴 안에만 있던 사람들보다 잘 보게 될 것이네. 이미 밝은 곳에서 그 상을 보았기 때문이네.
삶의 획일화 된 모습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기계나 경제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대학교 4년을 투자하면 좋은 대학을 가는 인재가 되고 (중략) 그런데 사람들은 순간순간 겪는 경험이 다르거든요.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 있을 때도 있고 몇년에 걸쳐 상실을 겪는 사람도 있고. 살아내는 방식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 길을 갈 수 있게 시간과 지지를 보내줘야 합니다.
자기에게 일어난 놀라운 경험이 있기에 강제로 빛으로 이끌어내려고 할 수 있어요. 주변 사람들도 마치 자기와 같은 경험을 하도록. 저마다 자신만의 시간이 있고 지도가 있어요. 원치 않는 사람을 자기가 원하지 않는 길로 인도하지 말아야 해요. 자기만의 어둠에 익숙해져야만 해요. 그러면 스스로 볼 수 있는 시점이 될 거고. 명료하게 자신의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시점이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