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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 Jan 11. 2021

[삶은 인사이트] 월요일을 행복하게 맞이하는 법

월요병, 나만의 소소한 행복 찾기

'아 회사 가기 싫다ㅠ' 일요일 오후면 누군가는 꼭 하고 마는 이야기. 텅 비어있는(?) 말을 맘 속에서 꺼내 들으면 압박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뱉어내야만 속 시원한 말이다. 인스타그램과 넷플릭스로 눈을 돌리며 애써 시간가는 것을 무시해보지만 야속하게도 창밖은 계속 어두워져만 간다. 


오지 않기를 그토록 바라던 월요일인데, 출근 후 책상에 놓인 컵을 씻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뽑아 자리에 앉으면 오히려 일요일보다 기분이 낫다. 그것만으로 위안이 되지 않는 슈퍼* 월요일이 가끔 찾아오는데 그때는 고소한 원두 냄새를 맡을 겸 잠깐 카페에 가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사면 된다. 무기력한 월요일을 위해 내가 이만큼 애쓰고 있다 다독이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따뜻함이 있다. 이건 좀 쌩뚱맞은 이야기지만 집에서 공부를 할 때 집중을 잘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비싼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사오는 것이라고 들었다. 공부를 위해 4,500원이라는 돈을 썼기 때문에 그만큼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월요병을 위해 소소한 거금을 들였으니 더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저절로 작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월요병을 극복하는 첫 번째 방법은 커피다. 싱겁다고..? 

파리 Biglove 카페 (마레지구 빅러브 카페)

지금부터는 색다른 방법을 기대한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이건 정말 나만의 방법인데,, 누군가도 하고 있을까? 여하튼 누군가에겐 꼭 통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꽤나 강력하고 심플한 방법이다. 바람을 꽤나 잡았는데, 바로 네이버 클라우드에 들어가 여행 다녀온 사진들을 살펴보고 묵었던 숙소를 구글 로드뷰로 검색해보거나 다녀온 카페의 최신 리뷰를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2016년에 다녀온 파리의 빅러브 카페를 잊지 못한다. 최근에도 가끔 검색해 그 장소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몰래 보고 있다. 또한 이건 소소한 팁이지만 여행지에 갔을 때 분위기에 맞는 노래 한 곡을 선정해 계속해서 돌려 들으면 한국에 와서도 그때의 기억들을 생동감 있게 떠올릴 수 있다. 나는 가끔 출근길에 더 매직맨의 파리스를 들으며 센강 유람선의 차디찬 바람을 떠올린다.


내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월요병 극복 방법은 (좀 선비같은 제안이니 *주의*) 최대한 월요일이라는 인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게 뭔 ge소리냐고? 실제로 월요일 업무가 너무 많아 퇴근까지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생각했을 때가 몇번 있었다. 그때는 화요일이 되어서야 어제가 월요일이었구나 깨달았다. (쓰고 보니 믿기지 않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월요일에 너무 집중해버리면 월요일임을 잊게 된다. 그리고 좋게 좋게 생각해보면 월요일은 수요일보다는 훨씬 더 나은 컨디션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날이기도 하다. (정신 승리인가) 

나의 ge논리는 화요병이 없다는 데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월요일 연차를 쓰고 화요일에 출근하는 사람 중 화요병을 앓는 사람은 없다. '월요병'이라는 이유로 피곤의 핑계거리가 생기니 나도 거기 기대 괜히 더 피곤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여행 당시 묵었던 파리 마레지구 숙소 (열쇠 따는 법이 왜 이리 어렵던지;;)

내 가까운 친구는 새벽 5시반에 기상해야 하기 때문에 일요일이면 오후 9시부터 잠자리에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요일에는 절대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습관이지만 너무 내 삶이 일로 스케줄이 맞춰져 버리면 순간순간의 소소한 행복들을 놓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조금 졸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리틀 포레스트 (일본판이어야만 한다)를 한번 더 보며 핫초코를 마신 시간이 월요일을 버티는 작은 힘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종종 일요일 늦은 밤 일탈을 한다. 월요일이 오든 말든 나는 일요일 밤을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즐길 것이다 하는 마음으로 늦게까지 친구(저 친구는 아니다)와 놀거나 혼자 따릉이를 타고 심야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종종 5km를 걸어 밤 늦게 한강공원에 갈 때도 있다) 물론 다음 날 피곤함은 온전히 내 몫이지만 이런 식으로 화요일로 월요일의 피곤함을 미뤄버리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된다. 

어딘가 기댈 수 있는 무언가(ex. 주말에 디즈니 영화를 본 기억, 수요일에 잡힌 익선동 데이트, 점심 시간에 동료와 먹게 될 유명 카페 크로플)를 만들어두고 조금 더 가뿐하게 한 주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마지막으로 밝히고 싶은 것은 글쓴이는 월요일 연차를 낸 최대 승자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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