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운명이었어.
준혁은 여전히 민아와의 우연한 만남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서점에서 잠깐 스쳤던 그 순간이, 준혁에게는 마치 매일 아침 무의식적으로 마시는 커피 한 잔처럼 습관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 뒤로 민아와 다시 만날 기회는 생기지 않았고, 준혁은 그저 바쁜 일상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준혁의 회사에서 갑자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준혁은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저 또 다른 보험사기 사건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준혁이 예상한 것과 달랐다. Ai기술을 사용해 유전자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Genique 연구소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였다. 워낙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라 해외에서 더 인정받아 국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회사였다. 이번에 생긴 상황은 해결하기가 힘들고 복잡해서 회사 측에서도 담당자를 정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준혁은 모든 일을 완벽에 가깝도록 처리하여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터라 이번 사건을 배정받게 되었다.
준혁은 해당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 Genique 연구소로 향했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처음 방문해 본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찾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평소 준혁답게 침착하게 회사를 둘러본 후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받을 장소인 회의실을 찾아 그쪽으로 걸어갔다.
회의실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듯이...
문을 열었다. 민아였다. 여러 명의 담당자들 중 한 명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발을 내디뎌 자리를 찾아 앉을 수가 없었다. 그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태엽이 다 돌아가 멈춰버린 오르골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민아가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준혁의 심장은 오케스트라의 클라이맥스를 알리는 드럼소리처럼 빠르게 뛰고 있었다.
준혁은 민아와 눈이 마주쳤다. 민아도 그를 발견한 순간 멈칫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준혁은 본인의 업무조차 잊은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회의가 시작되며 시간이 흐르고...)
회의가 끝나자 약속이나 한 듯 두 사람은 회의실에서 나가지 못하고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준혁 씨,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 민아가 말을 꺼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그때 서점에서와 같이 밀크티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저도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린 만나게 될 사이였나 봅니다." 준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번 사건 담당자라서요.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전화번호 알려주셔야겠는데요.ㅎㅎ"
민아는 눈으로 인사하며 말했다. "네, 그러네요. "
민아는 그에게 연락처를 건넸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민아는 그에게 연락처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준혁은 민아의 연락처를 받은 후, 잠시 마음속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겨울이 지나갔음을 알리듯 피는 벚꽃들처럼 준혁의 마음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의 세상은 온통 핑크빛 봄이었다. 민아와 다시 연락을 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나비가 꽃을 찾아 날아다니 듯 팔랑거리며 머릿속을 맴돌았다.
준혁은 그 순간 문득, 무언가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송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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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습에 내 마음을 빼앗겨 버렸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음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내 가슴만 두근두근
답답한 이 내 마음 바람 속에 날려 보내리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그녀가 내 마음을 빼앗아 버렸네
이슬처럼 영롱한 그대 고운 두 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네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음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내 가슴만 두근두근
바보 바보 나는 바보인가 봐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왜 이리 용기가 없을까
음 말을 하고 싶지만 자신이 없어 내 가슴만 두근두근
바보 바보 나는 바보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