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가고 갑진년 오고
[새로운 시도]
1. 첼로: 작년 6월부터 오랜 로망이었던 첼로를 배우기 시작. 반짝반짝 작은 별 정도는 연주할 수 있게 됐지만, 사람마다 적성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활을 쓰기 때문에 손에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웬걸, 어쩌면 피아노만큼이나 손가락이 힘든 과업이다. 일적으로나 일 외적으로나 이미 손가락이 바스러지도록 쓰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부담을 더 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어려움을 이겨내고 나아가려는 마음이 없었다는 것. 같이 시작한 친구는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를 거쳐 첼로에 입문했는데 지금도 열심히 레슨 받으며 정진하고 있다. 막연히 동경하면서 '언젠가는 체스터'처럼 벼르는 대신 도전하고,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경험에 만족.
2. 이탈리아어: 듀오링고로 시작, 164일째 지속 중. 중간에 추가한 프랑스어는 며칠 만에 손 뗀 것을 보면 이쪽이 나한테 잘 맞는 언어인 것 같다. 발음기호대로 정직하게 읽으면 된다는 게 좋다. 또박또박 말해야 하는 한국어의 외국어 버전 같은 느낌. 특유의 쪼도 흥겹고, 영어를 베이스로 하니까 습득이 빨라진 면도 있다.
3. 글쓰기수업: 10월 '쓰는 시간'의 문을 열고 2기째 진행 중. 올해의 하이라이트. 쓴다는 건 일단 관성을 깨면 가속이 붙는 일이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수강생들을 보면 보람차고, 따로 내 글을 쓸 힘이 솟아난다. 사람이 아주 많을 필요는 없지만, 이 수업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
4. 북클럽: 올해의 2번째 하이라이트. 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권(베어타운 - Ego is the enemy - Educated - 아버지의 해방일지 - 고래 - 1Q84 - Rich dad, poor dad - 작별인사 - 종이여자 - Us against you)을 함께 읽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의 시각을 빌어 입체적으로 읽어내고 나면 나쁜 책은 없었다는 실감이 든다. 모든 책이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를 남긴다. 설령 내가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
5. 그림: 세 점 그려서 하나는 선물하고, 집에 두 점이 남았다. 하나는 풍경화. 자연이 좋아서 산과 물과 하늘과 구름이나 실컷 그리고 싶지만 사람 대비 자연의 비중이 너무 커지면 그림이 쓸쓸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내 인생처럼. 사람을 많이 만나면 진이 빠지지만, 사람 없이는 외로워서 견디기 힘들다. 두 번째는 올해를 정리하는 그림. 2022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지나간 일을 돌아보며 의미를 추출하고 그걸 기반으로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잘 맞는 작업이다. 그밖에 전시회에서 한 점을 구입했고, 사람들에게 두 점을 선물 받기도 했다. 순수한 취미의 영역이라 즐겁다. 해야만 한다는 압박도 없고, 더 잘하고 싶다는 야망도 없고, 내가 최고라는 오만도 없이, 그저 꼬물꼬물 그리고 결과물을 보면 웃을 수 있는 작업.
[읽고 쓰기]
1. 독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The Sweet Spot
Dopamine Nation - The Best Book of 2023, 감상문
Breaking the habit of being yourself
Bizarre
2. 신춘문예:
3년 만에 다시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결과는 낙방이고 속은 쓰리지만 별 수 없다. 최소한 장르 밖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끝까지 쓸 힘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것으로 2024년 목표인 소설 브런치북의 첫 작품이 확보됐다.
3. 장르소설:
장르판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할 만큼 했지만, 내 자리가 아니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는 장르판 특유의 '뽕끼'를 좋아한다. 읽는 건 싫지만, 쓰는 건 즐겁다. 생각날 때마다 끄적끄적 쓰다가 10편쯤 모이면 투고라도 돌려볼까 생각 중이다.
[2024년]
1. 쓰는 시간
- 수업 인스타 계정 운영
- 무료 원데이 클래스 개최
- 문집 만들기
- 연말 행사: 낭독회? 서화전?
2. 소식지 제작
- 월간 '읽고 쓰는 마음'
3. 브런치 운영
- 쓰는 시간 브런치북 제작
- 소설 브런치북 제작
4. 12번째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