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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마음 Jan 26. 2024

도파민 금식 일지 #2

2024.1.15 - 1.20 (6 days)

도파민 금식 일지 #1 


[2주차 핸드폰 사용시간]

1.15 (월) 1h 41m

1.16 (화) 1h 32m

1.17 (수) 1h 39m

1.18 (목) 1h 54m

1.19 (금) 2h 17m

1.20 (토) 1h 32m

: 하루 평균 사용시간 1h 45m. 꼭 필요할 때만 쓰면 하루 2h 이하로 제한 가능하다. 나의 도파민 삼대장이자 시간 잡아먹는 주범이었던 유튜브, 인스타, 웹툰을 차단한 결과. 유튜브는 스트레칭 동영상 시청용으로만, 인스타는 음식 주문용으로만 간간이 사용하고, 웹툰은 전혀 안 보고 있다. 덕분에 내가 좋아하고, 마친 다음에는 보람이 느껴지는 일을 할 시간이 많이 생겼다. 운동하러 가는 것도 덜 고통스럽고, 일상이 덜 초조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사용량이 증가해 목, 금요일이 가장 위험하고, 주말이 되면 오히려 줄어든다. 주말에는 일로 받는 스트레스가 덜하고, 시간 여유가 있어 핸드폰이 주는 즉각적인 위안을 대체할 만한 수단을 느긋하게 탐색하는 게 가능해서인 듯. 


[3주차 과제]

다시 즐기는 용도로, 적정하게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일단 뭔가에 중독되면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상당수 중독자들이 치료 이후 '적정한 사용'을 다짐하며 도파민 소스로 되돌아간다. 여지없이 실패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료진은 '중독된 전적이 있어도 적정한 사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다. 도파민네이션에서도 마리화나, 찬물샤워 정도의 중독자들은 오남용을 벗어나 적정한 사용으로 돌아갔다. 물론 심각한 정도의 알코올, 약물, 섹스 중독자들은 완전한 금욕만이 살 길이었지만.

내 문제는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 다음으로 넘어간다는 거다. 유튜브 동영상 하나를 클릭하면 알고리즘에 따라 그다음 쇼츠, 그다음 동영상으로 가고, 웹툰 하나를 열면 네이버, 다음, 도전만화까지 섭렵하며 시간을 죽인다. 당연히 뒷맛은 씁쓸하다.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려고 손쉬운 쾌락으로 손을 뻗은 결과, 기존의 우울감에 시간 낭비와 자괴감,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까지 더해지니 상황이 나아질 리가 없다. 적정한 사용을 원한다면 이 연쇄작용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딱 하나만 보고 끝. 이게 가능한지가 관건이다.


[기타 감상]

당연한 말이지만, 도파민 금식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멍청이 파티가 벌어지고 뜬금없이 사무실 이사 계획이 튀어나오지를 않나, 크고 작은 짜증의 펀치가 날아온다. 생리전증후군이 오면 루틴이 흐트러지고, 밤에 잠이 오지 않거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밥은 먹기 싫고 간식만 땡기는 사태가 벌어진다. 집에서 멀지 않은 어느 학교 앞에서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가정폭력범이 아침부터 애들 등교시키는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가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인생. 어떻게 해야 제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기본빵으로 불안하고 초조하며 불씨 하나가 떨어지면 분노가 급발진하는 내 성격으로. 매일 금식 일지를 기록하며 몇 가지 답을 찾았다.


1. 우선순위에 집중: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나와 주위 사람들이 큰 사건 사고 없이, 대체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만 충족되면 나머지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2. 하나씩 단순하게: 멀티태스킹은 뇌를 죽인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하려다 보면 죽도 밥도 안 되고 아드레날린만 폭주한다. 한시도 못 쉬고 바빠 죽겠는데 결과적으로는 뭐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는 게 없으니까. 도파민 금식 이후 세수할 때 오디오북을 듣거나 외출준비 플레이리스트 같은 걸 틀지 않고 세수만 하고 있다. 집중해서 정성껏 하니까 하나만 해도 만족스럽다.
3. 당연한 건 없다: 뇌 손상으로 발생하는 온갖 황당한 병증을 다루는 책 'Bizarre'를 읽고 있는데, 정말 세상에 당연한 게 없다. 내가 나를 인간으로 인식하는 것, 살아있음을 인지하는 것, 내 몸통에 달린 팔다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지금 이 글을 쓰고 읽는 것조차 모두 뇌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당연하지 않은 걸 알면 감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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