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개학만세! 방학을 이겨낸 엄마의 해방일지

by 라이팅유주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드디어 그날이 왔다. 길고 길었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이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날.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은 그날이었는데. 그래도 결국 오긴 했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물어보던 "오늘 점심은 뭔데?"라는 질문도, "숏츠에서 봤는데 우리 오늘 이거 만들어 먹을래?"라는 갑작스러운 요리 제안도, 이제 당분간은 듣지 않아도 돼서 내심 기쁘다.


어제 저녁 먹고 남은 잔반 처리도 해야 하는데, 게다가 난 점심부터 주방에서 요리하긴 좀 싫은데. 그냥 주는 대로 좀 먹어주면 안 되겠냐? 응?






암튼. 잔소리는 이쯤하고.


개학일 당일, 나의 계획은 아주 거창했다. 아이와 남편이 집을 나서고 나면 나는 부지런부터 떨 셈이었다. 가장 먼저 화장실에 락스 쫙 뿌려서 깨끗이 씻어내고, 그간 내린 눈으로 더러워진 현관 및 신발장도 정리, 로봇청소기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손걸레질도 하고, 그동안 아무렇게나 쌓아둔 물건들도 왕창 갖다버릴 계획이었다.


아. 근데 혼자 집에 있는 이 오랜만의 아늑함이 너무도 좋은걸 어째. 일단 커피부터 한 잔 내려야지.


올해 초 야심차게 커피를 끊겠다고 선언했건만, 오늘같은 날은 마셔주지 않을 수 없다. 커피를 내리는 내 손은 설레서 아주 신이 났다.






그간 방학 동안은 늘 아이 중심의 생활이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도 엄마의 손길은 여전히 필요했으니까.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하루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아이의 일정과 기분에 맞춰졌고, 어디 나 혼자 바람 쐬러 멀리 다녀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그렇다고 아이가 함께 나가는 것도 아님). 방학 내내 '엄마 모드'로 풀타임 근무하다 보니 밥을 먹어도, 움직여도, 쉬어도, 늘 아이 중심으로 생활이 돌아갔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다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아이의 개학은 단순히 일상의 루틴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작은 도전이 시작되는 순간인 것이다. 아이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듯, 나도 나만의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채워볼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미루고 미뤘던 브런치 글도 새로 쓰고 있고, 한동안 방치해서 거미줄 투성이였던 인스타그램도 다시 재개했다.


의욕이 넘치는 3월의 첫 평일. 뭐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저녁에 만나게 될 가족들에게도 특별히 더 친절해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저녁이 되면 다시 '엄마 모드'로 돌아가겠지만, 적어도 하루 중 몇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런 행복감은 가족들에게도 곧바로 전해질테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내가 충전되고 균형을 찾을 때, 더 좋은 엄마, 더 좋은 아내가 될 수 있으니까.


오늘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학교는 어땠어?"라고 물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미소로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아이의 개학, 그리고 엄마의 새로 시작될 루틴.

우리 모두의, 작은 새 출발을 축하하며!

대한개학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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