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인스타그램. 절대 너를 내칠 수 없는 이유.

by 라이팅유주

제목에서처럼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애증의 존재 그 이상이다. "나랑 안 맞아", "너무 속물적인 곳이야" 하면서도 절대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는 그곳. 그런 인스타그램을 어제 또다시 재개했다.


했다가 그만뒀다가 다시 또 시작하고... 이 패턴을 반복하는 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다시 시작했어요!’라고 알리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사실 나는 인스타그램에 대한 저항이나 거부감이 꽤 큰 편이다. 코로나 시절, 우리가 '언택트 시대'라 불렀던 그때. 너도나도 인블유(인스타, 블로그, 유튜브)에 뛰어들어 맞팔하고 소통하던 시절. 나도 그 무렵부터 2~3년 정도 인스타를 열심히 운영했었다.


하지만 SNS는 살아서 움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 같은 것.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도 현란한 릴스와 광고, 팔이 계정들이 판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피드를 열 때마다 쏟아지는 자극적인 콘텐츠와 과장된 홍보 글. 그렇게 물들어버린 인스타에서 나는 그간 이뤄놓은 것들(비록 티끌 수준이지만)을 훌훌 다 버리고 빠져나왔다.


물론 그 시절 나도 뭔가를 팔아 보겠다고 아등바등해 본 경험이 있지만, 결과는 미미했고 그저 현타만 씨게 맞았을 뿐.


재수 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내 인스타에는 댓글도 너무 많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공감 능력이 너무 출중했던 걸까. (흠 스스로 말하고도 역시 재수 없군) 하지만 현생에도 충실해야 할 만큼 나의 일상도 바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도 한정적이라 감사해야할 댓글마저도 부담스러웠다. 이것이 내가 인스타를 떠난 또 다른 이유였다.






그 정신없는 세계에서 빠져나오니 한동안은 정말 홀가분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어마어마한 유저 규모는 늘 내 마음 한편에 찜찜함으로 남아 있었다.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 잠재력과 모수. 아예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종종 스쳐 갔다. 하지만 블로그, 스레드, 브런치만으로도 이미 헉헉대고 있는 나 자신. 이게 현실인 걸 어떡한담.


그러던 차에 인스타그램을 다시 시작해야 할 작은 계기가 하나 생겼다. 마침 아이도 개학했고, 나도 새 마음으로 무언가를 시작해 보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어제 다시 인스타그램에 로그인 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들어가 본 인스타그램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기존에 교류하던 인친들도 많이 사라진 듯 보였는데, 역시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실감했다.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더니 피드가 보이는 알고리즘도 엉망이 되어 있었고, 기존의 인친들도 대부분 여성, 엄마, 인테리어, 책, 자기 계발 같은 분야에 걸쳐 있어서 그 결이 일관되지 않았다. 반응률, 도달률도 처참한 수준.


후. 어쩌겠는가. 다 내 탓이지.






가득했던 거미줄을 얼기설기 걷어내고 복귀 기념으로 피드도 몇 개 올렸다. 찍어둔 사진이나 영상도 없어서 스레드 글 넘겨서 하나 때우고. 어설프게 이렇게 또 시작하게 되었다.


앞으로 친추는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지, 댓글 관리는 또 어떻게 할 것이며 (이것도 스레드처럼 활발하게 해야만 하나?) 피드는 하루에 몇 개 정도가 적당한 것인지, 궁금한 것투성이지만 그건 차츰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일단은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부디 이번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지 않길 바라며.






솔직히 아주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4월쯤엔 일터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와 이거 일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 해낼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일하면서, 글 쓰면서, SNS까지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정말 너무 대단해 보인다.


이번에 재개하는 인스타그램은 좀 더 가볍게,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억지로 소통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글과 사진, 그리고 전달하고 싶은 가치를 기록하는 공간. 그런 곳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다시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나는 배우고 또 성장하고 있으니까.


후. 40대의 SNS 생존기. 쉽지 않다. 세상엔 왜 이렇게도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겨나며, 해야 할 것은 왜 이리 또 많은 것인가. 끙끙대며 열심히 따라가는 40대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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