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페디 안 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by 라이팅유주

장마가 시작되고, 이제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이맘때가 되면 동네 네일샵은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네일 손님도 많지만, 여름철엔 유독 페디큐어를 받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나 역시 여름마다 반복되는 작은 고민 하나가 있다. 페디큐어를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는 것.






사실 내 발은 그리 예쁜 편이 아니다. 다른 계절엔 양말과 운동화에 숨어있다가, 샌들을 신게 되는 여름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발이 드러나게 된다. 페디를 하지 않은 맨발을 보면 왠지 쌩얼같고 밋밋한 인상, 심지어 관리 안 하는 여자처럼 보일까 봐 살짝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생각이 꼬리를 문다. 정작 내 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기나 할까? 이런 데에 돈 쓰는 게 괜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내 주변엔 미혼 MZ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은 여름이면 당연하다는 듯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페디는 매너야"

"샌들 신을 거면, 당연히 페디 해야지"

"나는 그냥 맨발로는 부끄러워서 못 나가겠어"






글쎄. 나는 마이웨이 스타일로 사는 사람이라 그런지, 여름만 되면 꼭 페디를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마치 코르셋처럼 느껴진다.


겨털, 다리털, 노브라... 타인의 눈길을 찌푸리게만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들의 관리도 그저 개인의 취향이라 생각한다. 페디도 마찬가지다. 어느새 당연한 예의나 기본 매너처럼 여겨지는 그 문화가 요즘은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화려하게 페디 했는데 뒤꿈치 허옇게 각질 일어난 것도 보기 싫고, 발톱이 자라면서 페디 부분만 불룩한 것도 보기 어색하다. 무엇보다 가장 싫은 건 페디로 인해 발톱이 얇아지고 상한다는 것.


요즘 내 눈엔 단정하게 잘 정리된 투명하고 건강한 발톱, 잘 정리된 큐티클과 각질 제거 깨끗이 한 맨들맨들 보들보들한 발꿈치가 더 이뻐 보인다.






페디 안 한 발로 샌들 신는 게 죄는 아닐 텐데, 왜 여름만 되면 이런 움츠러드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걸까.


요즘은 그냥 편하게 사는 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이미 네일샵 예약도 전쟁일 테고, 난 당분간 쌩발로

당당하게 여름을 걸어볼 생각이다.


'페디 안 한 여자는 관리 안 하는 여자'라는 그 무의식의 프레임. 이젠 좀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적어도 나부터, 그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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