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을 버리기로 했다.

타인의 시선을 걷어낸 글쓰기

by 라이팅유주

언젠가부터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독자를 배려하고 좀 더 친절해 보이는 글을 쓴다는 핑계 아래 경어체를 쓰기 시작했다. 그럼으로써 왠지 내가 꽤 친절한 이웃이자 깍듯한 블로거가 된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부터 나는 그 친절한 가면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투박하지만 솔직한 평서체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사실 나는 본래부터 평서체가 훨씬 더 편한 사람이었다. '했다', '있었다'처럼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뚝 맺어지는 문장을 쓸 때, 비로소 내가 진짜 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느꼈다.


경어체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건, 아마도 읽는 사람을 의식하기 시작한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을 때 상처받지 않기를, 혹은 내가 조금 더 다정하고 세련된 사람으로 비치기를 바라는 마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그 마음은 실제로 독자에게 좀 더 다정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을지는 몰라도, 역설적으로 나의 진심은 조금씩 희석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 경어체는 때로는 글쓴이와 자신의 내면 사이에 얇은 막을 치는 반면, 평서체는 자칫 혼잣말이나 일기처럼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날 것의 감정을 길어 올리는 두레박이 되어주는 것이다.


꽤 오랫동안 경어체라는 옷을 입고 글을 썼다. 남들이 보기엔 단정하고 예뻤을지 몰라도, 정작 그 옷을 입은 나는 글을 쓰는 내내 어색했다. 마치 남의 옷을 빌려 입고 거울 앞에 선 듯한 묘한 불편함이 가시질 않았다. 아무리 타인을 위한 글쓰기가 중요하고 소통이 미덕인 시대라지만, 글을 쓰는 나 자신이 불편하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문체를 바꾸는 김에 또 하나 내려놓기로 한 것이 있다. 바로 '썸네일'이다. 그동안 나는 글의 내용보다 어쩌면 썸네일을 고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는지도 모른다. 독자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사로잡기 위해 화려한 이미지를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듯한 이미지가 없는 날엔 억지로 꾸며내지 않고 그냥 발행하려 한다.


연말이 다가오니 이런 생각들이 더 짙어진다. 지난 일 년, 나는 분에 넘치게 많은 것을 탐했다. 조회수, 좋아요, 방문자 수... 그 많은 숫자를 좇으며 껍데기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정작 한 해가 저무는 지금, 내 빈손을 들여다보니 허탈함이 밀려온다.

"그 많은 숫자가 다 무슨 소용일까."


숫자는 신기루와 같아서 좇을수록 목이 마르고, 손에 쥐었다 싶으면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남들에게 보이는 성과에 치중하느라 정작 나의 내면, 나의 '내실'은 텅 비어버린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가장 나다웠던 태도로 말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며낸 친절함 대신, 투박하더라도 진솔한 나의 언어로 기록하기로. 화려한 썸네일 대신, 글자 하나하나에 진심을 눌러 담기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외부의 숫자보다 내 안의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맞지 않는 옷을 벗어 던지니,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글을 쓸 준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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