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임, 안 나가도 큰일 안납니다.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중요한 삶의 기술

by 라이팅유주

삶을 간소화하겠다고 선언한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았는데, 피드를 훑다 보니 오늘따라 참여하고 싶은 모임과 챌린지가 눈에 여럿 보인다.


12월을 기점으로 그동안 의무감으로 해오던 몇 개의 챌린지가 끝이 났다. 사실 그동안 너무 에너지 분산이 심했던지라 속해 있던 챌린지가 끝나기만을 내심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홀가분함을 느끼기도 잠시. 비어버린 그 틈을 타 '새로운 걸 시작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이내 고개를 든다.


"이거야말로 나한테 꼭 필요한 거였어"

"이 모임은 지금 아니면 못 들어갈지도 몰라" 하는 달콤한 유혹들. 하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려본다. 아차차, 너 또 시작이구나.


되돌아보면 2025년은 나에게 실험과도 같은 해였다. 새로운 시도를 여럿 감행했고, 그만큼 새로 알게된 사람도, 경험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그 과정에서 나의 에너지는 사방으로 흩어지곤 했다.


안 그래도 그리 좋지 않은 집중력의 소유자인데(흔히 말해 기가 잘 빨리는 타입ㅎㅎ), 좋아 보이고 그럴싸해 보이는 것마다 족족 참여 버튼을 눌렀으니 오죽했을까.


정작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집중해야 했던 본질적인 것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 바쁘게 지냈다는 위안감 뒤에는, 무엇 하나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다는 찜찜함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어느새 12월이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겨울 나무처럼,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 또한 본격적인 삶의 가지치기를 시작했다.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불필요한 잎을 떨구듯, 이참에 나도 내 에너지를 갉아먹는 곁가지들을 쳐내기로 했다. 이번 가지치기의 기준은 명확하다.

'내가 진심으로 가슴 뛰며 하고 싶은 일인가?'

'남들이 우르르 한다고 해서, 그저 그게 좋아 보여서 나도 따라 가는 건 아닌가?'


나는 종종 불안함 때문에 타인의 속도를 흉내내곤 했다. 대세의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공포,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조바심이 스스로의 판단력을 흐리게도 했다.


물론 그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운 좋게 멀리 나아갈 수도 있을테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의지가 아닌 파도에 의해 떠밀려간 곳은 내가 원하던 목적지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존재다. 서로 다른 씨앗을 품고 태어났는데, 왜 굳이 모두가 똑같은 꽃을 피우려 애쓰는가.


오늘은 이 질문을 꽤 오랫동안 머리속에서 굴려보았다. 나답지 않은 옷을 입고, 나답지 않은 속도로 달리는 것은 설령 한 번의 성공을 가져다준다 해도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다. 불편한 신발을 신고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더 이상 휩쓸리지 않기로, 오늘 또 새롭게 다짐해 본다. 타인의 속도에 주눅 들지 않고, 유행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내 중심을 잃지 않기로 말이다.


조금 투박하고 느리더라도, 나답게, 내 속도대로. 그렇게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내 속성을 온전히 지켜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가오는 새해,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다짐이자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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