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FM이 된다는 것.

우리 생활관에 FM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by 페이퍼


무릇 군대는 규율에 의해 돌아간다. 누가 뭐래도 아침에 일어나 연병장으로 뛰어가 점호를 해야 하고, 배고프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이 되면 식사를 해야 한다. 하기 싫어도 쓰레기장을 치워야 하고, 배수로를 만들어야 하며 실제 상황이 아님에도 실제 상황인 것처럼 장비, 물자를 챙겨 산을 타야 한다. 더 사소하게는 나는 내 물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더라도 깔끔해 보이도록 정리를 해야 하고, 달리 더러워지지 않더라도 매일 20시 30분이 되면 청소를 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위 일들을 "해야 한다"는 규율이 존재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율도 존재한다. 점호는 신성한 의식이므로 목소리를 키워야 하고 절도 있어야 한다. 식사를 하러 갈 때엔 열과 제식을 맞춰야 하고 손을 씻어야 한다. 작업을 할 땐 농땡이 치지 말고 전우들과 함께 솔선수범, 철저하게 분리수거를 해야 하고 정해진 깊이만큼 배수로를 파야 한다. 군장은 챙겨야 할 품목을 모두 챙겨 20kg 이상 메고 산을 타야 하고, 관물대는 각을 맞춰 생활관 인원들과 위치를 통일시켜야 한다. 청소를 할 때엔 쓰는 척만 하지 말고 구석구석 쓸고 닦아야 하며 선후임 가리지 말고 각자 맡은 바를 다해야 한다.



참 쉽지 않다. 글로 쓰긴 이렇게도 쉬운데, 자꾸만 지켜지지가 않는다. 졸린 아침인지라 목소리 크게 내기도 싫고, 밥 먹으러 갈 땐 어슬렁어슬렁 가게 된다. 어차피 밥은 숟가락, 젓가락으로 먹는데 굳이 손을 매번 씻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작업을 할 땐 시간만 채우면 될 것 같고, 군장은 적당히 빵실하게 싸도 될 것 같다, 관물대는 겉으로는 깔끔하게 하고 잡다한 건 그냥 안 보이는 곳에 처박아두고 싶다. 청소 시간엔 보이는 큰 먼지만 대충 쓸고 조금이라도 더 쉬고 싶다.



FM이 된다는 건 참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치가 보인다.


규정대로 행동하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할 일이다. 아마 상점을 부여받을 수도 있고, 간부님들께 칭찬을 받거나 좋은 이미지로 인식될 수도 있다. 아니, 아마 대부분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규정대로 행동하는 것이 규정대로 행동하지 않는 이들을 부각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로부터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 누군가 목소리를 크게 내면, 크게 낸 사람이 주목받고 칭찬받는 것 다음으로 작게 낸 사람들을 눈에 띄게 한다. 한 데 모여진 사람들이 생활하다 보니, 잘한 사람들에 대한 포상이 종종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고발로 이어진다.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어디까지 발휘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좋은 게 좋은 건데 진짜 좋은 것인지, 어디까지 괜찮은 것인지 말이다. 한 포인트에 꽂혀 글을 남기다 보니, 자칫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규정과 방침을 따르는 것이 유난 떠는 것, 혹은 나대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우려스럽기도 하다. 당연히 군대에서 규정과 방침은 지켜져야 하고, 지키지 않은 자는 모종의 조치를 받아 마땅하다. 다만 "지킨다"는 것은 어느 정도로, 어디까지 유도리가 발휘되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반추해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더랬다.



어쩌면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가는 소위 "짬"이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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