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관제사이더라도 비상상황인 항공기로부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면 긴장되기 마련이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던 저녁 즈음 다급한 무전이 들려온다.
" Approch, xxx123 pan-pan "
저희 관제소에 있었던 비상상황을 글로 남겨봤습니다. 관제사와 조종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이 글은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글이며 접근관제소의 의견과 입장을 대표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관제시설(본 글과 무관, 참고용)
그날 이야기
좌측 : 대기속도(IAS)/우측 : 대지속도(GS) 및 진대기속도(TAS) 밑에 222도에서 29노트의 바람 지시계
XXX항공사 XXX 편이 A 공항에서 C공항을 향해 이륙했다. 이륙 직후 새와 충돌했고 비행기는조종석의 두 개의 속도계가 서로 다르며 어느 값이 맞다고 믿을 수 없는 상황*Airspeed Unreliable이 됐다.
비행기의 계기판에 나오는 속도*IAS와 실제 비행기가 통과 중인 속도*TAS 그리고땅으로부터 잰 속도*GS와 다르다. 고도가 높을수록 공기의 밀도가 낮아져 측정기기로 들어오는 공기의 양이 적어지기 때문에 실제 지나고 있는 속도에 비하여 약 1000ft당 2%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실제로는 항상 바람이 있기 때문에 비행기의 진짜 속도라 할 수 있는 GS와 TAS 값 또한 서로 다르다. 바람이 안 불면 두 값은 같다.
저녁 8시, 구름 없이 맑은 날씨, 약간의 뒷 바람이 불고 있었다.
비행기를 띄우는 양력은 속도의 제곱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속도 값을 믿을 수 없으니 적절한 양력이 발생되는지, 실속*속도가 적어 추락 위기에 빠질 속도인지 알 수 없는 비상상황이었다.
비행기의 바퀴*랜딩 기어와 착륙 시 느린 속도로 접근이 가능하게 도와주는 장치*플랩 는사용하려면 제한된 속도 범위 내에서 작동해야 하는데 현재의 속도를 알 수 없으니 자칫하면 착륙용 장비에도 고장을 일으키거나 정상에 비해 고속으로 착륙할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조종사는 그 즉시 활주로가 긴 우리 공항으로 회항을 선언했다.
이륙한 A 공항은 다른 접근관제소에서 관제하는데 우리 관제소로 연락이 왔다.
A 공항 접근 관제소 : 지금 이륙한 항공기가 이러한 상황이고 활주로가 긴 B공항으로로 갑니다.
조종사는 우리 어프로치에 교신하자마자 PanPan*비상상황 선언했고 상당히 다급했다. 조종사는 10초마다 우리에게 속도 정보를 요구했다.
Pilot : "Approach, XXX123 pan-pan" / 접근관제소, XXX123편 비상상황
ATC: " XXX123, Approach 현재 GS 350 노트 MODE-S에서 계기 속도 240 시현됩니다.
Pilot: " 아,,, roger" / 알겠습니다.
레이더상으로 보이는 GS*땅으로부터의 비행기의 속도를 불러줬고 비행기에서 보내주는 신호인 MODE-S*비행기 정보전달장치로 나오는 IAS*공기와의 비행기 속도, 하늘에서 주로 쓰이는 속도를 불러주자 조종사는 기대했던 값과 크게 달랐는지 실망스러워하며 응답했다. 다행히 비행이 안정적으로 진행됐는지 바로 공항 접근을 시도한다 했다.
ATC : "XXX123, Approach 접근 가능하시겠습니까?"
Pilot: "Afirm, XXX123"
ATC : "XXX123, Approach Roger Maintain present heading, decend and maintain 3000, expect ILS RWY 00 approach" / XXX123편, 현재 기수 유지 고도를 3000까지 내리고 ILS 00번 활주로 접근하겠습니다"
Pilot: "Maintaing present heading, decend and maintain 3000, expect ILS RWY 00 approach"
/ 현재 기수 유지, 고도 3000으로 하강, ILS 00번 활주로 접근
비행기를 활주로로 유도하여 관제탑으로 관제이양을 시켰다. 조종사는 착륙까지 관제탑에게 속도정보를 계속 요구했다.
Pilot: "Tower, XXX123 requset speed" / 타워, XXX123편 속도 정보 부탁합니다
상황 종료 후 해당 기종의조종사 교육 교재와 비상 참고 문서*FCOM과 QRH를 찾아보니비행기 계기판*FMS와 ND의 GS를 교차 확인*CROSS CHECK 용도로 쓸 수 있었다. 착륙 직전이 돼서야 GS가 130 가량으로 정상 착륙과 비슷했던 점을 봤을 때, 우리 공항 특성상 서풍이 불어오고 있고 고도 또한 8000피트가량 있었으니 약 16%가량의 차이 또한 있었을 것이다.
이랬기에 두 개의 속도계 중 어느 하나 속도계가 정상인지 결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 기종 QRH
QRH에는 우선 비행기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엔진 출력과 비행기의 자세를 정해진 값에 맞추도록 돼있는데, 이때 고도 유지를 하려면 정해진 자세를 유지할 수 없다. 즉 안정성을 깨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이번 경우에선 조종사가 상황이 안정적이었는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지시를 받아들여 우리는 비록 알 수 없었지만 위험한 상황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관제사로서
여태 관제소에서 일하며 여러 비상상황을 겪었다. 이번 일처럼 관제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던 경우와 조종사로서 대처를 생각하게 해 본 일은 처음이었다.
여태 기내에서 조종사들만 바쁘고 관제사들은 큰 도움을 줄 수 없어 지켜보기만 해왔고 항적 분리 및 공중조작 부담을 덜어주는 등만 간접적 도움만 가능했다. 이번 경우는 우리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었어야 했고 자칫하면 위험에 빠트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다시 찾아온다면 조금 더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조종사들은 흔히 CRM(Crew resource management)을 하게 되는데 인간이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자원에 빗대어 자원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관제사한테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주변에 비행기가 많고 고도 지시를 했을 때 속도를 유지하지 못해 위기에 빠지고 조종사에게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속도 값이면 레이더에 나오는 GS가 필요한지 IAS가 필요한 것인지. 고도 지시를 이행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필요한 지시와 불필요한 정보를 제외할 수 있다면 더더욱 안전할 것이다.
또한 관제사와 조종사로 하여금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고 관제사에게 여러 가지 흔히 벌어지는 비상상황에 대한 교육 및 조종석의 상황을 이해하게 한다면 관제사로서 필요한 정보만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 하나하나가 모여 항공안전에 큰 기여가 가능하다.
공항에 주로 취항하는 기종은 대개 일정하므로 각 비행기에 대한 간단한 계통 교육 및 비상 조언 철을 수립하여 추후에 정보제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전문성 및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조종사로서
조종사 개인으로서는 관제사에게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명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속도'라는 혼동의 여지가 있는 속도가 아닌 '레이더에 나오는 GS'처럼 정확히 명시할 수 있다. 그리고 관제사에게 지금 어떤 상황이고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의사소통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비상시 절차를 외울 수는 없겠지만 비상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고 원인을 유추해 낼 수 있는 능력이 1초라도 아껴 안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개선들을 위해선 조종사, 그리고 관제사 상호 간의 교류가 정말 중요하다.
군 조종사와 서로의 애로사항 및 개선사항들을 교환하는 행사도 있는데 이를 참고해 관제국과의 주기적인 간담회 등을 통해 정보 공유와 서로의 업무 이해를 하는 것처럼 항공사 차원에서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 하나의 가이드 북을 만들어 배포하고 CRM 교육에 적용한다면 항공안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