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간다는 것

경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의 어려움

by Claire

원래 난 서울이라는 도시를 굉장히 좋아했다. 광역버스에서 고속도로 내내 자다가 서울에 진입하는 서초ic 부근에서는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도 일어나서 한강을 구경할 정도로 서울을 좋아했다. 또 서울이 너무 좋아서 구경한답시고 일주일 내내 서울을 다닌 적도 있었다.


이렇게 서울을 5년 동안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울에 오는게 싫어졌다. 등굣길 때문이다. 왕복 네 시간 거리의 서울을 5년 동안 매일 다닌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특히 지난 6개월 간의 기억은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에 대한 느낌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지난 학기 동안 아침 9시 수업을 듣기 위해 통근열차에 몸을 실었다. 통근기차는 광역버스보다 빨랐고, 멀미도 덜 났고, 지하철보다는 덜 붐볐다. 입석 정기권이었기 때문에 좌석은 없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있을 정도였기에 통근열차에 끼어 서울로 향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서울역에 도착하고,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역에 우르르 내려서 서울역 플랫폼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본 순간 사람들이 모두 개미떼처럼 보이는 착시가 들었다. 얼굴에 묻은 피곤함과 한숨, 백팩과 서류 가방에 축 늘어진 어깨들. 나는 그 사람들 틈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나도 개미구나, 취직하면 이렇게 다녀야겠지, 라는 생각에 플랫폼 계단을 올라가는 것이 무서워졌다.


그 이후 나는 서울에 질려버렸다. 결국 나도 저런 개미 중 하나라는, 또 될 것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서울이 싫어졌고, 올 때마다 멀미가 났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퇴근 시간을 피해 도망치듯이 기차를 타고 집에 왔다. 내가 사랑했던 도시의 모든 순간들이 힘들게만 느껴졌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피곤해졌다.


하지만 마지막 학기에 수없이 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도, 서울이 아닌 도시의 구직공고에 대해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서울을 벗어나면 다시 가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매일같이 멀미를 해도, 몸이 축나도 서울에 내 자리 한 켠을 마련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자리를 구한 곳은 경기도 집 근처의 회사였다. 서울을 벗어났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내 전공의 일이었고, 가장 가고 싶어 했던 회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집에서 회사까지 25분이라는 경이로운 출퇴근 시간을 경험했다. 출퇴근길이 힘들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삶의 질이 올라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주일 쯤 지나고 나니 그동안 어떻게 왕복 네 시간 거리의 서울을 다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아니, 기억하기 싫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가끔은 한강을 바라보며 다녔던 그 길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서울역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히고 멀미가 나는 듯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서울로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삶을 꿈꾼다. 동시에 내 자신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 숨이 막히는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역 플랫폼을 오르는 개미가 되기를 자처하니 말이다. 한 번은 멀미가 너무 심하게 나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토한 적도 있는데, 토하면서까지 서울에 있는 회사로 가고 싶어 하는 나 자신이 웃기기까지 한다.


그래서 가끔 서울을 갈 때, 서울역 플랫폼 계단을 오르면서 눈물이 찔끔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그토록 원했던 서울역이건만, 지금은 서울에 대한 애증에 휩싸여서 한숨을 내쉬는 내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서 나는 눈물일 것이다. 매일같이 서울에 다녔지만 서울에 진입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다. 수도권으로 올라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말이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녀도, 회사 본사가 서울에 있어도 난 여전히 서울 경계 밖의 인간이다.


경계 밖의 인간은 끝없이 경계 안을 궁금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입하려고 한다. 나도 그러한 인간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떻게든 나의 공간이 서울에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게 사무실의 책상이든, 원룸의 작은 침대든 말이다. 경계 안의 삶이 무엇인지, 매일같이 피로와 두통을 달고 살아도 좋을 지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기에, 나는 벽을 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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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때는 2017년 2월이었다. 처음에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서울에 자리잡지 못한 것을 엄청나게 후회했다. 다음날 출근을 앞두고 새벽에 울면서 쓴 글인데, 후회를 누구에게 내보이기 싫어서 써두기만 하고 브런치에 보관해놨었다. 글을 쓰고 나서 3개월 뒤에 서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왔었는데 그것도 놓쳤고, 그리고 1년 뒤에 그 기회를 또 놓쳤다. 1년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서울에 가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글을 발행한다. 지금은 울면서 이 글을 고치지만, 내년에는 웃으면서 흑역사 또 쌓았네라고 이 글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내년에는 서울에 내 자리가 있기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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