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같은 마음을 갈대 같은 마음으로...

25년 8월 4주

by 은쓰다

금요일, 칼퇴를 하고 대학 동아리 선배, 동기, 후배와 오랜만에 만나는 날


만나기 전 날에 갈만한 식당을 서치 하던 중에 같이 보기로 한 후배 A가 만나려고 하는 동네에 마침 지 동기인 B가 하는 식당이 있다 했고, 메뉴가 뭐가 됐든 그저 후배가 한다는 식당이라 하니 반가운 마음에 남은 모임 멤버들 모두 그곳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A가 『B에게 연락해 둘게』라고 해서 『가면 B도 볼 수 있는거야?』라고 물었더니

『B는 다른 동네에 있는 식당을 봐야 해서 내일은 거기에 없대』라고 답이 왔다.


술 한 잔을 할 셈으로 다들 차를 두고 와서 가까운 역에서 다 같이 모여 그 후배가 한다는 식당으로 갔다.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꽉 차 있는 모습에 「B가 꽤 성공했네!!」라며 놀랐다. 그러자 A는 B가 이 식당 말고도 다른 식당이 3개나 더 있다는 추가 정보도 알려주었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을 보자 다행이면서 괜히 내가 뿌듯했는데, 우리가 앉을자리마저 없었다.

약간 당황한 채 서성였고, 눈치껏 대기하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A에게 "야! 너 어제 예약 안 했어?" 라고 하자

A는 "예약얘기는 안 했고, B한테 우리 모일 건데 너네 식당 가려한다고 얘기는 했지." 라면서 B에게 전화를 걸어 「식당에 왔는데 테이블이 없어서 대기 중」이라는 얘기를 한 후 우선 식당 밖으로 나와서 「근처에 먹을 곳이 많으니 그냥 다른 데로 갈 것인가, 그래도 왔는데 식사를 할 것인가」를 얘기하고 있던 찰나에 점원이 나오더니 "B사장님 친구분들이시죠? 조금만 계시면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라고 말했고 우리는 그제야 웨이팅을 걸어둔 채 한참을 기다리다 순서가 되어 자리로 갔다.


안내받은 좌석에 앉아서 끓이는 메뉴, 굽는 메뉴를 다 시켜서 먹을 생각이었는데 작은 테이블로 안내가 되었고, 직접 조리하는 건 한 개만 선택할 수 있다고 할 때 마침 큰 좌석이 비는 것을 본 다른 친구가 저리로 가도 되냐 묻자 "다음 손님이 다섯 분이라 저 테이블을 내어줘야해서요." 라고 해서 결국 우리는 굽는 메뉴에 조리가 되어 나오는 것만 먹을 수 있었다.

고기와 술, 그리고 곁들일 메뉴를 시켜 먹은 후 추가 메뉴를 시키지 않은 채 빠르게 1차를 마무리하고 나와 다른 곳을 들러 2차, 3차까지 먹고는 헤어졌다.

당연히 음식은 맛있었고, 음식보다 맛있는 지난 얘기들로 한바탕 수다를 떨던 시간이 훅 지나간 후 집에 오는 길에 생각했다.


'아~ 이런 마음이 꼰대인 건가?'

라고...


사장에게 연락을 했으니 당연히 좌석은 예약이 되어있을 거라 생각했고,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으니 자리가 되면 순번을 조금이라도 먼저 바꿔줄 줄 알았는데 웨이팅 순서에 맞춰 들어갔고,

먹고 싶은 메뉴도 다 먹지 못할 자리로 안내를 받아서 빠르게 먹어 치우고 그 자리를 나왔다.


유독 친절함이 넘치는 식당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무례하거나 불친절한 식당도 아니고,

웨이팅이 계속 있어서 너무나 정신없이 돌아가는 그런 식당 수준의 무난한 서비스 품질이었다고 생각한다.

응대를 하는 직원들은 룰과 가게 상황에 맞춰 안내를 한 것 뿐 어떤 불합리한 처우를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물론 어떠한 편의도 봐주지 않았던 것 뿐이다.

우리가 자리를 빨리 옮긴 건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화를 하며 먹기에는 적합한 장소는 아닌 듯했던 것 때문이지, 식당에 대한 불만족은 아니었었다.

심지어 곁들이로 시킨 시그니처 메뉴는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좌석이 어레인지 되어있지 않았을 때 순간

'뭐야? 그래도 선배가 3명이나 있고 지 동기가 전화를 했는데...' 라고 생각했었다.

나였다면 어제 미리 좌석 예약을 어레인지 해 두고 직원들한테 '사장 면 서게 잘 서빙해 줘라.' 라는 오지랖까지 부렸을지도...

그런데 생각해 보면 B는 그 많은 가게에 수많은 지인들이 '한 번 갈게' 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을 것이고

그 말에 일일이 다 응대하거나 특별한 서비스 혜택을 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서비스를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말은 '나라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나라면 이럴 텐데...'


그런데 세상에 나인 사람은 나뿐이라서 나 같은 마음을 갖길 원하는 건 상대에 대하는 내 마음의 사치일 뿐

어떤 누구도 '나라면...'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상대에게 실망하고 서운한 건 내 기대치의 커다람이 문제이지 상대가 문제이지 않은 거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마음 같지 않아서 불편하고 서운한 누군가일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자!


# weekly scene

용산역에서 바라본 건물 사이 하늘, 의도한 건 지는 모르겠지만 한옥이 추구하는 '차경의 미'가 느껴졌다.

사실, B의 식당에서 먹은 곁들이 메뉴가 너무 맛있었고, 한 입 먹고 바로 기분이 풀려 서빙하는 점원에게 맛있다고도 했던 그것! 모양도 예뻐서 오늘의 사연과 함께 그걸 주간일 상으로 뽑고 싶었는데, 검색해 보니 그 메뉴는 전국에서 그 가게에서만 파는 듯하여, 혹여나 B에게 실례가 될까 사진은 패스! 하지만 B가 하는 식당인지 몰랐더라도 그거 먹으러 다음에 또 가고 싶은 맛있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