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_김지윤

스포없는 책리뷰 또는 독후감

by 은쓰다

한참 전,

회사 후배가 읽고서 건네준(정말로 가지라고 준) 책인데 회사 사물함에 두고 깜빡했다가 오늘 헤어숍에 가야해서 긴 시간을 함께하려고 회사에서 가져와 미용실로 들고 갔다.


지루하지 않은 헤어숍에서의 시간을 보내게 해 준

【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





잡화점, 편의점, 세탁소, 백화점을 이은(?) 장소 소설 시리즈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너와 나의 거리를 두고 살던 시기 전후에 한창 트렌드처럼 쏟아지던 특정 장소에 모이거나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로 위로와 힐링을 다룬 책류이다.

어쩌다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시리즈처럼 다 읽다 보니

큰 틀에서는 「누구나 내색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픔들을 서로의 위로로 치유되거나, 판타지가 조금 더 결합된 어쨌든 해피엔딩의 따뜻한 결말」 이 비슷해서 '거기서 거기겠지 .' 라고 생각하고, 킬링타임용으로는 슥슥~ 읽히는 쉬운 내용들일 거라서 헤어숍에 들고 갔거다.

더욱이 이런 트렌드의 각 책이 내세운 장소에 따라 이야기들을 풀어내다 보니 비슷한 듯 다른 플롯이 있긴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고, 심지어 2편까지 내면서 훅하고 이야기의 힘이 떨어져 버리는 것도 있고, 책표지부터

'나 요즘 한창 유행하는 그런 책이 예요.' 하는 디자인이라 사실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


그.런.데!!

과하지 않지만 닝닝하지도 않게 삼삼한 간처럼 알맞게 글을 풀어낸 건 같아서 읽는 동안 미소가 있는데도 먹먹함이 가슴에 맺혀있었고(특히 챕터 1)

푸훗하고 웃기도 하고, 빠르게 다음 장을 넘기게 하는 맛도 있어서 좋았다.


비유를 해보자면
소문난 맛집은 아닌데, 우연히 모르는 동네 골목식당에서 가성비 있게 맛있는 백반 먹고 온 기이랄까?!


몇 대째 내려온 식당에서

"우리 집은 조미료 전혀 안 써요. 저~~기 어디 어디 산지에서 공수한 재료로 밑간하고 며칠 숙성하고, 장작불에 10시간 고아 만들었어요."

하는 식당맛은 아니지만

"응, 고기? 미국산이여. 안 그러면 단가 이렇게 못 맞춰. 사실 조미료도 조금 넣어. 그래야 잡내 안 나고 감칠맛 나는겨~"

라고 하는데 입에 쫙 붙어 맛있고 '이 돈이면 자주 사 먹겠는데' 하는 느낌이까?


특히 빨래방이라는 설정이 공동의 공간에서 각자인 것이 요즘 세상과 같고, 각자의 때 묻은 빨랫감이 깨끗이 세탁이 되면서 마음도 함께 깨끗하고 포근해지는 메타포를 잘 구현한 것 같다.
나도 예전에 내 마음과 시간을 조물조물 빨아서 보송보송 말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빨래는 일상이지만 사람들에게 하나의 위로와 리프레시를 느끼게 한다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텐데, 작가가 그 포인트를 잘 집어내어 공감을 끌어낸 능력이 멋지다.


시대가 퍽퍽할수록
단순해서 머리 안 써도 되고,
유치해도 따뜻해서 슬쩍 웃게 되고,
어디인가 모르게 내 얘기 같기도 한 스토리들이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마치 KBS 주말연속극(드라마 아니고, 연속극이란 표현이 더 맞는듯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시대가 변해도 꾸준히 인기몰이인 것 같은걸까, 싶다.

언젠가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존중되면서

따스한 안부가 주책이 되고, 위로가 오지랖이 되어가는 요즘이지만...


결국 우리는 누군가의 오지랖과 주책을 기다리고, 귀찮아도 그 때문에 웃기도 하고 슬며시 힘이 되어 오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급 한정식집은 아닌데,

김천보다는 정성스레지은 집밥같아서 뚝딱 한 그릇 비우고 나오니 속이 든든해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동네 백반 맛집 같은 책.





# 마음에 든 글귀 수집


# 나도 빙굴빙굴 빨래방에 가고 싶었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