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순례의 길

오체투지, 이타적인 소원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by 은쓰다

아주 오래전 방영됐 '차마고도 다큐시리즈' 중 오체투지를 다룬 '순례의 길'을 다시 보게 됐다.

고생스럽게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을 보며

「대단하다.」라는 감정이 먼저,

뒤이어 「도대체 왜 하는거야?」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아무리 종교에 대한 리스펙이라지만

진심을 전하면 종교적 숭고함을 다하는 걸 텐데 굳이 저 고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이 얼어 미끄러져가면서도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인지, 답답한 감정인지

"저렇게까지 해서 뭐? 뭘 얻지?"

라고 입으로 뱉는 순간...

아들을 잃고 모든 재산을 정리해 남은 가족이 오체투지 순례길에 오른 순례자들이 나왔고,

열심히 땅을 기며, 이마를 맞대며, 끝도 없이 오체투지를 하는 순례자들의 이마에 혹을 보며,

폐병을 앓아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걷는 66세의 순례자들의 서포터 부사라는 할아버지가 '생의 소원이었다.'라는 내레이션의 순간...


내 말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뭐는 없다. 그냥인 거다.



무언가를 할 때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삶에 너무 익숙한 나는 절대 쉽게 알지 못할...

내가 하는 업의 특성상 모든 일에 습관적으로 "why-how-what"을 들이댄다.

인생의 절반쯤을 이렇게 이유, 명분, 대체로 결과를 위해 무언가를 했다면,

이제 남은 인생의 절반에서는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하는 선택의 밸런스가 필요하지 싶다.


그냥은 이유가 없지만, 가장 솔직하고 단단한 논리이며

맹목은 무지해 보이지만, 숭고하다.


나에게 가장 솔직하고 숭고한 일에

언젠가는 맹목적인 내가 될 수 있는 이기적인 용기가 생기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