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향기웹진_21년 9.10월호
눈을 깜빡일 때 마다 하얀 수건과 온화한 미소로 날 바라보시던 외할머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으아앙~ 눈이 따가워.”
찰방찰방 밀려오는 파도를 느끼며 동생과 모래사장에 쪼그리고 앉아 놀고 있는데 눈에 물이 튀었는지 동생이 연신 눈을 비비며 징징거린다. 나는 손바닥에 바닷물을 묻혀 동생 눈을 닦아줬다.
그러자 동생은 더 크게 울어 댔고, 당황한 나도 덩달아 울음이 터졌다. 손으로 눈물을 훔치자 내 눈도 화끈거린다.
그 때, 저 멀리 돗자리에 앉아 계시던 외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던 반쯤 녹은 얼음을 하얀 수건에 슥슥 비벼 동생과 내 눈을 닦아주셨다.
꿈뻑이며 눈을 떠보니 바닷물에 젖어 축 처진 속고쟁이를 입은 외할머니께서 우릴 보며 웃고 계셨다.
“이기는 소금물이라 눈에 들어가면 따갑데이. 눈은 이렇게 맹물로 닦야아하는기라.”
라시며 눈물로 얼룩진 우리의 볼을 쓰다듬어 주셨다. 그러고는 동생과 내 손을 잡고 돗자리로 돌아가 수박을 잘라주셨다.
맏아들인 아빠와 막내딸인 엄마는 양 쪽 다 홀어머니가 계셨다.
모처럼의 여름휴가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가게 되었고, 민박집에서 며칠 간의 어색한 동거를 해야만 했다. 나에게 친할머니는 가족이었지만 외할머니는 멀게만 느껴졌다.
외할머니는 마른 몸에 항상 커트머리를 정갈히 빗어 넘기시고, 단정한 매무새를 하셨기에 왠지 깐깐하고 무섭게만 느껴졌더랬다.
그런데 사실 우리 외할머니는,
젖은 속고쟁이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며 손주들의 땟국물 묻은 볼을 닦은 손으로 수박을 드시는 분이었다.
그날 나와 동생 그리고 외할머니는 입을 쫙 벌리고 함께 수박을 먹었다. 그럴 때 마다 자글자글한 외할머니의 입가 주름이 펴졌다 생겼다를 반복했다.
그 후로도 1년에 몇 번 뵙지 못해 어색한 건 비슷했지만 더 이상 무섭지는 않았다.
아직도 내게 그곳, 여름 바닷가는 하얗고 시원한 수건의 기분 좋은 감촉과 내 작은 주먹손을 움켜 쥔 외할머니의 가늘고 마른 손아귀 속 포근함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