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직장인의 일장춘몽
우물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염없이 닿지도 못할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가, 그 너비 안에서 왔다 갔다 수영을 하던가….
언제나처럼 우물 안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던 개구리는 문득 궁금해졌다.
‘우물 벽의 높이는 얼만큼일까?’
며칠간 고민을 하던 개구리는 수영을 멈추고 차츰차츰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우물 벽은 깊었고, 하늘은 높았다.
오르고 올라도 저 높이 있는 우물 밖 세상은 닿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한 번한 결심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오르고 또 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갑자기 겁이 날 것 같아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만 보며 올랐다.
그렇게 한참을 용을 쓰며 기어오르던 개구리는 문득 멈춰 서서 한숨을 몰아쉬었다. 찬찬히 스스로를 훑어보았다.
기어오르느라 손 발은 다 해졌고, 몸은 쇠했다.
올려다보니 여전한 그 하늘은 우물 위에 동그마니 얹어 있고,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우물 입구를 보니 그제서야 온몸이 욱신거린다.
내려다보니 생각보다 꽤나 올라왔지만, 여차 하면 한 번의 다이빙으로 충분히 내려갈 수 있을만한 높이다.
아직은 벽에 붙어있을 만한 힘이 있어서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며칠을 그렇게 같은 곳에 매달려 올라갈지 내려갈지 고민을 하던 개구리 머리 위로 차갑지만 포근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있자니, 보드랍고 향긋한 벚꽃도 내려앉는다.
‘그래 우물 밖은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올라가기로 결심을 한 개구리는 역시 열심히 오르는데 집중했다.
드디어, 우물 끝 가까이에 다다른 개구리는 눈을 꼭 감은 채 우물 입구에 섰다.
우선 제일 먼저 한 일은 밖을 등지고 선 일이다. 그 채로 우물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는 눈을 떴다.
밖을 보기 전에 내가 있던 이 우물을 다시 한번 꼼꼼히 바라보고 싶었다.
새삼스레 ‘우물의 깊이가 이렇게나 깊었구나.’를 느끼며, 감회에 젖는다.
그러고는 드디어 다시 눈을 감고 돌아서서 바깥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한참을 그렇게 눈을 감고 있던 개구리는 결국 눈을 뜨지 않고는, 우물 입구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눈을 떠서 다시 한번 우물을 바라봤다.
찬찬히 살펴보니, 떨어진 낙엽들이 고즈넉이 우물 위를 떠다니고 있고, 개구리가 비운 사이에 우물 수면가에 푸릇한 이끼도 감돈다. 우물에 있을 땐 몰랐는데 이렇게 높은 곳에서 보니 참 포근하고 정겹다.
그렇게 꽤나 한참을 앉아있던 개구리는 다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한 번에 뛰어내리기는 겁이 나 다시 조금 기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기어 내려가는 동안 개구리는 다시 한번 흘끗 흘끗 하늘을 바라보긴 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기어내려 갔다.
그러고는 적당한 높이에서 우물로 힘껏 다이빙을 했다.
‘철퍽-’ 하는 수면의 마찰음과 함께 고요에 휩싸인 수중의 압력이 몸을 짓누른다.
중력의 무게를 벗어던질 때쯤이 되자 이제는 부력의 어머니가 수면 위로 개구리를 건져 올렸다.
물 밖으로 고개를 뺀 개구리가 참았던 숨을 “파하-” 하고 거칠게 내뱉었다.
“스-읍” 하고 들이마신 공기에서 물의 비릿함과 함께 익숙한 공기가 코로 들어온다.
개구리는 물장구를 몇 번 쳐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수면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그래, 난 우물 벽의 높이가 궁금했던 거지 나가려던 것이 아니야.’라고….
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반짝거리는 별을 보자 영롱한 아름다움에 괜히 코 끝이 찡해졌다. 그 아름다운 별을 조금 더 가까운 우물 입구에서 보지 못 한 게 문득 서러워졌다.
사실은 보지 못 한 게 서러운 게 아니다. 보지 않은 자신이 초라했다.
어쩌면 개구리가 가장 두려워한 건, 우물 벽의 높이도, 우물 밖의 새로운 세상도 아니라, 혹시 우물 밖을 봐 버려서 다시는 이 우물에 돌아오기 싫어질까 봐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개구리는 깨달았겠지,
언젠가 충분히 기어오를 수 있는 그까짓 우물 벽과 그 너머에 눈 내리고 벚꽃 날리는 우물 밖의 세상이 있다는 것을….
그렇지만 개구리는 오늘도 즐겁게 수영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래도, 아직은, 이 우물이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