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데... 나까지 꼭 안 올라도 되겠지?!
어느 날, 회사 후배의 차를 얻어타게 됐다.
주말마다 등산을 하는 후배는 다음 날도 일출을 보기위해 새벽산행을 할 거라했다.
평소 말수가 적어 질문이나 해야 대화가 되는 친구인지라 별 생각없이 적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물었다.
"산을 오르다보면 체력이 길러지나? 에스컬레이터만 고장나서 올라와도 숨이 차더라고... 지금 내 체력으로는 등산을 가는건 무리일까?"
그 후배가 말했다.
"음... 아니요. 등산을 해보면 막상 체력싸움이 아니더라고요. 숨차고 힘이 들 때 앉고 싶고 쉬고 싶은데, 그 때 쉬지 않고 몇 걸음이라도 가야 정상에 가게 돼요. 그게 결국 등반시간의 차이를 만드는거고, 등산이란 건 끈기와 참을성이지. 체력에 비례하진 않는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등산은 참는 힘을 기르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게 경험한 걸 말하는 그 친구의 말에 내 입이 다물어졌다.
역시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다.
몇 마디 아니었지만 그 말의 울림이 좁은 차안을 꽉 채웠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게 아닐까?
똑같이 힘들어도 몇 발짝 더 오르는 놈이 이기는 거고, 결국 참고 견디는 힘이 인생의 승자와 패자를 가른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얼마 쯤을 참고, 어느 만큼 쯤 올라온걸까?
사람마다 정상의 높이가 다 다를텐데 결국 정상도 찍지 못 하는 우리는 어쩌면...
내 산이 아니라 남의 산봉우리만 쳐다보며 괜히 오를 엄두조차 못 내는건 아닐까?
아니면, 잠깐의 꿀같은 휴식이 다시 오를 힘을 만들어준다면서 그저 앉아서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쉴 줄 모르면 지친다' 고 비아냥거리며 자기 위안을 삼는건 아닐까?
아니면, 꼴랑 둔턱쯤 올라와놓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꽤 높이 오른 줄 알고 달콤함에 취해있는 건 아닌지...
가끔 인생의 고난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면 입을 다물고 묵묵히 호흡을 고르며 꾸준히 어느 산을 오르고 몇 걸음 더 가는 그 후배의 모습이 떠오를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시 오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