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모두 증발되어 버리기 전에 손녀는 그 걸 어디에라도 담아두고 싶었다. 메모장 여기저기에 이런저런 글로 추억 조각을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고 있다.
손녀는 왜 이제야 할머니에게 받은 아주 특별한 사랑을 동네방네 알려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는가.
할머니랑 징글징글하게 붙어있었다고 착각했었다. 혹은 할머니의 전부를 알고 있다는 착각도 했었다. 참담한 건, 홀연히 떠난 할머니를 머릿속 기억에서 꺼내려고 보니까 손녀는 할머니에 대해 아는 건 한 줌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맥이 빠졌다. 할머니가 떠났다고 말하는 손녀는 참 염치마저 없다. 온전히 손녀에게만 주어진 할머니의 사랑만 생각해 보아도 그를 다시 이 세상 누군가에게 갚기에는 손녀의 한평생 주어진 시간으로는 한참 모자랄 것이다. 물밀듯 밀려오는 후회를 동반한 몰염치에 대하여 손녀는 할머니 생전에는 코딱지만큼도 깨닫지 못했었다.
생전에 한 번도 할머니에게 제대로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도 제대로 해 본 적 없는 손녀가 이제야 할머니에게 그 마음을 전한다.
글에 대한 부담이라거나, 마음을 털어놓는 것에 대한 부담을 핑계삼지 않으려 한다. 짧은 글부터 세상 밖에 내어 놓는 게 좋겠다는 결심으로 손녀는 이 글을 시작한다. 기억의 파편이 휘발되기 전에 할머니를 두고두고 넘겨볼 수 있는 앨범 같은 그런 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