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걸 진작 알았다면.
언젠가는 내 안의 우울과 불안이 다 사라지는 날이 올까. 생각하면서도 말도 안 된다고 마무리하던 날이 훨씬 많았다. 타고나기를 남들보다 좀 더 우울하기 쉬운 성향으로 태어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우울은 나를 설명하는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였다. 그것도 매우 오랫동안. 그때마다 숱한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해보라,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보라, 움직여라. 등의 당시로서는 매우 절망적인 조언을 해주곤 했고, 당연히 나는 늘 서운해하며 무시했다. 그럴 에너지가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는 원망은 속으로 삼켰다.
그런 내가, 나와 같은 상황에 처했던 사람들에게 그토록 미치도록 서운해했던 그 말을 앵무새처럼 하고 다닌다. 운동을 시작해 봐, 조금이라도 움직여 봐, 완벽하게 해낼 필요 없어 그냥 일단 해 봐. 운동영업과 찬양을 하면서 동시에 나는 왜 일찍 시작하지 않았는 지 너무나도 후회한다는 말도 한다. 진심이다. 그래서 이 마음과 찬양 모드가 언제까지 가나 보고 싶어서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2022년의 말, 나에게 닥친 충격.
내 인생의 99%는 통통과 뚱뚱의 삶이었다. 평생 좋은 몸매와 건강한 몸으로는 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2022년 말, 인생 최초로 보는 몸무게 앞자리 수에 너무나도 당황했고, 거울 속 내 모습에 충격도 받았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더 심각한 상황이 올 것 같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내가 안고 살아가는 우울과 불안과도 제대로 맞설 수 있을 듯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삶의 가장 어긋난 단추는 내가 나를 방치함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그래서 PT를 당장 끊어버렸다.
외모를 더 가꾸고 싶다, 외적으로 더 나아지고 싶다라는 욕망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도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 이번에야 말로 성공한다! 그 마음이 초반에는 100%였다. 아주 건강한 상태라고 볼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체력은 버틸만 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첫 PT 수업을 받고, 적응기를 가질 땐 운동 별 거 아니네 라고 생각할 정도로 체력이 좋았다. 트레이너도, 나도 진심이 되고 나서부터가 문제였지. 다만 그 문제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만큼 나는 운동이 좋아졌다. 말도 안될 만큼.
사람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에 혹하는 법이다.
아무리 뚜렷한 목표가 있고, 굉장한 지출을 했다 하더라도 사람인 지라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도망치지 않은 건, 눈에 보이는 결과가 굉장했기 때문이었다. 체중이 내려가는 속도는 더뎠지만 화려하게 나를 감싸던 지방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게 보였다. 한 달만에 체지방 4kg이 빠졌을 땐 정말 엄청난 동기부여가 됐다. 눈바디도 나날이 좋아졌고, 내가 느끼기에도, 트레이너가 보기에도 체력도 이전보다 훨씬 올라가는 게 확실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잔 짜증이 엄청 줄었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충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운동으로 해소하는 걸 습관화 하며 부정적인 사고도 되게 많이 줄었다. 가장 좋았던 건, 식단을 위해 도시락을 챙기고, 운동을 하니까 자주 씻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등등 부가적인 일까지 더해지니 너무 바빴다. 그 바쁜 시간 동안 엄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지도 않게 되었다. 혼자 있지만 너무 바빠 우울할 새가 없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자라던 우울이 점점 크기를 줄여가는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들도 좋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들도 좋았다. 운동을 하는 중에 세트 횟수를 채우고, 무게를 늘리고, 강도를 높이며 목표를 점점 구체적으로 세우고, 달성하니 성취감이 굉장했다. 이 성취감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데 너무나도 도움이 됐다. 자존감 관련한 조언 중에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나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솔직히 아무리 내 자신이지만 뭐라도 이뻐야 사랑해주지 않겠는가. 운동은 내게 성취감을 주고, 성취하는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어줬다. 물론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도 조금은 이뻐해준다. 그간 고생했으니까.
이전 단락에서 잔 짜증이 줄고, 스트레스 상황을 견뎌낸다는 게 좋았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과거의 나에게 너무나도 취약한 부분이었다. 스트레스 상황을 맞이한 후, 계속 곱씹으며 스스로를 탓하는 생각을 하며 더 상처주곤 했는데, 운동은 이 과정을 삭제해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을 하러 가서 오늘의 루틴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지만을 생각하느라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또, 앞서 말한 성취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물론, 찝찔한 뭔가는 늘 남는다. 그래도 운동으로 체력을 소진해서 잠자기 바빠 다 잊는다. 정말 최고다.
그러니까 왜 일찍 안했냐고.
운동이 이렇게 좋은데 왜 일찍하지 않았을까. 과거의 나는 운동할 기력조차 없어서 그저 가만히 있는 게 고작이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생각이 든다.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 분명히 재미를 붙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내 안에 동기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으면 아마 금방 그만 뒀을 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랬을 거 같다. 지금처럼 완벽하게 동기와 목표가 있어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겠지. 지금 이 마음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겠다.
이 글을 과거의 나와 같은 분들이 얼마나 읽으실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정말로 운동을 강력 추천한다. 운동을 하기 전과 후의 스스로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다. 매일 기어코 해내는 나를 만나고 싶다면,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고 싶다면 운동을 실천해보시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 동기부여에 조금이라도 영향이 되었으면 해서 이 기록을 이어가보려 한다. 다음에는 PT 수업 중 어떤 운동이 가장 좋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써봐야지.